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신기술 ‘올인’, 기회이자 약점… 전문가 SWOT 분석 [2026 예산]

윤희훈 기자 2025. 8. 2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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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가 총지출을 올해보다 8.1%(본예산 대비) 늘린 728조원 규모의 2026년도 예산안을 29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내년 예산안 지출 증가율은 지난 정부의 연평균 지출 증가율(3.5%)을 큰 폭으로 상회한다. 장기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이재명정부의 ‘재정 철학’이 반영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경기 부양과 잠재 성장률 제고를 위해 ‘확장 재정 예산안’을 짠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봤다. 특히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산업 기술 확보는 미래 먹거리로 한국 경제의 기회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사회간접자본(SOC) 등 경기를 빠르게 부양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은 약점으로 꼽았다.

위협 요인(Threat)도 있다. 정부가 대규모 재원을 R&D에 투자했는데, 뚜렷한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이는 투자 실패가 된다. 여기에 급증한 국가채무로 재정 불안이 커진다면 대외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 “경기 안 좋을 땐, 재정 풀어야”… ‘확장 재정’ 긍정 평가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 상황을 봤을 때, 재정을 풀 시점이라는 정부의 진단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했다. 특히 재정 지출도 일시적으로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현금성 지원을 확대하는 것보단 기술 분야 투자를 확대하는 게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안 좋을 때에는 재정을 푸는 게 맞다”라면서 “다만 일시적인 소비를 위한 재정 지출은 도움이 안 된다. 기술과 인력에 투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정부 재정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민간 기업에서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지출이 필요할 때는 써야 경제가 살아난다”라면서 “국가채무를 걱정해 돈 써야할 때 쓰지 못하는 건 적절치 않다”라고 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늘 발표된 산업활동동향에서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가 잘 나왔다. 이러한 모멘텀을 계속 이어가려면 이번처럼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라면서 “재정의 마중물 역할은 소비 심리와 직결된다”라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공용브리핑실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기술혁신 대규모 투자, 한국 경제 ‘기회’ 될까

“기술 혁신으로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가 성장해 세입이 더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겠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공언한대로 한국 경제가 나아간다면 최선의 결과다. 관건은 성과다. 기술 도약이라는 ‘기회요인’을 살리기 위해선 촘촘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경기 대응 의지’보다 ‘전략 육성 의지’를 더 담았다”라면서 “AI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 잠재성장률을 높이겠다는 것인데, 핵심은 ‘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현재 한국의 주력산업이 다 쇠퇴하고 있다. 석유화학 분야가 대표적”이라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성은 좋은데, 모든 재정을 끌어다 썼는데 실패하면 큰일이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가 주요 성장동력으로 꼽은 AI와 신산업 R&D에 투자가 많이 이뤄져서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게 된다면 국가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재정 정책을 펴면서, 기업 투자를 옥죄는 상법개정안도 같이 추진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둘이 결합하면 효과가 상쇄돼 결국 ‘중립적 재정정책’이 된다”면서 “성장률 제고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진일 교수는 “R&D 분야 집중 투자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라면서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 AI 투자 집중… 단기 내수 부양책은 안 보여

AI와 신산업 R&D에 투자를 집중한 것은 강점이면서,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신산업 부문을 제외한 분야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내년도 예산안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성격이 짙다. 한정된 재원을 AI R&D에 투자하겠다고 결정했는데, 정부가 집중 투자를 해야할 시점이라고 판단을 한 것 같다”라면서 “정책 결정 자체를 반대할 순 없지만, 상당히 무서운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지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 결과는 지켜봐야 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의 많은 감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SOC 분야 투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 하방 요인으론 건설 투자 감소가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SOC와 환경 등 건설·인프라 투자를 늘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식 명예교수는 “재정 지출로 내수를 부양하려면 연관효과가 큰 부분에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 연관효과가 큰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건설”이라면서 “건설경기과 회복하면 내수가 빨리 살아난다. 일자리도 늘어나고 세수도 늘어나는 선순환 경제가 된다”라고 말했다.

김진일 교수는 “SOC와 환경 분야 재정 투입은 건설경기 회복에 도움을 준다. 특히 환경 분야 투자는 장기적으로 영향을 준다”라면서 “건설분야 투자 확대는 2~3년 뒤로 미루는 정책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매년 120조 재정적자”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

확장 재정으로 짜인 내년도 예산안은 한국 경제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세수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지출을 급격하게 늘리면 국가채무가 늘 수밖에 없고, 이는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적자 재정 구조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출구조조정을 보다 강력하게 하거나, 총수입 확대 방안을 강구해 재정 적자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진보 정부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확장 재정 정책을 펼 것은 이미 예견됐다”라면서도 “다만 재정 적자 규모를 이정도로 키울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내년부터 2029년까지 매년 120조원씩 재정 적자가 발생한다. 구조적인 재정 적자 상황을 용인하겠다는 얘기”라면서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국가신용도 하락, 이로 인한 거시 경제 충격을 대비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주원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전망실장도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비판했다. 주 실장은 “선진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70%라며, ‘우리는 낮은 수준’이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 이들은 기축통화국이지만 우리는 아니다”라며 “대외 신인도가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김상봉 교수 역시 “재정건전성이 좋지 않다”라면서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관리재정수지 기준으로 3% 이내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라고 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채무를 중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복안이 필요하다”라면서 “세입기반 확장 등 수입 측면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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