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 상호관세를 예고하면서 철강과 이차전지를 주력으로 하는 포스코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했지만 자동차와 철강 등 품목별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포스코그룹의 주력 산업인 철강은 최근까지도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고환율로 인해 원자재 비용과 금융비용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또한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이차전지 분야 역시 전기차(EV) 캐즘 현상으로 인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10일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사업부문별 자산 비중은 △철강 58% △상사 18% △이차전지 13% △건설 8%로 구성돼 있다. 포스코그룹은 철강을 주력으로 하면서도 이차전지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상사 부문은 최근 LNG를 중심으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철강과 이차전지 부문은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 그룹 전반의 수익성을 책임지는 철강 부문은 중국 내수 소비량 감소와 수출 증가로 인해 부정적 수급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이차전지 사업의 부진까지 겹쳐 그룹 영업수익성은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동차와 철강 등 품목별 25% 관세는 유지되기 때문에 포스코그룹 역시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이에 미국을 방문 중인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품목별 관세에 대한 ‘특별한 대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그룹은 2022년부터 이차전지 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설비투자(CAPEX) 규모가 크게 늘어났지만,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둔화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투자를 원활히 진행하고 있으나 차입 부담은 증가하는 추세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설비투자(CAPEX)에 사용한 금액이 처음으로 EBITDA를 넘어섰다. 지난해 포스코홀딩스는 유무형자산 취득에 8조810억원을 사용한 반면 EBITDA는 6조1580억원을 창출했다. 계열사들이 부족한 자금 확보를 위해 차입을 확대하면서 포스코홀딩스의 순차입금 비율은 2022년 9.6%에서 2024년 18.2%로 늘었다.
철강 부문은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산 저가 물량 등 글로벌 경제 환경을 고려할 때 이익 창출력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차전지 역시 전방산업의 성장 둔화와 공급 경쟁 심화로 실적 개선이 지연되면서 채무 상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환율이 1500원대에 육박하는 고환율 현상도 문제로 꼽힌다. 포스코 철강 부문은 환율 상승으로 해외 매출액이 증가하지만, 수입 원재료 비용과 외화차입금 부담도 증가한다. 2024년 말 연결기준 포스코의 외화차입금 비중은 총차입금의 82%다. 대부분 차입금은 환율 변동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통화스왑 계약으로 헷지하고 있지만 헷지하지 않은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과 상환 부담 증가가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4년 포스코의 금융비용은 2조5323억원으로 금융수익 2조4072억원보다 1250억원가량 많다.
다만 NICE신용평가는 포스코그룹의 재무안정성이 대체로 우수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NICE신용평가는 “그룹의 이익 창출력이 둔화된 가운데 높은 투자부담으로 현금흐름 적자가 지속되지만 우수한 재무안정성은 유지할 것”이라며 “이차전지 사업의 재무개선 여부와 투자기조 변화 여부가 향후 주요 평가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김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