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 김원호-서승재(삼성생명) 조가 2026 BWF 월드투어 슈퍼 750 싱가포르오픈 남자복식 준결승에서 인도의 란키레디-셰티 조에 0-2(19-21, 18-21)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두 선수가 올해 국제대회에서 패배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싱가포르까지 19연승을 달리며 시즌 무결점을 자랑하던 조가 네 번째 슈퍼 시리즈 무대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상대 전적에서 2승 0패로 완벽하게 앞서던 세계 4위 페어에게 첫 패배를 내줬다는 점, 그리고 그 패배가 2게임 셧아웃 형태로 찾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단순한 이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란키레디-셰티 조는 이날 경기 내내 상대에게 긴 랠리를 허용하지 않는 압박형 속공 전술로 일관하며 세계 1위 조의 플레이 패턴을 완전히 무력화했다.

김원호-서승재 조는 2026시즌을 최상의 출발로 열었다. 1월 말레이시아오픈(슈퍼 1000)에서 시즌 첫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서승재 부상으로 인한 공백을 딛고 3월 전영오픈(슈퍼 1000)에서도 정상에 올라 해당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4월에는 아시아개인선수권 금메달, 토마스컵 조별리그 완승까지 더하며 이번 싱가포르오픈 8강까지 19전 전승으로 준결승에 입성했다. 슈퍼 1000 두 개 대회 우승에 아시아챔피언십 타이틀까지 보유한 상태에서 이번 대회마저 제패했다면 시즌 전반기를 사실상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그림이었다.
상대인 란키레디-셰티 조는 현 세계랭킹 4위다. 치라그 셰티와 사트윅사이라지 란키레디는 인도 남자복식의 간판으로, 2023년 BWF 세계선수권 결승에 진출하며 아시아 복식 강호들 사이에서 확실한 위상을 갖춘 페어다. 올 시즌에도 여러 슈퍼 시리즈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김원호-서승재와의 맞대결에서는 두 번 연속 패배를 당했다. 이번 싱가포르에서 세 번째 맞대결, 그리고 처음으로 설욕에 성공했다.

1게임 전반은 한국 조가 지배했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11-6으로 앞서며 인터벌에 여유 있게 진입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셰티를 중심으로 한 인도의 전위 공세가 급격히 거세졌다. 13-8 상황에서 셰티가 전위에서 4연속 강공을 퍼부으며 13-12까지 따라붙었다. 한국이 14-12, 15-12로 다시 점수 차를 벌렸지만, 인도는 끝내 18-17 역전에 성공했다. 한국이 18-18로 동점을 만들었으나 연속 실점을 끊지 못하고 1게임을 19-21로 내줬다. 17-13 리드 상황에서 5연속 실점을 허용한 것이 직접적인 패인이었다.
벤치의 박주봉 감독은 게임 인터벌에 "타구 처리가 너무 정확하려 하지 마"라고 지시했다. 인도의 속공에 맞서 속도전으로 대응하라는 전술 수정이었다. 2게임 초반 한국 조는 이를 충실히 이행하며 3-0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인도는 실수를 거듭하면서도 강공 기조를 유지했다. 중반 14-11 리드를 잡는 데 성공했으나 이번에는 6연속 실점으로 14-17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흐름을 되찾지 못하고 18-21로 2게임도 내줬다. 두 게임 합산 득점 37-42, 세트스코어 0-2 완패였다.

이번 패배를 단순한 이변으로 정리하면 내용의 절반이 빠진다. 인도 조의 전술은 처음부터 설계된 것처럼 명확했다. 셰티는 전위를 장악하고, 상대가 조금이라도 평이한 공을 올리면 즉각 높은 타점에서 스매시와 푸시를 꽂아 넣었다. 두 게임 내내 랠리가 10차례 이상 이어진 포제션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인도는 파이널 게임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처럼 올인형 강공을 쏟아냈고, 그 결과 3게임째로 이어지지 않았다.
김원호-서승재 조의 강점은 정교한 코트 운용과 정확한 배치를 통해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 방식에 있다. 인도의 전략은 바로 그 정확성이 발휘될 기회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었다. 공이 의도한 코스로 오기 전에 먼저 강하게 때려 랠리를 단절시키는 방식이다. 박주봉 감독의 벤치 지시는 이 구조를 현장에서 간파한 결과였지만, 2게임에서도 동일한 연속 실점 패턴이 반복된 것은 전술 조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매치업 문제가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19연승이라는 기록은 두 선수가 시즌 내내 얼마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무결점에 가까운 성적은 상대에게 충분한 데이터와 대비 기회를 제공한다. 란키레디-셰티 조는 앞선 두 번의 패배를 통해 한국 조의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했을 것이고, 이날 그 결과를 코트에서 구현했다. 19연승이 오히려 이번 패배를 더 정교하게 만든 배경이 된 셈이다.
김원호-서승재 조는 6월 2일 개막하는 인도네시아오픈(슈퍼 1000)에 바로 출전한다. 올해 말레이시아오픈, 전영오픈에 이어 세 번째 슈퍼 1000 우승을 목표로, 시즌 첫 패배 직후 최고 등급 무대에 즉시 다시 선다. 인도 조와의 전적은 이제 2승 1패. 이번 싱가포르에서 확인된 매치업 문제를 두 선수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 그리고 다음 맞대결은 어느 무대에서 펼쳐질지 지금부터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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