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마동석 닮았네"...145마력 박서엔진의 신세계 `BMW R1300R`

BMW가 선보인 R1300 시리즈는 바이크 업계에선 큰 화제였다. '우주명차'라는 애칭으로 한국에서 특히 인기가 있는 GS 모델에 관심을 갖고 있는 라이더들이 나오기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GS, GS어드벤처, RT, RS, R 등 5가지 1300시리즈 모델 중에서 국내 라이더들에게 가장 관심을 받지 못한 모델이 R1300R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모델들은 대배기량 바이크답게 장거리 여행을 하는 데 편의성이 높다. 하지만 네이키드 모델인 R1300R은 짐을 수납하기가 어렵고, 바람을 몸으로 맞으면서 장시간을 타고 가야하는 투어에는 다소 불편함이 따른다.

그렇다면 BMW가 왜 이런 단점들을 무시하고 1300cc짜리 대형 네이키드를 만들었을까? 우리나라에서 생소할지 몰라도 유럽 등에서는 대배기량 네이키드가 꾸준히 사랑을 받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취미로 즐기는 바이크는 다수(多數)보다는 소수(少數), 대중성보다는 특이성에 더 방점이 찍힌다. 남들 다 타는 거 탈 거면 애초에 바이크를 타지도 않았을 거란 얘기다.

R1300R을 처음 봤을 때 받은 느낌은 영화 범죄도시에 나오는 마동석 형사를 닮은 것 같다는 것이었다. 보기에도 힘에 있어서는 그 어떤 바이크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인상, 육중하지만 스피드도 빠를 것이라는 느낌이다. 차체는 강철 프레임에 리어는 다이캐스트 알루미늄으로 이뤄져 있다. 다크 크롬의 배기파이프와 잘록한 머플러도 범상치 않은 분위기에 한몫을 한다.

BMW R1300R은 BMW의 최신 박서엔진 로드스터 모델이다. 기존 R1250 시리즈보다 배기량이 커진 1300cc 박서 엔진을 탑재했으며,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149N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BMW 특유의 시프트캠(ShiftCam) 기술이 적용돼 저회전에서는 부드럽고, 고회전에서는 폭발적인 가속감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핸들과 시트 중간의 연료탱크가 생각보다 커 보여서 키가 크지 않으면 라이딩할 때 포지션이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직접 앉아보니 레이싱바이크처럼 과도하게 기울어지는 정도는 아니었다.

R1300GS를 시승했을 때와 달리 시트고가 낮아서 1m73의 키에도 전혀 착지성에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시승 바이크는 ASA(오토 클러치) 시스템이 적용된 모델이었다. 왼쪽 손잡이에 아예 클러치 레버가 없다. 버튼을 눌러주면 자동으로 변속이 되는 'D'모드로 즐길 수도 있고, 한 번 더 눌러주면 'M(수동)' 모드로 변환돼 내가 원할 때 왼발로 기어레버를 올리거나 내리면 된다. 일반적인 퀵시프트보다 훨씬 부드럽다. 혼다 아프리카트윈 모델에 적용된 DCT 기능과 비슷하다. 외국에선 BMW R1300R의 ASA 기능에 대해 호평이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R1300R이 자동 변속 때 덜컹거리는 느낌이 살짝 더 있다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배기량이 크다 보니 생긴 차이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이 기능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그런 미묘한 차이는 느끼지 못할 게 분명하다. 그보다는 "길 막힐 때마다 클러치 잡느라고 왼손이 얼얼했는데, 이건 완전히 신세계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할 것이다. 코너에서도 변속에 대한 의무감을 지워버리고, 온전히 와인딩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매력적이다.

BMW는 R1300R에 최신 전자제어 기술도 대거 적용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차고와 감쇠력을 조절하는 DSA(Dynamic Suspension Adjustment), 코너링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제동력을 유지하는 ABS Pro, 바이크 각도에 따라 조사각을 바꿔주는 어댑티브 헤드라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대배기량 네이키드임에도 안정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추구한 셈이다.

서울을 떠나 막히는 양평 구간을 지나자 145마력의 R1300R이 진가를 발휘했다. 특히 강원도 현리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국도에서 달리는 맛은 최고였다. 팍팍 꽂히는 듯한 순간 가속력, 급코너에서 브레이크를 잡을 때 밀리는 느낌 없이 꽉꽉 잡아주는 느낌은 라이딩의 재미를 확실하게 안겨줬다. "네이키드 바이크가 굳이 1300cc까지 가야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깨끗이 사라졌다. 물론 밀리는 차량 사이로 '칼치기' 하는 걸 즐기고 싶은 라이더라면 몸집이 더 작고 배기량도 작은 다른 메이커를 고르는 게 맞을 듯하다.

바이크의 각도에 따라 전방 조사각을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헤드라이트는 그냥 낮에 봐도 뭔가 독특하다는 인상을 준다. 시트고가 라이딩 모드나 주행 상황 등에 따라 조절되는 DSA 기능과 ABS 프로 등 1300시리즈의 다양한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네이키드 바이크로서 타는 재미를 극대화시키는 것도 장점이다.

R1300R은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점을 빼면 밸런스도 좋고 힘도 좋은 만능 네이키드라는 생각이다. 어차피 멀리 여행 갈 라이더라면 RS나 GS를 선택할 것이다. "나는 나만의 바이크 라이프를 추구하고 싶다"는 방향성을 가진 라이더라면 R1300R은 꽤나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조정훈(모터칼럼니스트) tigercho333@hanmail.net, 사진=지피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