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유공룡 엑손모빌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사업에 진출한다.
13일(현지시간) 엑손모빌은 미국 아칸소주 남서부의 스맥오버 지역에서 리튬 채굴을 시작했으며 2027년에 배터리에 사용할 수 있는 리튬 생산을 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의 주요 공급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엑손모빌은 올해 아칸소주 남서부에 12만에이커(약 485㎢) 규모의 토지에 대한 리튬 채굴권을 확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해당 부지를 1억달러 이상에 매입했다. 이곳에서 4백만톤의 탄산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50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엑손모빌은 기존 석유 및 가스 시추 방법을 활용해 지하 약 1만피트(약 3㎞) 지점의 저수지에 있는 리튬 염수를 추출하고 이후 리튬과 염수를 분리하기 위해 직접리튬추출(DLE)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리튬은 배터리 생산에 활용되고 남은 염수는 다시 지하 저수지로 재투입된다. 회사는 DLE 공정이 경암 채굴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다고 전했다.
엑손모빌 저탄소솔루션 사업부문 댄 암만 사장은 “리튬은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이며 엑손모빌은 전기화를 위한 길을 닦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획기적인 프로젝트는 수십년에 걸쳐 쌓인 엑손모빌의 전문 지식을 적용해 전통적인 채굴 작업에 비해 훨씬 적은 환경 영향으로 대규모의 북미 리튬 공급을 끌어낼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전 세계 리튬 시장은 중국과 남미가 주도하고 있다.
WSJ은 엑손모빌의 리튬 사업 진출이 “수십년간 세계 최대 연료 제조업체 중 하나로 군림해온 교통 분야에서 전기차와 전기화의 도래를 위해 장기적으로 지위를 재조정하려는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엑손모빌이 리튬 사업에 대한 장기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2030년까지 연간 1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의 리튬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전 세계 확대 가능성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배터리와 전기차 제조업체들과 계속해서 이와 관련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배터리급 리튬을 생산하려면 엑손모빌은 부지 인근에 있는 가공공장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WSJ에 따르면 회사는 해당 지역에 연간 7만5000~10만톤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리튬 가공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TD코웬 애널리스트들은 엑손모빌이 50만톤의 리튬을 공급하면 8억달러의 현금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해 약 20억달러의 자본 지출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엑손모빌은 지난 8월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2025년에 정점을 찍은 뒤 2050년까지 2000년대 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은 약 25% 증가하고 리튬 수요가 4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암만 사장은 “오늘날 미국에는 약 2억8000만대의 차량이 있는데 그중 전기차는 약 1%에 해당하는 300만대 미만”이라며 “아직 99%가 남아있어서 이것이 매우, 매우 큰 기회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엑손모빌은 1970년대 초기 리튬 산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스탠리 위텅엄 전 엑손모빌 화학 연구원은 회사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리튬 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공로로 2019년에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엑손모빌은 1976년에 배터리를 제조하기 시작했지만 시장이 너무 작다는 판단하에 몇 년 후에 생산을 중단했다.
유럽의 경쟁사인 BP와 쉘은 에너지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전기차 충전소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암만 사장은 엑손모빌이 전기차 충전소에는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