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관리사 연락두절…서울시 "노동부와 주급제 협의"(종합)
노동계 "예견된 일"…시 "생활고·근무환경 개선 위해 노동부와 적극 협의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최윤선 기자 = 정부와 서울시가 도입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으로 입국한 필리핀 노동자 2명이 연락이 끊긴 상태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가사관리사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 변화를 정부와 협의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3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은 추석 연휴를 맞아 지난 15일 숙소에서 나간 뒤 복귀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연락받지 않고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관리를 맡은 서비스제공업체는 지난 18일 가사관리사 그룹장(10명 단위 소그룹 리더)으로부터 2명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후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들이 15일 오후 8시 전후에 이탈한 사실을 확인한 업체는 이튿날 서울시와 노동부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
관계 당국은 이들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본국의 부모님 등 다방면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으나 미복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주는 외국인노동자가 영업일 기준 5일 이상 무단결근하는 등 노동자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으면 지방노동청과 법무부에 '이탈(고용변동) 신고'를 해야 한다.
이에 연락이 끊긴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에 대한 이탈 신고는 26일 이뤄질 예정이다.
신고 후 법무부의 소재 파악에서도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로 분류된다.
당국은 이탈 방지를 위해 19일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에게 개별 서한문을 발송하고, 필리핀 대사관에 이탈 사실을 전하는 한편 교육과 공지 등 협조를 당부했다.
당국은 서한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한국과 필리핀 양국 정부가 협약을 통해 신뢰를 기반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어떠한 사고도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필리핀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성실히 근무해 주시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담았다.
가사관리사들이 이탈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선 8월분 교육수당이 제때 지급되지 않은 점, 최저임금을 적용받으면서 주당 노동시간이 40시간 미만이라 제조업에서 일하는 다른 고용허가제(E-9 비자) 외국인노동자보다 임금이 적은 점 등을 이탈의 이유로 추정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입국한 가사관리사들은 이달 2일까지 장기유급휴가훈련에 따른 교육수당으로 201만1천440원을 받았다. 이 중 숙소비와 소득세 등 53만9천700원을 뺀 실수령액은 147만1천740원 수준이다.
급여는 3회 분할로 지난달 30일, 이달 6일과 20일에 지급됐다.
이달 3일 첫 출근 후 임금은 다음 달 지급될 예정이다.
내년 2월까지 시범사업이 끝난 뒤 고용이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이탈 이유로 제기된다.
나머지 98명의 가사관리사는 정상 근무 중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에선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최저임금과 노동법을 적용받지 않는 비공식 돌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제대로 된 준비나 이해당사자와 협의 없이 졸속 추진한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면서 "최저임금을 지급해도 이탈자가 발생하는데,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게 되면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라고 정책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서울시는 처우와 근로 환경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본국에 가족을 남겨두고 한국행을 선택한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생활고 해결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은 서울시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급여지급 방식을 '월급제'에서 '주급제'로 개선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을 고용노동부와 적극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24일 간담회를 통해 시범사업 시행에 따른 애로사항 등 현장 의견을 적극 청취하고 반영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시는 "시범사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본 사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서울시와 고용노동부, 서비스 제공업체 모두의 바람"이라며 "시범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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