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코인으로 결제한다고?”…진짜 디지털화폐 세상이 열리려면 [뉴스 쉽게보기]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4. 9. 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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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러분은 ‘가상자산’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비트코인 같은 유명 암호화폐들을 먼저 떠올리시는 분이 많을 것 같아요. ‘코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런 디지털화폐들은 아직 일상생활에 자주 쓰이진 않지만, 대신 일종의 투자 상품으로 여겨지고 있죠.

그런데 곧 디지털화폐를 정말 ‘화폐’로 사용하는 모습을 쉽게 보게 될 것 같아요. 그것도 아주 일상적 소비 공간인 마트나 편의점에서 쓰일 전망이에요. 한국은행과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이 이르면 올해 안에 대규모 실험에 착수할 계획이래요.

은행들이 실험을 한다고?
한국은행과 국내 주요 은행들은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활용 준비를 하고 있어요. 올해 중 약 10만 명이 참여하는 실험을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해요. CBDC는 국가의 중앙은행이 공식적으로 발행하는 가상자산을 뜻해요.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열심히 연구 중인 분야예요.

한국은행도 이 분야 연구에 적극적인 편이에요. 약 1년 전부터는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CBDC 활용 실험을 추진해 왔어요. 다가오는 ‘디지털화폐 시대’에 대응하는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인 셈이죠.

CBDC가 뭐였지?
CBDC는 우리나라 원화나 미국의 달러화처럼 국가 공식 화폐(법정화폐)이지만, 실제 종이돈이나 동전을 찍어내지 않는 디지털 화폐예요. CBDC를 발행한다는 건 우리나라에선 한국은행이, 미국에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마치 암호화폐 같은 가상자산을 만든다는 뜻이에요.

블록체인 같은 첨단 기술이 적용된다는 점은 기존 가상자산과 유사하지만, 가치가 정해져 있어서 비트코인처럼 시세 변동은 일어나지 않아요. 정부가 보증하니까 디지털화폐라도 실제 종이돈과 가치는 다를 게 없어요. 사실 점점 종이돈이나 동전을 사용할 일이 줄어들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실물 화폐를 덜 찍어내는 대신 CBDC가 역할을 보완할 수도 있고, 먼 미래에는 아예 CBDC만 사용할 수도 있겠죠.

지금이랑 다른 게 뭐야?
시중은행들의 현금자동입출금기 <연합뉴스>
사실 CBDC가 본격적으로 도입된다고 해도 일상적인 차원에서는 크게 다를 게 없어요. 이미 현금보다는 신용카드가 널리 쓰이고, ‘OO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도 보편화되어 가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큰 차이가 존재해요. 돈을 주고받는 거래의 비용 자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각 나라들이 어떤 방식의 CBDC를 개발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과 보안 유지에 유리해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은행 같은 중개 기관의 복잡한 개입 없이도 안전하게 운영되죠.

예를 들어 정부가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할 때나 국민이 정부에 세금을 낼 때도 여러 금융 기관을 거칠 필요가 없는 거예요. 그저 CBDC를 넣어둔 우리 전자지갑에서 정부 지갑으로 보내기만 하면 돼요. 이러면 중앙은행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는 통화정책을 쓰기도 훨씬 편하고, 탈세나 불법 거래를 단속하기도 쉬워져요. 돈이 오고 가는 대부분의 거래에서 효율성이 대폭 개선되는 거죠. 물론 실물 화폐를 찍어내고 관리하는 비용도 많이 아낄 수 있어요.

일단은 은행끼리 실험
CBDC를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극단적으로는 은행의 역할이 확 줄어들 수 있어요. 다만 이번에 시작하는 실험은 중앙은행이 직접 국민과 CBDC를 주고받지 않고, 은행을 거치는 방식을 택했어요. 우선 은행의 역할을 줄이지 않는 선에서 금융기관들끼리만 사용하는 ‘기관용 CBDC’를 만든 거예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누구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CBDC가 ‘범용’이라면, 이번에 테스트하는 건 ‘기관용’이에요. 한국은행과 국내 은행들은 기관용 결제망에서 서로 필요한 자금을 주고받는데, 여기에 일단 CBDC를 적용해 본다는 뜻이래요.

소비자는 예금토큰으로 결제
개인들은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발행한 ‘예금 토큰’ 활용 테스트에 참여하게 돼요. CBDC가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라면, 예금 토큰은 시중은행들이 CBDC를 담보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예요. CBDC 자체는 기관들끼리만 쓰고 소비자에게 풀지 않되, CBDC를 기반으로 하는 코인(토큰)을 은행들이 다시 발행해서 소비자도 간접적으로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예금토큰은 일반적인 은행 예금처럼 쓸 수 있게 할 거래요. 송금이나 예치 등을 최대한 기존의 예금처럼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쉽게 적응하게 한다는 계획이에요. 소비자 입장에선 그냥 은행에 맡겨둔 돈으로 결제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은행 예금이 디지털 화폐인 ‘예금 토큰’으로 바뀌어 결제에 활용되는 거니까요.

국내 주요 은행들은 어떤 곳에서 예금토큰을 사용할 수 있게 할지 가맹점과 사용 범위를 정하고 있어요. 이르면 연말부터 시작되는 실험에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이 먼저 참여할 것으로 보여요. NH농협은행은 같은 농협 계열의 하나로마트를 테스트에 참여시킬 가능성이 크고, 다른 주요 은행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기업들과 협의 중이라고 해요.

한국 CBDC 실험, 그 결과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 대부분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CBDC는 국제적 관심사이지만, 경제 규모가 비교적 큰 주요 국가 중에선 중국을 제외하고는 적극적으로 도입한 곳이 없어요. 중국의 방식을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그대로 따를 가능성은 크지 않으니 아직 ‘국제적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분야인 거죠.

한국은행은 이번 테스트가 잘 진행되면 국제적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어요. 이런 점을 고려해 한국은행은 미국·영국·일본 주요국 중앙은행, 국제결제은행(BIS), 국제금융협회(IIF) 등 주요 기관과 함께 국제 CBDC 테스트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해요. ‘아고라(Agora)’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한국은행이 국내에서 추진 중인 CBDC 테스트와 구조가 비슷하대요. 우리나라 실험 결과는 이런 국제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죠. 디지털화폐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대규모 실험, 과연 실제로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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