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표 계열사 구하기…메리츠캐피탈, 1800억 규모 자금조달 비용 낮췄다

/사진 제공=메리츠금융

메리츠캐피탈이 자체 신용등급으로 채권을 발행하려다가 메리츠금융지주가 지급보증에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자금조달 비용 절감 효과를 톡톡히 봤다. 앞서 메리츠캐피탈은 지난 4월 이사회를 열고 연간 채권 발행 계획으로 2조원 규모를 한도로 설정한 바 있다. 여신 기능밖에 없는 메리츠캐피탈 입장에서는 모회사 지원 외에 시중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채권 발행을 통해서만 가능한 구조다. 즉, 발행 채권 신용등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지주사의 지급보증은 메리츠캐피탈의 비용 절감에 보탬이 되는 셈이다.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캐피탈은 이날 1800억원 규모 보증사채를 발행했다. 2년물 800억원, 2년6개월물 600억원, 3년물 4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대표 주관사에는 한국투자증권, 인수단에는 부국·케이프투자·한양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당초 메리츠캐피탈은 지난 4월 임시 이사회를 열고 연간 채권 발행 계획으로 2조원 한도를 열어뒀다. 그러면서 3대 신용평가사 중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의 신용등급 평가 결과인 'A+' 신용평가서도 함께 보고됐다. 이후 지난달까지 총 발행된 금액은 1조7050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메리츠캐피탈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지급보증으로 1노치 상향된 'AA0' 등급을 적용받아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메리츠캐피탈이 지주사의 지급보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메리츠캐피탈은 자체 신용등급으로 자금을 조달해오다 지난 8월에도 지주사의 지급보증 덕분에 당시에도 AA0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채권 발행에 있어 신용등급은 금리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신용등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상환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돼 안전자산으로 분류, 금리가 낮아진다. 금리는 발행회사 입장에서는 조달비용과 직결돼 낮으면 낮을수록 유리하다.

이번에 발행되는 1800억원 규모 보증사채도 확정된 금리를 보면 2년물 일부는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에 0.61%p 가산한 변동금리다. 2년물 나머지 물량은 3.658%, 2년6개월물은 3.721%, 3년물은 3.748%로 책정됐다. 지난달 자체 신용등급으로 발행됐던 1200억원 규모 무보증 일반사채가 최저 4%대부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조달 비용이 저렴해졌다.

메리츠캐피탈이 영위하는 캐피털 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진 상태다. 이에 따라 캐피털사들은 신용등급 강등 우려도 겪고 있다.

메리츠캐피탈 영업자산 현황 /자료 제공=한국신용평가

실제로 메리츠캐피탈도 별도 기준 순이익을 보면 올해 상반기 66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1197억원 대비 44.5% 급감했다. 설립 이래로 메리츠캐피탈의 순이익이 역성장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인데 부동산 PF발 실적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메리츠캐피탈의 영업자산은 크게 자동차금융으로 대표되는 리테일금융 부문, 부동산 PF와 해외 대체투자를 포함한 기업금융 부문이 4대6 비율로 나뉜다. 이 중 부동산 PF와 부동산담보대출이 상반기 말 기준 각각 1조5417억원, 9549억원으로 기업금융 부문의 60%를 차지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메리츠캐피탈은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관련 우려에서 빗겨나게 된 것이다. 앞서 메리츠캐피탈의 최대주주인 메리츠증권도 지난 6월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PF 대출채권 3000억원어치를 인수해가는 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전세완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최근 비우호적인 자금조달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저하세가 지속되고 있어 메리츠캐피탈의 수익성도 저하되고 있다"며 "향후 부동산PF 영업자산의 건전성 관리 및 대손비용의 효과적 통제 여부가 수익성지표 추이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이번 채권의 지급보증을 통한 그룹의 지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번 발행 채권의 보증인인 메리츠금융지주는 사채의 원금상환과 이자지급 등 일체의 지급의무에 대해 보증하기로 했다"며 "메리츠캐피탈은 그룹의 영업적·재무적 지원에 기반해 양호한 영업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 발행된 1800억원 규모 보증사채는 한투증권이 총 1000억원을, 케이프증권이 200억원을 인수해갔다. 부국증권과 한양증권은 각각 300억원씩 인수해갔다.

임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