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누로 눈을 씻을 수는 없다. 당신은 당신의 머리카락 수를 셀 수 없다. 왜 이 당연한 말들이 마음에 남는 걸까? 아마도 우리가 평소 잊고 살던 진실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1. 할 수 없는 게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왜 안 돼?"라고 떼를 써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세상에 불가능한 일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인간은 여전히 모든 것이 가능해야 한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다이어트는 의지의 문제이고, 성공은 노력의 문제이며, 행복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 보자. 비누로 눈을 씻을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어떤 노력으로도, 어떤 의지로도 바꿀 수 없는 일이 있는 것이다. 정말로 비누로 눈을 씻을 수 있다면 어떨까? 아마도 새로운 스트레스가, 새로운 일거리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건 때로는 참 다행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쓸데없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 마치 "키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말이 위안이 되는 것처럼, 어떤 한계는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

2. 나도 나를 다 모른다
머리카락 수를 셀 수 없다는 것은 더 흥미로운 이야기다. 머리카락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빠지고 자란다. 아무리 정확하게 세어도 다음 순간이면 그 숫자는 이미 틀렸다. 결국 우리는 자기 자신조차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이게 왜 위로가 될까? 요즘 사람들은 자신을 너무 잘 알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내 적성이 뭔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끊임없이 자문하라고 한다. 모르면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 취급받는다.

하지만 내 머리카락 수도 모르는 내가 어떻게 내 마음을 완벽하게 알 수 있겠는가? 이 깨달음은 엄청난 해방감을 준다. 나는 나를 다 몰라도 된다.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와 다를 수 있고, 내일의 나는 또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친구가 "너는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으면 우리는 당황한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데 그게 뭐가 문제야?" 자신을 완전히 알아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면, 매일매일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재미가 생긴다.

3.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SNS에는 완벽한 일상들이 넘쳐나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 하며 자책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비누로 눈을 씻을 수 없는 우리, 머리카락 수도 셀 수 없는 우리가 어떻게 완벽할 수 있겠는가? 완벽함이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며 스스로를 괴롭혔을까?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더 자유로워진다. 실수해도 괜찮고, 모르는 것이 있어도 괜찮으며,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괜찮다. 그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니까. 중요한 건 불완전한 사람들끼리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것을 친구가 알고, 내가 못하는 것을 동료가 할 수 있다. 우리의 불완전함이 바로 우리를 연결해주는 끈이 된다. 만약 모든 사람이 완벽했다면 서로가 필요 없을 텐데, 그런 세상이 과연 행복할까?

결론: 한계가 만드는 아름다운 삶
비누로 눈을 씻을 수 없고 머리카락 수를 셀 수 없다는 것은 우리의 약점이 아니다. 이런 한계들이 오히려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할 수 없는 것이 있어서 쓸데없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신을 완전히 알 수 없어서 매일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으며, 완벽하지 않아서 서로를 필요로 하고 의지할 수 있다.
결국 우리의 불완전함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삶이 지루할 것이고, 자신을 완전히 안다면 살아갈 이유가 없을 것이며, 완벽하다면 외로울 것이다. 오늘부터는 "할 수 없는 것"들을 원망하지 말자. 대신 그것들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발견해보자. 그 선물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이것이다. 불완전한 우리도 충분히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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