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여행 떠날볼까…엽서·흑백사진 볼거리 가득한 연희동 나들이
청춘남녀 데이트·가족들 이색 나들이코스, 추억 떠올리는 즐길거리 한가득
복고 열풍에 힘입어 연희동이 청년들에겐 이색 명소로, 중장년층에겐 추억을 떠올리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연희동 추억의 거리 곳곳엔 과거의 향수를 엿볼 수 있는 레코드점부터 다방, 만화방, 사진관 등을 만나볼 수 있고, 엽서를 쓸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해놓는 등 다양한 콘셉트의 가게 역시 즐비하다.
연남동에서 연희동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가게A는 입구에서부터 나무 냄새가 가득하다. 연필을 전문적으로 팔고 있는 공간이다. 가게 A는 과거에 출시된 이후 단종돼 구하기 힘든 국내 연필부터 해외에서 판매되는 연필 등 대형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연필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또 연필뿐만 아니라 흑연으로만 만들어진 연필, 빈티지 색연필, 연필깎이, 연필캡, 지우개 등 연필과 관련된 소품들도 판매하고 있었다.
빈티지 연필 등 주변에서 보기 힘든 연필들을 판매하고 있는 만큼 대부분의 연필은 3000원에서 1만 원까지 다양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특히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이 이용한 것으로 유명한 ‘블랙윙’ 연필도 판매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또 구매한 일부 연필에는 특별한 각인 서비스도 제공해 나만의 연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나만의 것을 좋아하는 청년들의 발걸음을 끌어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곳은 단순히 연필만 판매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게 주인이 오래 전부터 수집했던 연필깎이 등 다양한 수집품들도 만나 볼 수 있어 나들이 장소로 충분한 모습이었다.
가게 A를 나온 뒤 약 20분 정도 걸어가면 엽서와 편지지 등을 판매하는 가게 B에 방문할 수 있다. 엽서 도서관이라는 콘셉트를 표방하고 있는 이곳은 다양한 디자인의 엽서가 가득했고 어림잡아도 1000개 이상의 엽서를 볼 수 있었다.
사용된 종이, 재료 등에 따라 엽서의 가격이 매겨져 1000원 대 엽서부터 1만 원대 엽서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엽서가 판매되고 있었다. 가게 안에는 이곳에서 구매한 엽서에 편지를 쓸 수 있는 공간도 벽을 따라 마련돼 있었다. 벽을 따라 놓인 책상에는 연필이나 펜과 같은 필기도구와 연습 삼아 편지를 써볼 수 있는 메모장도 준비돼 있다.
손편지는 연인 사이에서 자주 주고받지만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주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색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매장에 작성 공간이 마련돼 있어 편지를 써주기에 좋아 보였다.
또 이곳은 ‘기록 보관함’이라 불리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기록 보관함 서비스는 일정 기간 동안 편지, 일기와 같은 누군가에게 소중한 기록물을 보관해주는 서비스로 1개월에 1만1000원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는 보관함 열쇠도 제공돼 아날로그 감성을 즐기기엔 충분해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 주희은 씨(48·여)는 “딸한테 편지를 받아본 게 언젠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편지를 받아본 기억이 없다”며 “예전에 생일이 아니더라도 가끔 편지를 써주곤 했는데, 요즘은 핸드폰으로 보내는 게 편한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핸드폰으로 보내서 아쉬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 씨는 “다양한 엽서들을 보니 아이와 함께 다시 와서 서로 편지를 써주는 것도 재밌는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어린 친구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오늘은 혼자 왔지만 다음에는 아이들과 한 번 더 와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나와 약 10분 정도를 걸으면 가게 C를 방문할 수 있다. 최근에 오픈한 이곳은 60~70년대 은퇴한 건축가 노부부의 아파트를 컨셉으로 만든 곳이다. 오래된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넓은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으며 구석구석 장식한 빈티지 가구와 조명이 가득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예전에 자녀와 함께 왔던 빵집, 지금은 손주랑 함께 옵니다”
가게 D는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새로운 취미로 뜨고 있는 뜨개질 도구를 판매하고 있는 곳이었다. 뜨개질은 기성세대만 즐기는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취미 중 하나다. 이를 증명하듯 매장 내부에는 젊은 청년들이 가득했다.
이곳은 건물 하나를 통째로 사용하는 있는 만큼 뜨개용품 판매와 뜨개질을 할 수 있는 장소까지 마련해둬 뜨개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천국일 것으로 보였다. 넓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1층에는 국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뜨개실부터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유럽 브랜드의 뜨개실까지 다양한 실이 판매되고 있었다.
김주나 씨(41·여)는 “예전에 아이를 가졌을 때 태교로 시작했던 뜨개질이 지금은 취미가 됐다”며 “아직은 아이가 너무 어려서 혼자 오고 있지만 아이가 조금만 더 크면 함께 와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실을 구매하려면 온라인 몰을 주로 이용하는데, 이곳은 다양한 실을 만져보고 살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며 “또 다양한 실을 구매한 뒤 바로 뜨개질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가끔 힐링이 필요할 때 오게 된다”고 이곳을 방문하는 이유를 밝혔다.
가게 D 근처에는 흑백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관 E가 있어 컬러 사진이 익숙한 자녀들과 함께 색다른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사진관 E는 양옥집이 가득한 연희동 골목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 보자마자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떠오를 만큼 낯선 느낌이 들었다. 흑백 TV, 흑백 사진 등이 익숙한 기성 세대에게 이곳은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는 공간 중 하나로 보였으며 새로운 경험을 선호하는 청년들에게는 이색적인 경험 중 하나로 보였다.
사진관 E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카페 F는 파리바게트, 뚜레쥬르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익숙한 청년들에게 낯선 옛날식 빵집이다.
성인 3명만 들어가도 꽉 찰 정도로 좁은 이곳은 3000원~1만5000원 등 다양한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햄버거, 떡이 들어간 모카번 등을 판매되고 있었으며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주민들에겐 추억이 가득한 장소 중 하나로 보였다.
결혼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고 있다고 밝힌 정희명 씨(64·남)는 “카페 F는 예전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과 같은 곳”이라며 “내 아이들을 키울 때부터 이곳에서 빵을 사서 먹였는데 지금은 손주들과 함께 와서 빵을 사서 먹는 곳이 됐다”고 말하며 과거의 추억을 공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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