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무역소위 청문회서 韓 쿠팡 정보유출 조사 '차별'로 규정
쿠팡 제재 본격화 시 디지털 규제에 대한 美 압박 증가 가능성
쿠팡의 대규모 정보유출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적 조사가 한미 간 통상마찰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정계를 중심으로 우리 정부가 추진중인 디지털 규제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와중에 쿠팡 사태가 디지털 규제 이슈의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향후 미국의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찾아 미 정가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미 의회를 상대로 한 쿠팡의 집중적인 로비 전략이 먹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의 에이드리언 스미스 위원장(공화)은 13일(현지시간) 무역소위 청문회에서 "내가 관찰하기에 한국은 미국 기업들을 명백하게 겨냥하는 입법 노력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이 같은 행동은 한미 무역 합의와 배치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스미스 위원장은 특히 "한국 규제당국은 이미 미국의 기술 리더들을 공격적으로 표적 삼고 있는 것 같다"면서 "쿠팡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 조치가 한 사례"라고 밝혔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위를 조사하고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과 제재를 부과하려는 한국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을 '차별'로 규정한 것이다.
미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외국의 디지털 규제를 주제로 한 이날 청문회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한국의 디지털 규제 동향을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열렸다.
쿠팡은 한국 법인의 지분 100%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쿠팡Inc가 소유하고 있으며, 쿠팡 모회사 의결권의 70% 이상을 창업주이자 미국 시민권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갖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성향의 공화당 하원의원 대럴 아이사는 전날 여 본부장을 만난 뒤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기술 기업들을 부당하게 겨냥하고 쿠팡을 불공정 대우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과 미국 시민을 상대로 한 국가 차원의 적대적 행위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고 비판했다.
법사위 산하 반독점소위원장인 스콧 피츠제럴드 하원의원(공화당)도 같은 날 "'정치적 마녀사냥'으로 쿠팡의 미국인 경영진을 형사 기소할 것을 요구한 한국 정부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미국 기업들에 대한 충격적 대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책임을 묻는 조치를 계속 추진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디지털 규제와 쿠팡에 대한 우려는 공화당 뿐만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수전 델베네 하원의원(민주)은 한국과의 무역 합의를 언급하면서 "난 지역구인 워싱턴주에 있는 쿠팡 같은 기업들로부터 한국 규제당국이 이미 약속을 위반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플랫폼 규제에 대한 미 정치권의 비판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한국 국회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수사 이후 비판 수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공화당 강경파 인사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향후 쿠팡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제재가 본격화되면 디지털 규제 이슈와 맞물려 양국 간 갈등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쿠팡이 모회사인 쿠팡Inc가 미국 상장사를 점을 강조하며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여온 것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로비자금을 추적하는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1~3분기 미국 정가에 169만 달러(약 25억원)의 로비 자금을 사용해 국내 대기업 중 4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