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비자 소지 유학생 추방
취소 인원 340명에 달해
대학가 반전 시위 영향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100만 명 추방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 추방을 넘어 합법적 비자를 소지한 유학생까지 무더기로 비자를 취소해 추방하고 있다고 전해져 이목이 쏠렸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전현직 연방정부 관계자들을 익명으로 인용해 “(행정부 내에서) 끊임없이 거론되는 숫자는 100만 명이다”라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불법 이민자 ‘수백만 명’을 추방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 JD 밴스 부통령은 “100만 명부터 시작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종 추방 명령을 받았지만 본국의 수용 의사 미확인으로 인해 체류 중인 140만 이민자 가운데 일부를 조속히 추방하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 30개국과 추방 대상자 수용을 위해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 일부 국가에 대한 추방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체류자뿐 아니라 합법적인 비자를 지닌 유학생들까지 비자 취소 대상에 포함하며, 유학생 사회에 큰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 CNN과 NBC 방송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전역 최소 22개 주에서 300명이 넘는 유학생의 비자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매체는 방문 교수와 연구원까지 포함할 경우 비자 취소 인원은 340명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캠퍼스 내 미치광이들이 있다“라며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면 학생 비자를 취소하는 조치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민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처음에는 컬럼비아대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주도하다 체포된 마흐무드 칼릴처럼 명백한 사례들이 주를 이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한 경범죄 혐의만으로도 비자 취소나 추방 조치를 받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뚜렷한 사유 없이 표적이 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 하버드 의대에서 근무 중인 러시아 출신 연구원 케스니아 페트로바는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귀국하던 도중 연구용 개구리 배아 미신고를 사유로 비자가 취소되고 구금되는 처분을 받았다. 이에 페트로바의 변호사는 “단순 실수에 대한 과도한 처벌”이라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태에 유학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삭제하고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WP는 12일(현지 시각) 미국 내 유학생들이 최근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하고, 수업 중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지난해 대학가에서 반전 시위가 벌어진 뒤 ‘반유대주의’ 성향의 유학생과 외국인 교직원을 추방하겠다고 밝힌 뒤 나타난 변화라는 게 WP의 주장이다. 발언 하나로 비자가 취소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학생들이 언행을 조심하며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브라질 출신의 한 유학생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두렵다. 정치적 견해를 공유하는 데 망설였다”라며 “나는 어떠한 의미에서든 극단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뭐가 언론의 자유고 뭐가 정부에 대한 위협인지 알 수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조지타운대에 재학 중인 캐나다·이란 국적의 한 학생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비활성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사람의 SNS가 감시당하는 걸 볼 때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루비오 장관은 “도서관 기물을 파손하고 캠퍼스를 점령하려고 미국에 온다면, 그런 사람들을 없애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조치의 법적 근거로 1952년 제정된 이민·국적법을 내세우고 있다. 이 법은 국무장관이 ‘미국에 잠재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비시민권자를 추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내 학생 비자 소지자는 약 150만 명이며, 교환 방문 연구원은 약 30만 명에 이른다.
이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 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