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이인규 회고록에 담긴 盧수사 풀스토리
"MB정권, 盧수사 정치적으로 활용"…文 "변호인으로서 무능했다"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수수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노 전 대통령 당시 수사 상황을 자세하게 담은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라는 제목의 책이 20일 발간을 앞두고 화제다.
이 전 부장은 책에서 노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는 모두 사실이며, 노 전 대통령을 죽인 것은 검찰 수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거짓말이 드러난 상황에서 자신에게 등을 돌린 진보언론과 주변 사람들, 곁에 없었던 문재인 변호사 등의 영향으로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노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서 당시 검찰 수사 상황을 잘 알고 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변호인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 해놓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자신이 했던 말들을 뒤집는 등 노 전 대통령 주검 위에 거짓의 제단을 쌓아 대통령이 됐다고 힐난했다.
◇노무현·MB와의 인연…"盧, 검사장 승진 때 임지 선택 배려"
17일 뉴스1이 사전 입수한 이 전 부장의 책에는 이 전 부장의 검사 초임 검사 시절부터 퇴임까지 검사로서 겪은 대표 수사와 관련된 일화, 전직 대통령들과의 인연 등이 자세하게 적혀있다.
특히 책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수수 의혹 사건이다. 총 532페이지 중 2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노 전 대통령 사건에 할애했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2006년 12월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당시 노 대통령으로부터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듬해 2월 검사 인사에서 이 전 부장은 검사장 승진이 됐다.
이 전 부장은 여러 수사 과정에서 정권에 밉보일 일이 많아 내심 초조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김성진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가고 싶은 지방 고검 차장검사 자리를 고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청와대 지시가 없었으면 임지를 고르라고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검사장 승진에 관심을 갖고 배려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각별한 친분이 있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강압 수사를 했다는 풍문에 대해선 "이 전 대통령이 백수 때 두 번 만난 것이 전부"라고 선을 그었다.
1997년 이 전 부장이 미국 워싱턴 주미 대사관 법무관으로 근무할 당시 이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포기하고 미국 워싱턴D.C.에 체류했는데, 국회에서 파견 나온 입법관 소개로 골프와 식사를 한 차례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또 특파원인 한 언론인의 집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만났는데 의례적 인사만 나눈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후에 만난 것은 이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이자 10년 후인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라고 이 전 부장은 설명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다른 검사들에겐 인사만 했지만 자신에게 "잘 지냈지"라고 말을 걸어 놀랐다고 회상했다.
◇노무현 수사의 시작…박연차의 구체적 진술
2009년 1월 대검 중수부장에 취임한 직후 당시 중수2과장인 박정식 부장검사로부터 고(故)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불법 로비사건 수사를 보고 받았다고 한다.
박 회장이 노 대통령에게 아들 노건호씨 등의 사업자금 명목으로 500만달러, 노 대통령 회갑 선물로 2억원 상당의 명품 시계 남녀 1세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에게 정치자금 5만달러,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정치자금 3억원 등을 제공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보고를 받은 이 전 부장은 상상치도 못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연루 사실에 놀랐고, 자신을 검사장으로 승진시켜주고 퇴임 1년도 안 된 전직 대통령을 수사 해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박 회장에 대한 수사를 할 때 박 회장 측 변호인이 자신에게 '박연차 리스트'를 전달하면서 "명단엔 적지 않았는데 노 대통령 아들 노건호에게 미국 주택 구입 자금으로 100만 달러를 줬다는 말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전 부장이 적은 박 회장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다. 박 회장은 미국 주택 구입 자금 100만달러에 대해 "노 대통령 초대로 대통령 관저에서 식사를 했다. 권양숙 여사가 '아들이 낡은 아파트에 산다. 집 사주려면 10억원 정도 든다더라'라고 말을 해 내가 해드리겠다고 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옆에서 겸연쩍게 웃으며 몇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고 진술했다.
명품 시계에 대해선 노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를 통해 전달했고, 이후 노 대통령이 2007년 봄 청와대 관저 만찬에서 왼손을 치켜들며 "박 회장, 지난번 보낸 시계가 번쩍번쩍 좋은 시계입디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사업자금 명목 500만달러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이 2007년 12월 직접 전화로 "지난번 도와주기로 한 것 지금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라고 부탁해 노건호의 사업자금을 대가 없이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은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이 전 부장은 "노건호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노 전 대통령의 인맥 관리 프로그램 '노하우 2000'을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을 했고, 노 전 대통령 앞에서 시연까지 한 사실에 비춰보면 '알지 못했다'는 노 전 대통령 변명은 믿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검찰, 盧 예우…추가 범죄 사실 드러나 신병 처리 늦어져"
2009년 4월26일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게 30일 대검 중앙수사부로 출석해달라고 통보했다. 김해 봉하마을과는 먼 거리라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게 전날 서울로 와 투숙한 뒤 아침에 일찍 출석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호상 이유로 노 전 대통령이 거절했고, 아침에 헬기를 보내주겠다고 했으나 이마저도 거절하고 버스를 타고 올라오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 전 부장은 "조금이라도 늦게 검찰에 출석해 조사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과거 사법연수원 시절 노 대통령 변호사 사무실에서 검찰 실무수습을 한 적이 있었다는 인연을 언급을 하며 인사를 했다고 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기억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 뒤 자신을 바라보며 "이 부장, 시계는 (조사에서) 뺍시다. 쪽팔리잖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부장은 이 말에 크게 당황했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당시 우병우(전 청와대 민정수석) 중수부 1과장이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검사들이 모두 노 전 대통령을 "대통령님"이라고 호칭했다고 한다.
이 전 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상식에 맞지 않은 주장을 이어갔다고 했다. 검찰은 박연차 회장과의 대질 심문을 하려고 했으나, 노 전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로 성사되지 못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장은 "범행을 부인하는 피의자는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 오히려 대질을 해달라는 것이 보통"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에게 잠깐 인사만 하는 것이 어떠냐는 검찰 제안에 두 사람은 결국 만났다고 했다.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우짤라고 이러십니까"라고 말했고, 이에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 고생이 많습니다. 저도 감옥 가게 생겼어요. 감옥 가면 통방합시다"라고 말했다고 이 전 부장은 회고했다.
조사 이후 노 전 대통령 신병 처리가 늦어져 노 전 대통령 자살로 이어졌다는 일각 주장에 대해 이 전 부장은 "4월30일 미국 당국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 딸의 주택자금 관련 추가 혐의에 대한 단서가 도착해 수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명박 정권, 盧수사 정치적으로 활용"
이 전 부장은 노무현 수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던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도 책에 구체적으로 담았다.
노 전 대통령 수사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정동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되, 명품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폭로했다.
이 전 부장은 수사에 간섭하지 말라고 일갈했는데, 이후 국가정보원에서 검찰을 담당하는 직원 2명이 이 전 부장을 찾아와 원세훈 국정원장을 언급하며 "명품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공개해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에 이 전 부장은 국정원이 자신을 찾아와 이 같은 말을 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리겠다고 하자, 국정원 직원들이 당황하며 "오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고 하며 나갔다고 했다.
이 부장은 이후 SBS 보도를 통해 이른바 '노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발언'이 공개된 데 대해 "검찰이 흘린 것이 아니다"라며 "국정원이 개입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이 전 부장은 △SBS 조사위원회에서 언급된 중수부 관계자 면담 내용 중 '우병우 중수1과장'이라는 호칭은 검찰 관계자라면 쓰지 않을 호칭이라는 점 △국정원 전 대변인이 당시 SBS보도가 국정원 정보비서관 고모씨 작품이라고 말한 점 등을 들었다.
◇"문재인, 盧 곁에 없었고 변호인으로서 무능력" 이 전 부장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주검 위에 거짓 제단을 쌓고, 슬픔과 원망, 죄책감을 부추기는 의식을 통해 검찰을 악마화하고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선 이 전 부장은 조사 당시 검사들이 노 전 대통령을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했음에도 문 전 대통령이 말을 바꿔 검찰에 대한 비난을 조장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2009년 6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검찰을 원망하거나 비난하고 싶지 않다. 조사 과정에서 검사들도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충분히 했다"고 말한 부분을 지적했다.
이 전 부장은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2년 뒤인 자신의 저서 '운명'에서는 '이인규 중수부장이 차를 한 잔 내놓았다.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고 강조했다.
또 "타살적 요소는 있으나, 정치보복에 의한 타살이라고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인터뷰 해놓고, 저서에는 "정치적 타살이나 진배없었다"고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 전 부장은 이에 대해 "대통령 출마를 결심하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 전 부장은 "변호인으로서 무능했다"며 문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피의자 변호인으로서 수사검사를 찾아와 수사 내용을 파악하고 대처 방법 등 변호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도, 수사팀 누구에게도 찾아오거나 연락하지도 않고 노 전 대통령을 위한 의견서 한 장 제출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에서 '다른 일정이 없었지만 굳이 (노 전 대통령에게) 가야 할 현안이 없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전 부장은 당시 주택 구입 자금 출처를 밝히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의 딸을 여러 차례 소환하는 등 수사가 계속됐고, 권양숙 여사의 부산지검 소환도 예정돼 있었다며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해놓은 거짓말이 드러나는 등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진보언론이 그를 가혹하게 비판하고, 가까운 사람들이 모두 등을 돌리고, 문재인 변호사마저 곁에 없었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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