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오가던 미등록 이주여성에게 전해진 ‘온정의 손길’ 훈훈

COPILOT(코파일럿) AI 생성 이미지.
제주 왔다가 코로나로 직장 잃어 미등록 체류자 돼
패혈성 쇼크 진단 받았지만 건강보험 혜택 못 받아
사연 알려지면서 모금 이어져…지난달 고국 돌아가

제주에서 생사를 오가던 미등록 이주 여성이 각계의 온정 덕에 무사히 건강을 회복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22일 ㈔제주외국인평화공동체 부설 제주이주여성상담소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홀로 세 아이를 키우던 A씨는 가족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2020년 예술흥행(E-6) 비자로 제주에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직장이 사라지면서 미등록 체류자가 됐고, 이후 식당 등에서 일하던 A씨는 지난달 초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 검사 결과 A씨는 패혈성 쇼크 진단을 받았고, 열흘 후 급하게 농양 제거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그런데 미등록 체류자 신분이어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나마 미등록자를 위한 희년의료공제에 가입해 1820만원의 병원비가 청구됐다.

A씨에겐 감당할 수 없는 의료비였다. 그는 홀로 병상에 누워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다행히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필리핀교회와 커뮤니티를 비롯해 희년의료공제회 제주지부(제주이주민센터), ㈔한국이주민건강협회 위프렌즈, 제주트립티, 대한적십자사 제주지사, 주한 필리핀대사관, 제주이주여성상담소 등이 의료비 모금에 나섰다.

이들의 온정의 손길 덕에 A씨는 무사히 건강을 회복했고, 치료비 납부 후 지난달 말 고국으로 돌아갔다.

A씨는 이후 동영상을 통해 한국에서 베풀어 준 사랑과 온정에 감동과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산옥 제주이주여성상담소장은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주 미등록 외국인만 1만 명에 달한다. 위기에 처한 이들을 위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진유한 기자 jyh@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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