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감시자본주의 사회, 사회복지사의 역할 재정립

이동영 2026. 3. 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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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영 가톨릭관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3월 30일 사회복지사의 날. 매년 돌아오는 사회복지사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우리사회가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는지를 되묻는 계기의 날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오늘날 우리는 주보프(Shoshana Zuboff)가 언급한 소위 ‘감시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라는 새로운 사회구조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는 인간의 일상적 행동과 선택이 데이터로 수집·분석되고, 이를 기반으로 예측과 개입이 이루어지는 체제이다. 이러한 변화는 복지의 방식에도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간존엄 실천의 최일선에 있는 사회복지사의 역할 역시 재규정 및 재정립을 요구한다.

전통적으로 사회복지사는 취약한 개인과 집단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복지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사회복지사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데이터 기반 행정의 매개자이자 해석자로 위치하게 되었다. 즉 복지 이용자의 욕구나 행동특성, 건강 및 장애상태, 일상의 생활패턴 등은 지원의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정보 시스템에 의해 수집되고, 알고리즘에 의해 분석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동시에 이용자를 권리주체자가 아닌 관리 가능한 객체로 환원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저소득층과 노인, 장애인 같이 복지행정 및 의료체계의 생활 밀접도가 높은 집단일수록 데이터 수집과 감시의 밀도는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취약성을 가진다. 이는 이용자들의 주체적 선택과 통제의 범위를 축소시키고, 삶의 방향을 외부 시스템이 설계하고 정보산출된 정상성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사회복지가 자칫 인간존엄 보장과 지원의 체계가 아닌 일상을 형식적 묵인·침탈하고 이용자 선택과 행동을 유도하는 반(反)복지적 장치로 작동할 가능성을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단순히 양적 확대이상의 질적 정립의 성찰이 요구된다.

첫째, 사회복지사는 데이터 기반 복지체계 속에서 ‘권리 옹호자’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서비스 접근을 돕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수집과 활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리침해나 변질을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사회복지사는 ‘해석자이자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판단은 중립적이지 않으며, 특정 가치와 기준을 반영하는바 사회복지사는 기술적 판단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이용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해석하고, 필요할 경우 이를 조정하거나 거부하는데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사회복지사는 ‘연대의 실천가’로서 기능해야 한다. 감시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점점 더 데이터 단위로 분절되고 고립되며, 개인의 다양한 특성(신체적 특성이나 상황에 따른 특성 발현)은 데이터 표준의 정상성에 희석되고 교정을 강요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복지사는 개인의 문제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재구성하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공동체적 연대를 추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복지를 단순한 개인 지원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정의의 재구성으로 이해하는 관점의 전환을 요구한다.

결국 감시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복지사의 핵심 과제는 ‘효율성’과 ‘인간성’ 사이의 긴장을 조율하는 데 있으며, 데이터 효율이 인간존엄을 압도하거나 대체하지 않도록 공진화 속 또 하나의 주체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사의 날을 맞아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사회복지, 과연 누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가? 감시와 데이터의 시대일수록 사회복지사의 존재이유와 실천역할은 더욱 분명해진다. 인간을 데이터가 아닌 존재로 이해하고, 그 주체자가 삶의 의미와 선택을 이용자가 실현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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