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밥보다 비싸도 좋아"… '분좋카'를 찾는 청년들

윤채현 기자 2024. 10. 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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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올려야 하니까 예쁘고 감성적인 곳이 좋아요."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개인 카페가 급격히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종로 카페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추천 피드. /사진=인스타그램 검색 화면 캡처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개인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에는 커피의 맛이 주된 선택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카페의 분위기와 공간 자체도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분좋카'(분위기 좋은 카페)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분좋카는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찾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SNS 이용자 중 절반은 인스타그램을 이용한다. 특히 Z세대(만 19~24세)에서 인스타그램을 선호하는 비율은 66.9%에 달했다. 밀레니얼 세대 또한 57.0%나 됐다.

인스타그램에는 맛집과 카페를 홍보하는 계정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카페를 찾고 싶다면 검색창에 지역명을 입력하는 것만으로 수많은 추천 장소가 쏟아진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취향에 맞는 카페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왜 가격이 비싸고 대기 시간까지 적지 않은 개인 카페를 선택할까. 기자도 실제로 종로 일대의 인기 있는 카페 세 곳을 직접 찾아 그 이유를 확인해봤다.


인스타에서 유행하는 '분좋카'… 직접 방문해 보니


서울 종로구 소재 한 카페가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진열된 모습. /사진=윤채현 기자
안국역 인근에 위치한 A카페는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숨은 명소'로 통한다. 한옥을 콘셉트로 한 이 카페는 전통차를 판매하는 곳으로 차분한 분위기가 유명세를 타면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특히 체형과 성향에 맞는 차를 추천해주는 독특한 메뉴 구성은 방문객에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1인석에 앉자 직원은 웃음을 띈 채로 "메뉴판 보시고 '나에게 맞는 차' 골라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기자는 설명에 끌려 '새콤달콤하게 에너지를 채워준다'는 오미자차를 주문했다. 차와 함께 약콩과 대추가 제공됐다.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자 한옥의 고요함과 어우러지며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핸드드립 커피로 잘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서울 종로구 소재 한 카페. /사진=윤채현 기자
광화문역 인근 B카페는 규모가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하 1층에 위치해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핸드 드립 커피로 소소한 힐링을 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손님들이 적지 않다.

매장 안은 좁았지만 손님들은 LP판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음악과 함께 차분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기자 역시 카페오레를 마시며 혼자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카페 사장은 "취향 이것저것 모아놓고 핸드 드립 커피를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인 카페"라고 자신의 매장을 소개했다. 이어 "작은 카페에서 여유를 찾으려는 손님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규모는 작아도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B카페에서 만난 인천에 거주한다는 강모씨(여·23)는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개인 카페를 찾는다고 밝혔다. 친구들과는 주로 감성적이고 예쁜 개인 카페를, 가족과는 프랜차이즈 카페를 간다는 강씨는 "인스타에 올리기 좋은 예쁜 인테리어가 개인 카페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메뉴의 다양성이나 퀄리티보다 '분위기'가 선택의 주된 이유다. 강씨는 "카페를 찾을 때 주로 포털사이트 리뷰나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검색하고 디저트가 예쁘거나 분위기가 좋은 곳을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매장이 넓어 유명세를 탄 경복궁역 인근 카페. /사진=윤채현 기자
넓은 공간으로 잘 알려진 C카페는 경복궁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대형 카페로 유명하다는 소문에 기대를 갖고 찾은 카페는 소문 이상으로 넓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마주친 빵 진열대부터 시그니처 음료까지 독특한 경험을 제공했다.

3층 야외 테라스에서는 서울타워와 도시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울의 밤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손님들이 많아 청년들의 취향을 제대로 겨냥한 듯 보였다. 실제로 '주로 어떤 손님들이 많이 오냐'는 질문에 해당 카페 직원은 "주로 20~30대 젊은 고객분들이 많은 편"이라고 답했다.

C카페를 찾은 대학생 김모씨(여·23)는 "타지역에 갈 때는 개인 카페를 검색해 찾아간다"며 "특히 평일에는 디저트나 분위기를 기준으로 카페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만났을 때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는 가기 싫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김씨처럼 많은 청년들이 프랜차이즈 대신 '나만의 취향'이 담긴 개인 카페에서 특별한 경험을 찾고 있었다.


점점 더 다양해지는 카페들… 소비자는?


통계청 서비스업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10만729개에 달한다. 자료는 커피 전문점 전국 사업체 현황. /그래픽=윤채현 기자
통계청 서비스업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10만729개다. 전년 대비 4292개(4.5%) 늘었다. 2016년 5만1551개와 비교했을 때 6년 사이 두배 정도 많아진 셈이다. 이중 종사자 1~4명 이내 매장이 8만4000개로 대부분은 소규모 형태다. 카페 매장 수가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다양해지고 있다.

많은 청년들은 특별한 날 친구들과의 만남을 위해 개인 카페를 선택한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가격 경쟁력과 익숙함 등으로 승부를 본다면 개인 카페는 '감성'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제공하며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예쁜 인테리어와 독특한 메뉴,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특별한 경험이 발걸음을 이끄는 셈이다. 카페는 더 이상 커피만을 마시는 공간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결정짓는 요소이기도 하다.

윤채현 기자 cogus02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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