미, 이스라엘에 '30일 시한' 무기 중단 압박하면서도 사드 배치…이번에도 말로만?
미국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30일 시한의 서한을 보내며 무기 지원 중단을 압박했다. 그러나 미국 대선을 3주 앞두고 주어진 시한 탓에 대선 전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적극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이하 현지시간)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이틀 전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이스라엘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과 론 더머 전략장관에 "가자지구에서 이뤄지는 인도적 지원 수준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분명히 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확인했다.
미 매체 <악시오스>가 입수해 공개한 해당 서한 사본을 보면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정부에 가자지구에 최소 하루 350대의 구호 트럭이 반입되도록 보장할 것, 추가 구호품 반입 통로를 열 것, 구호품 배송 및 백신 접종 등을 위한 인도적 전투 중단 조치를 취할 것, 작전상 필요를 다한 대피령을 해제할 것, 가자지구 북부를 고립시키는 조치를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다.
공개된 서한 사본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이 이러한 조치를 "30일 내" 취해야 한다고 못박고 지켜지지 않을 경우 "미국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군사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밀러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오늘 언급하지 않겠다"며 확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공개된 서한 사본에도 언급된 "국가안보각서 20(NSM-20)"에 따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임의로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 초 발표된 '이전된 방위 물품 및 서비스에 관한 안전과 책임에 관한 국가안보각서(NSM-20)'는 미국 무기를 인도 받는 국가에 국제인도법을 준수하고 수령한 무기가 무력 분쟁에 사용될 경우 인도적 지원 전달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보증을 요구한다.
지난 1년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의 작전, 전후 계획,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한 미국 요구를 거듭 거부했지만 미국은 군사 지원을 계속해 왔기 때문에 이번 요구사항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이 군사 지원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는 높지 않다.
15일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미국이 해당 서한을 보낸 당일 이스라엘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포대와 미군 병력 추가 배치를 발표했다고 지적하며 이는 "이스라엘의 전쟁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거의 아무런 실질적 조치도 취하지 않은 미 행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접근"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의 (서한을 통한) 위협 실행 여부와 관계 없이, 이스라엘에 대한 병력 추가 배치는 인도주의적 상황이 아무리 심각하더라도 미국이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훨씬 더 분명한 메시지"라고 꼬집었다.
미국이 시한으로 제시한 "30일"은 다음달 5일 치러질 미국 대선을 넘기는 기한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양쪽에 선거 전 급격한 행동 변화를 피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동시에 선거 전까진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온다.
15일 국무부 브리핑에서 "왜 30일인가? (가자지구 북부의) 팔레스타인인 40만 명이 30일을 기다려야 하는가? 그들 중 일부는 그 전에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항의성 질문이 나온 가운데 밀러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30일 기한 제시에 있어 선거는 "전혀 (고려된) 요인이 아니다"라며 "실행할 적절한 기간"을 제시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30일 뒤, 대선 이후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해 지금까지 보인 것보다 더 강한 조치를 취하기 쉬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은 미국 쪽 서한을 받은 하루 뒤 가자지구 북부로 소량의 구호품 반입을 허용했다. 이스라엘 쪽은 14일 가자지구 북부로 30대의 구호 트럭이 진입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엔 전쟁 전 하루 500대의 구호 트럭이 들어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12일 성명을 통해 10월 들어 가지지구 북부에 식량이 전혀 들어오고 있지 않다고 호소한 바 있다.
15일 <로이터> 통신은 미국 워싱턴의 한 이스라엘 당국자가 "이스라엘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서한에서 제기된 우려를 미국 쪽과 함께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미 국무부가 15일 브리핑에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폭격에 반대한다고 밝힌 뒤 불과 몇 시간 만인 16일 오전 베이루트 공습을 재개하기도 했다. 15일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가 미 당국으로부터 베이루트와 남부 교외에 대한 공격을 줄이겠다는 "일종의 보장"을 받았다고 밝힌 뒤다. <로이터>는 목격자들에 따르면 16일 오전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최소 한 건의 이스라엘 공습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공격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지하 무기고를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레바논 남부에서도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15일 오후 레바논 남부 카나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소 15명이 숨졌다. 카나는 지난 1996년 수백 명의 피난민이 대피 중이던 유엔 부지에 대한 이스라엘 포격으로 1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한 역사를 지닌 곳이다.
한편 이스라엘이 14일 피난민이 모여 있던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 알아크사 병원 부지에 대한 폭격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15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국제 인도주의 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이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5명, 부상자가 65명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병원 내 하마스 지휘소를 공습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둔 국경없는의사회는 BBC에 하마스 지휘소에 대해 "전혀 모른다"며 "이 병원은 병원으로서 기능한다"고 반박했다.
조이스 음수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국장 대행은 14일 성명을 통해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에 의해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동하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이 있는 지역"에서 일어났다고 강조하며 "가자지구에 안전한 곳은 정말로 없"고 "이러한 잔혹 행위는 끝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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