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토크<상>] MBK 20년 만에 첫 기자간담회까지…고려아연 인수 '열망'
고려아연 우호 세력 합세 등 수세 평가에는 정면 반박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용환·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문은혜·이성락·김태환·이한림·정소양·이중삼·오승혁·최의종·이선영·우지수·이라진·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우지수 기자] 추석 연휴까지 따라붙었던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주말입니다. 한가위를 보내는 동안에도 경제계에는 숨고를 틈 없이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쏟아졌습니다. 먼저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소식입니다.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의 지분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섰는데요. MBK파트너스가 창사 20년 만에 첫 기자간담회까지 연 만큼 이번 공개매수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다음으로는 포스코가 일본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20억원을 추가로 출연했다는 소식입니다. 포스코는 과거 받은 대일청구권자금의 이자까지 상환했기 때문에 돈을 더 보낼 이유는 없는 상황인데요. 포스코가 '도의적인 책임'을 지게 된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CJ올리브영이 월간 잡지를 제작한다고 하는데요. 브랜드 추천, 트렌드 소개 등 소식지 형식의 간행물로 올해 개점 예정인 성수동 최대 규모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한다고 합니다. 콘텐츠 사업과 성수동을 결합한 CJ올리브영의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요.
◆ 고려아연 공개매수 MBK파트너스, 자신감 충만
-먼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MBK)의 참전으로 본격화된 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MBK가 영풍의 백기사로 등장해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를 확보하기 위한 공개매수에 나선 후 양측의 첨예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 와중에 MBK가 공개 기자간담회를 열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고요?
-네. MBK가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다는 소식에 업계가 술렁였는데요, 간혹 공개매수에 나서는 기업들이 배경이나 목적, 향후 목표 등을 주주나 기관투자가에게 전달하기 위한 설명회를 갖기도 하지만, 경영권 분쟁 목적의 공개매수를 위한 간담회는 자칫 불필요한 갈등 요소를 공개적으로 격화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이행되지 않는 부분이거든요.
-특히 MBK는 2005년 3월 설립 이후 수많은 투자와 공개매수를 진행해 왔으나 단 한 번도 공개적인 기자간담회를 가진 전례가 없던 곳입니다. 그간 시장에서도 MBK를 두고 '은둔형 큰손'으로 불린 이유도 이와 같고요.
-그렇군요. MBK가 창사 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연 배경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공개매수 즉 인수에 대한 '열망'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 리더십을 지적하면서 분위기를 MBK 측으로 가져오고자 한 목적도 엿보이고요. 간담회 현장 역시 MBK가 공식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만큼 기자들의 열띤 질문이 이어져 뜨겁게 달궈졌습니다.
-간담회는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간담회는 지난 1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에서 열렸는데요. 이번 사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일찍부터 기자들이 하나둘 간담회장을 메우더니 20년 만에 기자간담회를 연 'MBK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시선이 집중됐습니다. 마이크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잡았습니다. 김 부회장은 김앤장에서 M&A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던 중 지난 2005년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설립할 때부터 함께 한 인물입니다.
-김광일 부회장의 어조에는 힘이 느껴졌는데요. 모두발언부터 "MBK는 한국의 토종 사모펀드"라고 콕 집어 언급하면서 고려아연 측에 우호 세력으로 합세한 울산시나 정치권 등에서 주장한 'MBK는 중국계 펀드'라는 주장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적대적 인수합병(M&A)'라는 주장 역시 "아니다"고 잘라 말했는데요. 기자간담회에 앞서 여러 차례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을 바탕으로 하나씩 설명을 이어갔고, 마지막에는 고려아연을 인수한 후 경영정상화와 주주환원책 등을 약속하는 주주 달래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간담회가 끝난 후 이어진 질문답변(Q&A) 시간은 간담회의 백미였는데요. 이 시간은 김 부회장을 비롯해 강성두 영풍 사장, 이성훈 베이커맥킨지코리아 대표가 함께 자리해 약 50분간 이어졌습니다. 김 부회장은 MBK가 마련한 첫 간담회인 만큼 기자들의 다소 민감한 질문에도 자신의 견해를 또박또박 말하면서 질문에 최대한 응하려는 자세를 취했고요.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으로 볼 수 있겠군요. 다만 MBK가 간담회까지 열어 공개매수에 대한 정당성을 제시했으나, 기세 좋게 공개매수에 나선 MBK와 영풍의 현재 상황이 다소 수세에 몰렸다고 평가하는 이도 있는데요. 앞서 언급해 주신 울산시와 정치권을 비롯해 소액주주연대, 고려아연 노조 등까지 MBK를 비판하고 나서는 등 고려아연을 옹호하는 세력이 커지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이에 대한 MBK의 생각은 어떨지도 궁금하네요.
-MBK는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정면 반박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MBK 관계자는 김두겸 울산시장과 울산시의회 등이 주장한 고려아연이 중국계 기업에 팔릴 수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그럴 일이 없다"고 했고, 노조와 지역사회 등의 반발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히 소통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며, 경영권 확보 이후 어떠한 구조조정도 계획하지 않고 지역 고용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군요. MBK 기자간담회 이후에도 고려아연의 반박, MBK의 재반박 등이 이어지는 등 공개매수로 시작된 경영권 분쟁 양상은 격화되고 있는데요.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한이 내달 4일까지인 만큼 다음 주에도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가(66만원)을 훌쩍 넘어버렸기 때문에 공개매수가를 올릴지도 관건이고요. 간절한 MBK의 공개매수가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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