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공장 승부수 띄운 오뚜기, 구미에 2000억…자금조달 셈법은

오뚜기가 구미에 2000억원을 들여 수출용 라면공장을 짓는다./Chat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오뚜기가 구미에 2000억원을 들여 수출용 라면공장을 짓는다. K라면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증설이지만 투자 주체인 오뚜기라면의 자체 유동성과 현금창출력만으로 전액을 충당하기에는 빠듯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유 현금을 우선 투입하고 부족분은 장기 시설자금으로 조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의 라면 사업을 운영하는 자회사 오뚜기라면은 경상북도 구미시와 투자양해각서(MOU)를 맺고 2026년부터 2029년까지 구미2국가산업단지에 수출용 라면공장을 신설한다. 총투자액은 2000억원이다. 국가별 인증과 소비자 취향에 맞춘 수출 전용 제품을 생산해 해외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자체 현금창출력으론 '빠듯'…외부차입 불가피

이번 투자액은 오뚜기라면의 회사 체급과 비교해 적지 않다. 지난해 말 오뚜기라면의 자산은 4744억원, 자기자본은 3428억원이다. 투자금 2000억원은 자산총액의 42.2%에 해당한다. 투자 기간인 4년 동안 동일한 금액을 집행한다고 가정하면 매년 5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오뚜기라면 현금창출력/그래픽=최석훈 기자

오뚜기라면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567억원, 2024년 580억원, 2025년 517억원으로 최근 3년 평균 55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기존 설비투자 금액을 뺀 잉여현금흐름(FCF)은 평균 411억원에 그쳤다. 기존 투자를 이어가며 구미공장에 매년 5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엔 내부 현금만으로는 빠듯하다.

다만 외부자금을 끌어올 재무적 여력은 충분하다. 지난해 말 오뚜기라면이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403억원, 단기금융자산은 250억원으로 합계 653억원이다. 차입금도 2023년 말 850억원에서 2025년 말 286억원으로 2년 사이 3분의 1 수준까지 줄여둔 상태다.

실제로 라면업계에서 대규모 수출공장을 지을 때 자금조달 방식은 기업 상황에 따라 갈린다. 상장사인 경쟁사 농심은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보유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으로 1385억원을 선제 확보했다. 반면 삼양식품은 수출 전용인 밀양 1·2공장을 신설하면서 신규 공장 부지와 건축물 등을 기반으로 산업은행 등에서 장기 시설자금을 차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비상장사인 오뚜기라면은 자본시장 직접 조달에 한계가 있는 만큼, 삼양식품의 사례처럼 내부 보유자금을 우선 투입하되 유동성 유지를 위해 장기 시설대출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 필요할 경우 모회사인 오뚜기의 출자나 대여금 지원, 지급보증을 통한 신용 보강 등도 유력한 선택지로 거론된다.

수출용 라면 구미로 일원화…가동률이 투자 회수 가른다

오뚜기가 대규모 공장을 새로 짓는 배경에는 빠르게 늘어나는 K라면 수요가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라면 수출액은 9억354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7.9%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뚜기라면도 현재 7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어 국가별 인증과 규격에 대응할 별도 생산체계의 필요성이 커졌다.

구미공장은 오뚜기의 글로벌 생산망에서 국내 수출 거점 역할을 맡는다. 오뚜기는 2030년 글로벌 매출 1조1000억원을 목표로 미국 생산공장과 일본 판매법인 등 해외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공장이 북미 현지 공급을 담당한다면 구미 공장은 유럽과 중동, 아시아 등 여러 국가로 제품을 보내는 수출 기지가 되는 구조다.

아직 해외 사업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1분기 오뚜기의 해외 매출(1099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9.6%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5% 수준에 그쳐 내수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결국 구미공장 신설을 통한 15%의 생산능력 확대가 실제 투자 회수로 이어지려면, 안정적인 해외 판매처 확보를 통해 공장 가동률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향후 오뚜기는 라면 수출용 생산을 구미공장으로 일원화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2030년까지 전체 해외 매출 1조1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구미공장 완공 시점의 수출 물량을 현재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기존 생산 역량을 고려해 향후 라면 수출용 생산을 구미공장으로 일원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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