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원작만큼 재미 있는 청춘 서사…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2024. 10. 17. 17:39
영화는 소설 원작의 인기 때문에 주눅 드는 대신, 리얼한 에피소드들과 김고은의 통통 튀는 발랄하고 자유분방한 연기, ‘파친코’ 노상현의 과감한 현대극 연기를 통해 자신 있게 나아간다. 두 주인공은 서로의 단단한 우정을 통해 꽉 막힌 사회의 편견과 거침 없이 맞선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감한 스타일과 남 눈치 보지 않는 거침없는 애티튜드로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자유로운 영혼의 대학생 ‘재희’(김고은). 작가를 꿈꾸며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한 ‘흥수’(노상현)는 동성애자라는 비밀을 숨기고 살고 있었지만 이태원의 한 골목에서 남자와 키스하던 모습을 과 동기인 재희에게 들키고 만다. 학교에서의 소문을 걱정하던 흥수의 생각과는 달리 재희는 흥수의 비밀을 지켜주고, 둘은 클럽을 함께 다니는 베프가 된다. 어느 날 재희의 집을 훔쳐보던 남자가 경찰에 잡혀가면서, 둘은 자연스럽게 룸메이트가 되고, 대학 생활에 이어 각각 작가 지망생과 마케터의 길을 걸으며 서로를 함께 돌본다.
국내에서 10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이자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과 더블린 문학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박상영 작가의 연작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이 원작으로,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2016)와 ‘탐정: 리턴즈’(2018)의 각본과 연출,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2022)을 연출한 이언희 감독이 각색과 감독을 맡았다. 영화는 30대로 넘어가며 농익어가는 둘의 완벽한 우정을 통해 20대 초반에는 잘 몰랐던, ‘내가 나인 채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네가 너인 게 어떻게 약점이 될 수가 있어”라는 재희의 대사는 클럽 죽순이로 생각 없이 막 사는 듯한 그녀 안에 또렷이 자리 잡은 세계관을 보여준다.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의 시선, 데이트 폭력 등 전체적으로 뻔하지 않은 현실감 있는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두 주인공들이 사회의 시선 대신 자신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뭉클한 순간들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두 주인공의 찰진 케미스트리가 영화를 뻔하지 않게 만든다. 흥수 역을 맡은 노상현과 재희 역을 맡은 김고은은 각자 ‘파친코’에서의 클래식하고 병약한 이삭, ‘파묘’에서의 어둡고 거친 화림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꾸밈 없고 발랄한 청춘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는 결국 사회나 타인이 만들어놓은 것보다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관찰하는 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둘 사이의 완벽한 우정을 통한 성장 서사를 보여준다. 결혼식에서의 듀엣 장면, 함께 잡혀간 경찰서에서의 에피소드 등 예상되는 장면이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신들을 줄이고, 조금 더 압축감 있는 편집이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쿠키영상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지 3초 만에 등장한다. 러닝타임 118분.
[글 최재민 사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1호(24.10.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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