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를 이끄는 '라면·김밥'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 하면 불고기, 비빔밥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인식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정통 한식보다 라면, 김밥, 분식처럼 ‘한국의 일상 음식’을 더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한식은 고급 한상 차림이 아닌, 한국인의 평범한 하루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험되는 일상 음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김밥·라면', 한국 일상 음식이 K-푸드의 새 얼굴 됐다

지난 20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SNS 분석 결과에서 외국인의 한국 음식 관련 게시물 중 편의점 관련 내용이 40.1%를 차지했다. 주요 키워드는 라면(14.1%), 커피(10.5%), 과자(7.0%)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불고기나 비빔밥 같은 정통 한식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분식집·편의점·카페 등에서 즐길 수 있는 간편식이 새로운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드러났다. 소비 증가율이 높은 품목은 아이스크림(35.0%), 편의점 음식(34.0%), 와플·크로플(25.5%) 순으로 집계됐다. 편의점은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외국인에게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 잡으며, 2025년 1월부터 7월까지 외국인 카드 결제 건수는 약 1,300만 건으로 한국 음식 관련 업종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디어 속 K-푸드,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다

이처럼 라면이나 김밥 같은 일상 음식이 인기를 끈 이유는 콘텐츠의 힘에 있다. 전 세계로 송출되는 넷플릭스에 드라마 예능 드라마·예능·유튜브 등에서 한국의 일상 식탁이 자주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김밥 장면과 ‘이태원 클라쓰’ 속 삼겹살·소주 장면처럼 익숙한 식사 풍경은 전 세계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음식이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아워홈은 베트남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FPT그룹 계열사와 대형 사립학교에 급식을 제공하며, 현지 사업장의 70%(중국)와 46%(베트남)에서 한식 또는 퓨전 메뉴를 운영하고 있다.
한식의 글로벌 확장, ‘친절한 경험’으로 완성돼야 한다

이처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그들을 맞이하는 환경은 여전히 불편하다. 식당이나 시장에서는 결제 과정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의 비접촉식 결제 보급률은 약 10% 수준으로, 영국·싱가포르 등(90% 이상)에 비해 낮은 편이다. 애플페이나 구글페이가 인식되지 않아 간단한 결제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다.
서비스 문제도 여전하다. 영어 메뉴가 없어 주문을 망설이거나, 직원이 눈을 피하며 무뚝뚝하게 응대하는 사례가 많다. 일부 매장은 외국인을 구석 자리로 안내하거나 입장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런 경험은 음식의 맛뿐 아니라 한식에 대한 이미지까지 바꿔 놓을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2024 관광 불편 신고 종합분석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광 불편 신고센터에 접수된 불편 신고는 총 1,543건으로 전년 대비 71.1% 증가했다. 이 중 쇼핑 관련 불만이 398건(25.8%)으로 가장 많았으며, 세부적으로는 ‘가격 시비’(23.1%), ‘불친절’(22.6%), ‘환불 및 교환 요청’(14.6%)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편을 줄이려면 ‘현지인 식당’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최소한의 안내는 필요하다. 영어 메뉴판이나 QR 결제 시스템만 제대로 도입해도 불편은 줄어들고, 간단한 인사 문구를 준비해 두면 만족도가 높아진다.
한식의 인기가 높아진 지금, 남은 과제는 ‘한 끼의 친절’을 완성하는 일이다. 한식이 세계 무대로 나아가려면 ‘맛’뿐 아니라 ‘경험’이 함께 기억돼야 한다. 외국인에게 한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한국 문화를 가장 먼저 접하는 창구다. 진정한 글로벌화는 음식의 경계를 넘는 순간이 아니라, 그 음식을 내어주는 태도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