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매립지인 잠실의 연약한 충적층 지반과 지하수 유출의 상관관계

멀쩡하던 아스팔트 도로가 순식간에 꺼지며 지나가던 사람과 자동차를 집어삼키는 도심형 싱크홀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가 위치한 잠실 일대는 과거 잇따른 지반 침하 현상으로 인해 안전성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곳이다.

지질학적으로 잠실은 한강의 모래와 자갈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충적층 지대다.
단단한 암반이 아닌 무른 모래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지반 자체가 상대적으로 연약하다는 태생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싱크홀 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급격한 지하수 유출을 지목했다.
지하수는 흙 알갱이 사이를 채우며 지반을 지탱하는 부력 역할을 하는데 이 물이 빠져나가면 흙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게 된다.

대형 건물의 기초 공사나 지하철 터널 굴착 과정에서 지하수맥을 건드리면 물과 함께 토사가 쓸려 내려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땅속에는 거대한 동굴과 같은 공동이 형성되고 그 위의 얇은 지반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리게 된다.

과거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진 현상 역시 주변 공사 현장으로 지하수가 유출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만약 도심 한복판 대형 상수도관 파열과 지반 약화가 동시에 겹칠 경우 아파트 3층 깊이의 초대형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달리는 버스나 트럭도 한순간에 매몰될 수 있는 규모로 예고 없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도입된 지표 투과 레이더(GPR) 탐사에서도 서울 곳곳의 도로 밑에서 크고 작은 빈 공간들이 발견되고 있다.

우리가 믿고 걷는 단단한 도로 밑이 사실은 텅 비어 있는 시한폭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지반 공학 전문가들은 도시 개발 속도에 비해 지하 안전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화려한 마천루의 그림자 아래 땅속에서는 지금도 조용히 흙이 쓸려 내려가고 있다.
오늘 내가 걷는 이 길이 내일은 낭떠러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