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재밌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야구를 보려면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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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 빠져든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부모님이 인천 출신이라 아기 때부터 야구장에 갔다. 정신 차려 보니 SSG 팬이더라(배수연·22)" "2016년에 LG랑 KIA 와일드카드전을 보러 잠실야구장에 갔는데, 사람이 정말 많고 응원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이윤서·18)" "2009년 KIA가 매일매일 이기는 뉴스를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전지은·35)" "최근 20~30대 사이에 야구 열기가 뜨거운데, 나도 그 물살을 탔다(김소현·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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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 빠져든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부모님이 인천 출신이라 아기 때부터 야구장에 갔다. 정신 차려 보니 SSG 팬이더라(배수연·22)” “2016년에 LG랑 KIA 와일드카드전을 보러 잠실야구장에 갔는데, 사람이 정말 많고 응원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이윤서·18)” “2009년 KIA가 매일매일 이기는 뉴스를 보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전지은·35)” “최근 20~30대 사이에 야구 열기가 뜨거운데, 나도 그 물살을 탔다(김소현·30)”.
프로야구 팬이 되고 야구장에 ‘직관’을 다니면서부터는 비슷한 장면이 눈에 밟혔다. 일회용 식기, 응원용품 등 야구장 한쪽에 가득 쌓인 쓰레기들이다. 야구장 워터 페스티벌 때면 물이 과도하게 사용되고 일회용 우비가 과도하게 버려지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제6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2021년 한 해에만 전국 야구장에서 폐기물이 3444t 발생했다. 이걸 관중 한 명이 하루에 버린 폐기물 양(7.95g)으로 환산하면 전국 체육시설 중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곳은 축구장 5.08g이고, 평균은 3.46g이다.
전지은씨는 ‘야구팬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궁리한 끝에, 친구들과 함께 2022년 9월 ‘지속 가능한 지구, 지속 가능한 야구’를 말하는 야구팬 모임 ‘크보플(KBOFANS4PLANET)’을 꾸렸다. 케이팝 팬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에서 이름을 따왔다. 비슷한 생각을 하던 배수연·이윤서·김소현씨 등이 차례로 합류했다. 지금은 7명의 활동가(크보플 베테랑)와 19명의 지지자(크보플 루키)가 활동한다.
기후위기는 올시즌 역대 최다 관중을 동원한 프로야구를 직격했다. 프로야구 최초로 폭염 때문에 경기가 취소됐다. 오후 2시였던 경기 시작 시간이 5시로 늦춰지기도 했다. 더위 탓에 선발투수가 경기 도중 헛구역질을 하고, 주심이 어지럼증을 호소해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김씨는 “부모님과 함께 야구장에 갔는데, 나는 버틴다 해도 부모님이 탈진할까 봐 걱정되더라. 앞으로는 온 가족이 야구를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봐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야구를 더 재밌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보려면, 지구가 건강해야 한다.” 배씨는 크보플 베테랑이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크보플은 야구팬들의 목소리를 모아서 10개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전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활동한다. 개개인의 실천과 노력도 필요하지만, KBO와 각 구단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협의체를 꾸린 뒤, 지속 가능한 프로야구를 위한 공동의 목표와 구체적인 실천 방향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크보플은 그 과정에서 의제를 발굴하고, 서명과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다회용기 커피차’ ‘대짝이(대나무로 만든 응원 도구)’ 등의 대안을 시도한다. 이씨는 “고등학생이다 보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하더라. 야구장을 나오면서 한 번쯤 쓰레기통을 보고 심각성을 느꼈던 사람들이라면, 그걸 조금이라도 바꾸는 데 동참하고 싶다면 크보플의 문을 두드리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크보플 활동 소식은 인스타그램 크보플(@kbofans4planet)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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