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헤드라인 장식한 여자축구…‘스포츠 정치’ 나서는 북한 [뒷北뉴스]

양민철 2024. 9. 28.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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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북한 관련 소식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뒷北뉴스]를 연재합니다. 한주 가장 화제가 됐던 북한 관련 소식을 '앞면'이 아닌 '뒷면', 즉 이면까지 들여다 봄으로써 북한발 보도의 숨은 의도를 짚고, 쏟아지는 북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 노동신문 1면에 대서특필한 '여자축구 우승'…"국민 자긍심 고취"

북한 여자축구의 U-20(20세 이하) 월드컵 우승 소식을 1면에 대대적으로 보도한 노동신문.


지난 24일 화요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1면에는 '여자축구' 소식이 실렸습니다. 전날인 23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U-20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일본을 1 대 0으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통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나 그 외 주요 기사, 사설 등을 싣는 노동신문 1면에 무려 절반 가량의 지면을 할애할 만큼의 주요 기사로 여긴 셈인데요. 특히 북한은 이번까지 총 3차례 U-20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1면 머릿기사로 우승 소식을 전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최근 압록강 유역 수해 등으로 민심의 동요를 우려하는 가운데, '적국' 미국과 일본을 차례로 꺾고 우승이라는 성과를 올린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북한 U-20 여자월드컵 대표팀이 결승전에 진출했다는 노동신문 기사를 보고 있는 북한 주민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통상적으로 어떤 나라든지 스포츠를 통해 국민들의 자긍심이나 자부심을 고취하려는 그러한 시도는 다 있는 거니 그런 차원에서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지 경찰과 다정한 '포옹'…"친숙해져서, 기뻐서 한 겁네다"

우승 외에도 북한의 U-20 여자월드컵 참가는 많은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주장 최은영 선수의 '포옹'이었습니다. 최 선수는 현지시간 지난 18일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미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경기장 치안을 담당하는 콜롬비아 여성 경찰과 포옹을 하며 화제가 됐습니다.

경찰과 포옹을 하고 있는 북한 U-20 여자월드컵 대표팀의 최은영 선수 / @feminafootball


당시 상황에 대해 최 선수는 한 축구전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기 깔리(칼리) 시민들, 경찰들 다 우리하고 친숙해졌고 응원해주고 결승 경기까지 오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게다가 경찰들이랑은 예선 때부터 결승 경기까지 오면서 친숙해졌기 때문에, 기뻐서 한 겁네다"라고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선수들은 외국 취재진들에게 "Gracias!(스페인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기도 하고, 주최 측이 우승 장면을 포착해 인화한 사진을 건네받고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히죽히죽' 셀피 이후에도 멀쩡히 훈련…'사상 총화 뒤 처벌' 반박?

이렇듯 달라진 북한 선수들의 모습은 낯선 모습이 아닙니다. 현지시간 7월 30일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한국 탁구대표팀의 신유빈-임종훈 선수가 북한의 리정식-김금용 선수와 함께 셀피를 찍는 모습은 대회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 바 있습니다.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메달리스트들. 왼쪽부터 임종훈(한국) - 리정식(북한) - 김금용(북한) - 왕추친(중국) - 신유빈(한국) - 쑨잉(중국).


이후 일각에서는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지난달 21일 평양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이 선수들이 귀국 뒤 사상 총화(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당국이 제1 적대국으로 규정한 한국 선수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 '히죽히죽' 웃음 띈 모습을 보였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북한 노동당에 제출됐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8일 조선중앙TV에 등장한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은메달리스트 김금영.


그러자 북한은 이러한 주장을 반박이라도 하듯,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를 통해 멀쩡히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리정식-김금용 선수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셀카' 선수들, 완전히 안전하다 볼 수 없어""북, 결국 의도된 '스포츠 정치'"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재반박이 나왔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그제(26일) YTN라디오 '뉴스 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이 두 친구들이 안전하다는 사실에 너무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완전히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며 "앞으로 북한 조선중앙TV에 또 출연하는지, 혹은 다음 국제대회에 출전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과거 종합편성채널 등에서 얼굴을 알렸던 탈북민 임지현 씨의 예를 들며, "2017년 6월 임 씨가 중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갔다가 북한 보위부에 유인당해서 북송되자 우리 언론이 총살설 등을 제기했다"며 "그러자 북한은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 이분을 출연시켜 인터뷰했지만, 그 뒤로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 역시도 북한의 의도된 '스포츠 정치'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스포츠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에 대해 통제를 안 한다기보다, 지침이 조금 변화됐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외부 시선에 노출되는 현장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통제 일변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오히려 북한 사회의 경직성을 보여준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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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철 기자 (manofstee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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