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 중국 시장 질주 속 엔터 사업 ‘성장통’…자생력 확보 숙제

에프앤에프(F&F)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엔터테인먼트 신사업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 본업인 패션 부문은 중국 시장에서 MLB를 앞세워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엔터 부문은 초기 투자 비용이 단기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패션 사업에서 축적한 성장전략이 인적자산 중심의 엔터 산업에서도 유효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F&F의 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F&F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9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도 2023년 73억원, 2024년 141억원에 이어 2025년에는 87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자본총계는 -25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은 2023년 5억원에서 지난해 71억원으로 급증했지만 공격적인 초기 투자비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엔터 부문 매출 비중은 0.26%에 불과한 반면 영업이익 기여도는 -1.57%로 전사 수익성에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F&F엔터테인먼트는 2023년 패션 사업에서 축적한 스토리텔링과 팬덤 구축 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됐다. 사업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도 병행했다. 회사는 2024년 드라마제작사 빅토리콘텐츠(현 캔버스엔) 지분을 매각하며 제작환경과 변동성이 큰 드라마 사업에서 철수한 뒤 팬덤 확장이 용이하고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K팝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문제는 신사업 실적 부진이 본업인 패션 부문의 독보적인 글로벌 성과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는 점이다. F&F는 주력 브랜드 MLB를 필두로 중국 시장에서 탄탄한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아시아 리딩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실제로 중국법인(에프앤에프차이나)은 전년 대비 약 11.9% 성장한 9603억원의 매출과 4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본업의 호조에 힘입어 F&F의 2025년 연결기준 매출은 1조9339억원을 달성했으나 엔터 부문은 아직 수익기여 측면에서 제한적인 상황이다. 패션 사업에서 창출된 수익이 신사업 투자 확대와 맞물리며 단기적으로는 전사 수익성에 부담으로 반영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패션 사업과 달리 엔터 산업의 초기 고비용 구조가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 주원인이라고 본다. 출범 초기 F&F엔터는 SBS와 손잡고 선보인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티켓'에 약 1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투입했다. 방송 스폰서 등을 통해 일부 비용은 회수됐으나 시청률이 0%대에 머물며 대중적 화제성 확보에는 한계를 보였다.

이에 대규모 초기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팬덤이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으면서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패션은 물적자산을 데이터화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엔터는 예측이 어려운 인적자산의 성과에 크게 좌우되는 산업”이라며 “중국에서 창출한 수익이 신사업 성장의 기반이 될지 본업에 부담으로 작용할지는 향후 1~2년 내 수익성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엔터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재무지표만으로 성패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엔터 산업은 통상 5년 내외의 집중투자 기간을 거쳐 팬덤이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지식재산권(IP)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수익구조를 띠기 때문이다.

엔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기에는 제작비와 글로벌 마케팅 비용 때문에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강력한 코어 팬덤이 구축되면 음반, 공연, 굿즈 등으로 수익원이 다변화되며 고수익 구조로 전환된다”며 “F&F 역시 이 과도기적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김창수 회장의 강한 의지는 신사업 추진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재무적투자자(FI)를 넘어 앨범 콘셉트, 음악의 방향성, 비주얼 전략 등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 사업에서 축적한 브랜딩 역량을 엔터 사업에 접목해 F&F를 글로벌 ‘문화 콘텐츠 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12년간 기획 및 투자를 담당한 최재우 대표를 영입해 사업을 이끌고 있다.

F&F는 올해를 흑자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향후 3년 내 신사업 투자금 회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가시적인 반등 조짐도 나타난다. 지난해 8월 데뷔한 보이그룹 ‘아홉(AHOF)’은 데뷔 8개월 만에 1·2집 합산 약 76만장의 앨범 판매 기록을 달성했으며 필리핀에서 열린 1만석 규모의 단독공연을 예매 시작 30분 만에 매진시키는 등 글로벌 확장 가능성도 확인했다.

F&F엔터 관계자는 “초기에는 패션 기업의 엔터 진출이라는 화제성에 기대는 측면이 있었지만, 현재는 아티스트의 경쟁력과 ‘맨파워’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단계”라며 “아티스트 IP의 질적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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