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면 누구나 바다를 떠올리지만, 그보다 더 깊은 쉼이 필요한 날이 있다. 에어컨 대신 숲 바람, 소음 대신 새소리, 그리고 걸음마다 드러나는 다도해의 절경.
경남 거제의 노자산은 그런 여행을 찾는 이들에게 꼭 맞는 곳이다. 해발 565m의 아담한 산이지만, 그 안에 담긴 여름의 풍경은 결코 작지 않다.
한적한 숲길, 발아래 펼쳐지는 윤슬, 그리고 팔색조가 날아드는 고요한 시간. 노자산에서의 여정은 한여름에도 오히려 마음이 맑아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팔색조가 머무는 거제 노자산

노자산이라는 이름에는 ‘늙지 않고 신선이 사는 산’이라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실제로 이곳은 희귀 조류인 팔색조의 서식지로, 생태학적으로도 귀중한 장소다. 여름 한가운데서도 나무 그늘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하고, 새소리와 햇살이 어우러진 숲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
산행은 거제자연휴양림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잘 정돈된 등산로는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으며, 오르며 드문드문 마주하는 기암괴석과 나무 그늘 아래서의 쉼표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정상에 오르면, 해금강과 학동 몽돌해변, 추봉도, 장사도까지 거제 앞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이 눈앞에 들어온다.
정상 아래쪽엔 과거 의병들이 훈련하던 넓은 잔디 평원과 맑은 약수터가 남아 있다. 여름에도 얼음처럼 차가운 물은 손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하다.

노자산은 등산객만의 공간이 아니다. 트레킹이 부담스럽거나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거제 파노라마 케이블카를 이용해 쉽게 하늘길을 경험할 수 있다.
총 1.56km, 약 20분의 탑승 시간 동안 펼쳐지는 숲과 바다의 절경은 케이블카 안에서도 충분히 감동적이다.

특히 크리스탈 캐빈을 선택하면 바닥까지 투명해져, 마치 공중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탑승은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가능하며, 왕복 기준 일반 캐빈은 18,000원, 크리스탈 캐빈은 23,000원이다.
정상부에 도착하면 꼭 올라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윤슬 전망대다. 3층 구조로 되어 있어 각기 다른 각도에서 남해 바다를 감상할 수 있으며, 특히 햇살이 바다 위를 반사하며 반짝이는 장면은 이름 그대로 ‘윤슬’이 무엇인지 직접 설명해주는 듯하다.

노자산의 가장 큰 매력은 숲속 그늘에서 출발해, 다도해를 품은 하늘 전망대까지 연결되는 입체적인 자연의 경험이다. 그늘진 숲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서서히 탁 트인 하늘과 바다가 맞이하고, 윤슬 전망대에 오르면 거제 바다를 붓으로 그린 듯한 풍경이 마음을 적신다.
케이블카 하차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기암괴석과 천연 숲길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데크 산책로도 마련되어 있어, 트레킹 없이도 짧은 시간 동안 자연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잠시 여유를 느끼고 싶은 여행자에게도 적합하다.

또한 이 지역은 거제자연휴양림, 학동몽돌해변, 구조라항 등 다른 명소들과 가까워 하루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아침에는 노자산 케이블카와 전망대를, 오후에는 인근 해변이나 항구에서 여유를 즐기며 하루를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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