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직전’ 한미 방위비 협상 타결…매해 올리되 인상률 낮춘다
한미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한국이 내야 할 주한미군 주둔비를 정하는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미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전격 타결됐습니다.
■속전속결 협상…'국방비 증가율→물가상승률' 인상기준 낮춰
외교부는 오늘(4일) 이같이 밝히며 "한미 양국은 그동안 건설적인 자세로 상호 수용가능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 협정 본문 및 이행약정 문안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협정에서도 양측은 한국이 낼 분담금을 매해 올리기로 합의했습니다.
대신 인상률은 낮췄습니다.
협정 첫해인 2026년 분담금은 전년보다 8.3% 올린 1조 5,192억 원으로, 이후부턴 매해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비례해 분담금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00년대 들어 한미가 일관되게 채택해 온 인상 기준이었지만, 트럼프 정부 시기였던 2019년 제10차 SMA부터 양국은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높은 '국방비 인상률'을 적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후 2021년 바이든 정부 시기 체결된 제11차 SMA도 국방비 인상률을 채택하면서, 협정 첫해 13.9% 인상까지 더해 연평균 6.2%씩 분담금을 올려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협정에서 양국은 소비자물가지수로 인상 기준을 원상복구하며,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데에 합의했습니다.
또한 양측은 매해 최고 5%까지만 분담금을 올리기로 합의해, 2019년 협상 당시 사라졌던 인상률 상한선도 복원했습니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5.1%)을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0~3% 수준을 유지 중이어서 상한선 자체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러나 "SMA 분담금의 기본 메커니즘을 다시 복원시켜 놓는 것이 향후 협정 운영에 유익하고, 예상치 못한 경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급격한 분담금 증가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분담금으로 역외자산 정비' 이번부터 폐지
이밖에 미국은 이번 협정부터 한국 정부가 낸 분담금을 한반도 역외자산 정비에 쓰던 관행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미군은 그동안 주일미군기지 등 역외 주둔 항공기를 국내에서 정비하며 한국이 낸 방위비 분담금을 지출해 왔는데, 이는 주한미군 주둔비용 일부를 한국이 부담한다는 방위비 협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정부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습니다.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와 미군 순환배치 비용 등을 나눠 내라던 트럼프 정부 시절 요구사항은 이번에 일절 논의되지 않았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밝혔습니다.
양측은 이밖에 △주한미군 군수지원 분야 5개년 사업계획 제출 신설 △한국 국방부가 쓰는 건설관리비(주한미군 공사현장 관리감독 비용)를 현물 지급 건설사업비의 3%에서 5.1%로 증액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퇴직연금제 도입 논의 촉진 등에 합의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측에 방위비 동결을 제시했느냐는 질문에 즉답하지 않으며 "협정은 서로의 입장을 먼 곳에서 좁혀가기 마련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밝혔습니다.
■이례적 신속 협상…미 대선 앞두고 '속전속결'
한미는 협정 만료를 1년 8개월 앞둔 올해 4월 협상에 착수했습니다.
협정 만료 3~9개월 전에 협상을 시작했던 전례에 비하면 이례적이었습니다.
한미는 통상 월 1회 대면하는 관례를 깨고 2~4주에 한 번씩 총 8차례 대면하며 집중 협상했으며, 서울에서 열린 마지막 8차 회의(지난달 25~27일) 이후 미국 대표단이 국내 체류 기간을 연장한 끝에 최종 협정 문안을 도출했습니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방위비 증액을 압박해 온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할 가능성에 대비해 협상을 서둘렀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지만, 한미는 미 대선과 협상 일정은 관계가 없다고 일관되게 밝혀왔습니다.
다만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할 경우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인건비와 건설·군수비 등으로 사용처가 명확히 정해져 있는 협정 외 비용을 내라고 압박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박원관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협상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역시 동맹에 대한 기여를 많이 요구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유리한 협상이 도출됐다"며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노력한 제반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이어 "트럼프가 귀환하더라도 협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트럼프는 2017년부터 한미 연합훈련과 미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 한미 간 특별협정으로 지불할 수 없는 사항을 요구해 왔으며, 재집권시에도 이처럼 협정의 틀 밖에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향후 정부는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를 거쳐 미국과 협정문에 정식 서명한 후 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비준안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며,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국회 재적 절반의 출석과 절반의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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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기자 (ne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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