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헤드라인 장식한 여자축구…‘스포츠 정치’ 나서는 북한 [뒷北뉴스]
■ 노동신문 1면에 대서특필한 '여자축구 우승'…"국민 자긍심 고취"
지난 24일 화요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1면에는 '여자축구' 소식이 실렸습니다. 전날인 23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U-20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일본을 1 대 0으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통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나 그 외 주요 기사, 사설 등을 싣는 노동신문 1면에 무려 절반 가량의 지면을 할애할 만큼의 주요 기사로 여긴 셈인데요. 특히 북한은 이번까지 총 3차례 U-20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1면 머릿기사로 우승 소식을 전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최근 압록강 유역 수해 등으로 민심의 동요를 우려하는 가운데, '적국' 미국과 일본을 차례로 꺾고 우승이라는 성과를 올린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통상적으로 어떤 나라든지 스포츠를 통해 국민들의 자긍심이나 자부심을 고취하려는 그러한 시도는 다 있는 거니 그런 차원에서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현지 경찰과 다정한 '포옹'…"친숙해져서, 기뻐서 한 겁네다"
우승 외에도 북한의 U-20 여자월드컵 참가는 많은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주장 최은영 선수의 '포옹'이었습니다. 최 선수는 현지시간 지난 18일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미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경기장 치안을 담당하는 콜롬비아 여성 경찰과 포옹을 하며 화제가 됐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최 선수는 한 축구전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기 깔리(칼리) 시민들, 경찰들 다 우리하고 친숙해졌고 응원해주고 결승 경기까지 오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게다가 경찰들이랑은 예선 때부터 결승 경기까지 오면서 친숙해졌기 때문에, 기뻐서 한 겁네다"라고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선수들은 외국 취재진들에게 "Gracias!(스페인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기도 하고, 주최 측이 우승 장면을 포착해 인화한 사진을 건네받고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 '히죽히죽' 셀피 이후에도 멀쩡히 훈련…'사상 총화 뒤 처벌' 반박?
이렇듯 달라진 북한 선수들의 모습은 낯선 모습이 아닙니다. 현지시간 7월 30일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한국 탁구대표팀의 신유빈-임종훈 선수가 북한의 리정식-김금용 선수와 함께 셀피를 찍는 모습은 대회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 바 있습니다.
이후 일각에서는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가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지난달 21일 평양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이 선수들이 귀국 뒤 사상 총화(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당국이 제1 적대국으로 규정한 한국 선수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 '히죽히죽' 웃음 띈 모습을 보였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북한 노동당에 제출됐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이러한 주장을 반박이라도 하듯,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를 통해 멀쩡히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리정식-김금용 선수의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 "'셀카' 선수들, 완전히 안전하다 볼 수 없어"… "북, 결국 의도된 '스포츠 정치'"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재반박이 나왔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그제(26일) YTN라디오 '뉴스 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이 두 친구들이 안전하다는 사실에 너무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완전히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며 "앞으로 북한 조선중앙TV에 또 출연하는지, 혹은 다음 국제대회에 출전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과거 종합편성채널 등에서 얼굴을 알렸던 탈북민 임지현 씨의 예를 들며, "2017년 6월 임 씨가 중국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갔다가 북한 보위부에 유인당해서 북송되자 우리 언론이 총살설 등을 제기했다"며 "그러자 북한은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 이분을 출연시켜 인터뷰했지만, 그 뒤로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양민철 기자 (manofsteel@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낙하 데이터 확보했을 것”…중요시설 노리나
- [단독] LG 그룹 맏딸 ‘주식 취득’ 증선위 심판대로…“미공개 정보 이용 정황 확인”
- 일본은 2차 대전 ‘풍선 폭탄’…중국은 ‘정찰 풍선’
- 지상전 모의훈련까지…‘저항의 축’ 맞불공세 집결?
- 일본 자민당 새 총재는 ‘이시바 시게루’…한일 관계 전망은?
- 주말 태풍 발생 가능성…다음 주 기온 뚝
- 기차 타고 국내로, 비행기 타고 해외로…‘징검다리 연휴’ 시작
- K9 자주포 ‘국산 심장’ 탑재…수출 청신호
- ‘괴물급’ 허리케인 플로리다 상륙…시속 200km 돌풍에 피해 속출
- 비로소 완성된 ‘자연’…‘자연’에 그려 낸 ‘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