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2kg 넘으면 '위법' 소지…손 놓은 통일부
9월에만 11번 전단 날렸다…北 쓰레기 풍선 날아와 화재 여럿 발생
통일부 "여러 동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경찰 수사 진행 중"
홍기원 "손 놓겠다고 선언한 것", 김준형 "국민 안위 해 끼치는데 수수방관"
탈북민 단체들이 북한으로 날려 보내는 대북전단이 2kg이 넘을 경우 항공안전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통일부가 이를 2개월 가까이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날려보내고 있는 '쓰레기 풍선'이 사실상 대북전단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남북 갈등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통일부·국토교통부·국방부 등 관계기관이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토부 "무인자유기구는 허가 필요"…통일부 손 놓은 사이, 대북전단 9월에만 11번 날아가
그런데 통일부는 이 사실을 알게 되고도 2개월 동안 대북전단을 날리는 민간단체에 자제 요청을 하거나, 별다른 면담·서면 협의 등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는 홍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자료를 통해 "7월 1일 이후 관련 단체와 면담을 진행하지 않았고, 전화통화 등을 통해 실무적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의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결정 취지 등을 고려하여, 전단 살포 단체에 대해 자제 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할 경우 현장 사정 등을 고려하여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단체들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대북전단 관련 국토부 유권해석 및 저작권법 관련 내용 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향후 계기 시 관련 사실을 안내하겠다"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통일부가 올해 4월 이후 민간단체와 면담을 한 것은 총 5회였고, 그 중 7월 1일이 마지막이다. 국토부의 항공안전법 관련 유권해석이 나오기 전에는 한 달에 한두번 꼴로 면담을 했는데, 정작 유권해석이 나온 뒤엔 북한에서 쓰레기 풍선이 날아오는 와중에도 전혀 만나지 않으면서 별다른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다.
김 의원이 지난 12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탈북민 단체들이 올해 5월 1일부터 9월 10일까지 대북전단을 날려 보낸 횟수는 모두 49회에 달한다. 특히 9월 1~10일 사이에 날려 보낸 횟수만 11회에 이른다. 통일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전단 살포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전단 살포 와중 北 '쓰레기 풍선' 맞대응으로 화재까지…"경찰 수사 지켜본다"며 수수방관
전단 살포가 위법 소지가 있다는 국토부의 유권해석이 나옴에 따라, 경찰은 탈북민 단체들을 상대로 전단의 무게가 2kg 이상이었는지 등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민 단체들은 이를 계속해서 승인 없이 날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한정애 의원의 관련 질문에 "P-518(남북 군사분계선 일대 비행금지구역)에선 국방부 장관에게 관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국방부에 신고를 해야 한다"면서도 "(탈북민 단체 등이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것을 국방부에 승인 요청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다시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왜 탈북민 단체는 전단을 살포하며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김 장관은 "탈북민 단체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해 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같은 자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토부의 유권해석 내용을 유념하고, 대북전단 살포 단체와의 소통과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상황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위법 소지에도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이, 북한은 대북전단에 대한 대응 격으로 계속 쓰레기 풍선을 띄우고 있다. 지난 4~8일 닷새 연속으로 쓰레기 풍선을 보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 5일 오전에는 김포국제공항 근처 공장에서 풍선이 터지게 하는 발열 타이머 때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1억원 이상(공장 측 추산)의 재산 피해를 내기도 했다. 8일 오후엔 경기도 파주의 한 창고 옥상에서도 풍선의 기폭제 때문으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해 8천만원 상당(소방 추산)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대북전단 문제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간 입장 정리를 통해 단속에 나설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통일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탈북민 단체들, 유관 부처와 (전화통화로) 소통을 유지하고 접경지역 주민들과 두 차례 정도 간담회를 진행했다. 여러 동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면서 "해당 단체들 대부분도 항공안전법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발이 3건 접수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홍기원 의원은 "통일부의 답변은 그동안 수많은 국민과 국회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통일부가 이젠 아예 이 문제에서 손을 놓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며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통일부가 정부 부처로서 우리 국민을 위해 마땅한 책임을 다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형 의원도 "대북전단 살포가 접경지역의 긴장 고조는 물론 우리 국민의 안위에 큰 해를 끼치고 있는데, 통일부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5월부터 무려 49차례의 살포가 이루어졌는데도 통일부는 현재 대북단체와 최소한의 소통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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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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