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vs국민의힘, 1시간반 동안 법정공방..법원 "다음주 이후 결론"
당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다투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국민의힘 측이 28일 법정 안팎에서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 전 대표는 가처분 신청 심문 직후 "이준석만 날리면 잘될 거란 주술적 생각을 볼 수 있는 심리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측은 "당헌 개정이 특정인을 배척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이 전 대표 측 주장은 '천동설'과 같다"고 주장했다.
정진석 비대위 체제에 대한 법원 결정은 이르면 다음 주 중 나올 전망이다.
지난 14일에 이어 이날 재판부는 비대위를 출범하기 위해 비상상황을 새로 규정한 개정 당헌이 효력을 갖는지(3차) 추가로 심문했다. 또 개정 당헌의 결과로 출범한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현 비대위원 6명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4·5차)도 이날 법정에서 다뤄졌다. 세 건의 심문은 이날 종결됐다.
양측은 법정에서 국회 부의장인 정진석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겸직해도 되는지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측 대리인은 "국회 부의장은 당적 보유가 허용되고 지구당의 당협위원장이나 시·도당의 위원장도 맡을 수 있다"며 "부의장은 당적을 보유해서 당연히 당직(비대위원장)을 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국회법 20조는 부의장이 의원 외의 '직'을 겸할 수 없다고 하지만 직은 사전적 의미로 공무원, 국무총리나 장관 또는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겸할 수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정당법에 따른 사적인 직도 겸할 수 없다면 공사(公私)의 직을 겸할 수 없다고 표현됐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 대리인은 "비대위원장의 경우 당으로부터 보수나 업무추진비를 지급받는 것으로 안다"며 "국회법에 따르면 의원은 영리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당으로부터 보수를 받으면 부의장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했다.
양측은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비상상황에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중 4명 이상 사퇴'를 포함한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도 다퉜다.
지난 5일 국민의힘은 전국위원회를 통해 비대위 성립 요건에 해당하는 비상상황을 '당 대표 등 사퇴 궐위',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중 4명 이상의 사퇴 등 궐위', '그 밖에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원 찬성으로 비대위 설치를 의결한 경우' 등 3가지로 명시했다. 국민의힘은 개정 당헌을 근거로 정진석 비대위 체제를 공식 출범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당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청년 최고위원 1명은 각각 다른 대표성을 지닌다는 주장을 폈다. 최고위원 일부의 사퇴를 당 대표 궐위에 준하는 상황으로 규정한 개정 당헌이 민주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표 측은 "당대표 선출은 선거인단이 1인 1표씩 행사해서 최고득표자 1명이 당선되지만 선출직 최고위원은 선거인단 1인이 2표씩 행사해 득표순으로 4명을 뽑는다"며 "당대표와 최고위원회는 양적·질적으로 전혀 다른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다"고 했다.
또 "선출직 최고위원 4명과는 달리 청년 최고위원은 별도로 투표해 1명만 당선된다"며 "전 당원의 투표로 받아서 선출되는 만큼 민주적 정당성이 (선출직 4명보다) 크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선출직 최고위원은 당대표와 마찬가지로 전당대회에서 선출된다"며 "그 대표성은 당대표와 유사하거나 동등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측은 또 "당헌이 무효가 되려면 헌법에 나오는 정당에 관한 규정, 정당법, 사회상규 등에 위반되지 않고는 무효가 될 수 없다"며 "(비상상황을) 정당이 선택할 때는 나름의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고 당대표 1명과 선출직 최고위원 5명(청년 포함) 중 4명의 정당성은 비슷하지 않나"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50분쯤 법정에 들어서기 전 기자들과 만나 "최근에 경제 상황이나 이런 것들이 굉장히 어려운데 제발 좀 다들 정신을 차리고 이준석 잡기가 아니라 물가 잡기, 환율 잡기에 좀 나섰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전 비대위원은 재판을 앞두고 남부지법 앞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는 것은 당헌 개정을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를 쫓아내기 위한 계획 하에 만들었다는 논리가 인정돼야 하는데 그것은 천동설과 같은 것"이라며 "이 전 대표 측은 이를 전제로 한 당헌·당규 개정이나, 처분적인 법률행위, 소급입법을 주장하는데 이는 본인들의 자의적 해석에 따른 주장"이라고 했다.
1시간30여분 동안 심문이 진행된 법정 안에서도 3명의 정치인은 20분 이상 발언 기회를 가져가며 서로를 향한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김 비대위원은 "30년 이상 기자 생활을 했다. 당 대표가 군사정권 같은 외부의 탄압이 아니라 당 내부의 정치적 관계로 인한 결정에 의해서 자신의 이익을 보전해달라고 법원에 구하는 건 처음 봤다"며 "이 전 대표에 대해 제기된 의혹 그리고 윤리위 결정, 법원의 가처분 인용 등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의 지지도는 크게 하락했다"고 했다. 이어 "내부 갈등과 당무 혼란으로 당은 그야말로 비상상황"이라고 했다.
전 비대위원은 "당의 시끄러운 상황으로 두 차례나 법정에 서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재판부와 국민께 송구스럽다"면서도 "정말 당의 위기상황이고 최고위 체제로 복원할 수 있는 다리는 불태워진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 비대위원은 "현 비대가위 직무정지되면 최고위로 돌아가 수 없고 새 비대위를 구성한들 (이 전 대표가) 가처분 신청할 것"이라며 "돌아갈 수도, 새 비대위 꾸릴 수도 없는 상태다. 정말 진퇴양난이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듣자 하지 감정이 격앙된다"며 "두 분 채무자(김·전 비대위원)가 말한 바는 이번에 가처분 인용되면 정당이 회복될 수 없는 상태에 빠지니 기각해달라는 건데 이게 정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이건 법원이 아니라 정당 내부에 있어야 한다. 법원 와서는 읍소와 정치를 하려고 한다"며 "정당 내에서 정치를 했어야 됐는데 윤리위라든지 적법 절차가 아닌 의총이나 전국위 방식으로 강행 처리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심문을 마친 뒤 "결정은 다음 주 이후에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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