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션감 너무 높은 신발, 달리기 할 때 부상 위험 높아
- 발바닥이 땅에 닿을 때의 ‘고유 수용성’에 영향 미쳐
- 근육·관절에 적절한 충격 분산을 위한 감각 훈련 필요
걷거나 뛰는 데 있어 신발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라면 신발의 중요성을 십분 공감할 수밖에 없다. 신발을 잘못 고르면 지면에 발이 닿을 때마다 그 충격이 고스란히 몸으로 전해져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반영된 덕분인지, 최근 신발들은 거의 대부분 ‘쿠션감’을 강조한다. 운동화는 물론이고 구두나 슬리퍼까지 모든 종류의 신발에 있어서 ‘편안한 쿠션감’은 이제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 요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무엇이 됐든 과도한 것은 경계가 필요하다. 너무 쿠션감이 좋은 신발로 인해 달리기 중 부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쿠션감 높으면 착지 감각 무뎌져
미국 플로리다 대학에서 최근 국제 학술 저널 「Frontiers in Sports and Active Living」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두꺼운 굽의 스니커즈를 신은 러너가 평평한 신발을 신은 러너에 비해 부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핵심적인 이유는 단순하다. ‘두꺼운 굽’으로 인해 발이 어떻게 착지하는지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쿠션감이 과하게 높은 신발에서도 마찬가지다. 쿠션이 없거나 적당한 수준의 신발은 ‘착지면의 느낌’을 알기 쉽다. 따라서 발바닥을 어떻게 착지시켜야 가장 편한지, 부상 가능성이 낮은지를 따져볼 수 있게 된다. 착지를 통제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그로 인해 부상을 겪을 위험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반면 쿠션감이 일정 이상을 넘어간 신발의 경우, 바닥에 발을 딛는 감각을 무디게 한다. 제품에 따라 착지 감각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쿠션감이 높은 경우도 있다. 이는 발바닥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여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지면을 딛을 때의 충격이 발목과 무릎으로 전달될 우려가 생긴다.
하체 관절의 움직임에 변수
쿠션감이 높은 신발의 핵심은 ‘충격 흡수’다. 걷기나 달리기를 비롯한 모든 움직임은 발을 뗐다가 다시 바닥에 딛는 동작으로 크고 작은 충격을 발생시킨다. 이때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신발의 쿠션이 흡수하게끔 설계된다. 이는 일반적인 걸음에서는 꽤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오래 걸을수록 발에 누적될 수밖에 없는 피로감을 줄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달리기에서는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달리기를 할 때 발에 가해지는 충격량은 걷기에 비해 높다. 또한, 움직임이 빠르기 때문에 충격의 빈도도 더 빠르다. 이때 쿠션 부분이 중간에서 충격을 흡수·분산해주기 때문에, 실제로 발과 땅 사이에서 발생하는 충격의 전달이 더 완곡하고 느리게 이루어질 수 있다.
발이 땅에 닿을 때의 충격은 오로지 발로만 감당하는 것이 아니다. 발목과 무릎, 다리 전체로 분산되며 충격을 흡수하게 된다. 이 사이에 신발의 쿠션이 추가되면 전체적인 충격 분산 프로세스에 변화가 생긴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일이 느끼기 힘들 정도의 미세한 차이일 수 있지만, 발목과 무릎, 다리 전체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변화’가 누적될 수 있는 것이다.
근육 사용, 충격 분산 시스템에 영향
인체 구조상 기본적으로 발을 뗐다가 착지할 때 발생하는 충격의 상당 부분은 발바닥이 흡수하게끔 돼 있다. 이때 발바닥이 흡수하는 충격이 쿠션으로 전해지도록 하는 것은 정밀한 설계가 필요한 일이다. 잘못된 설계는 본래 발이 감당해야 할 충격을 발목이나 무릎, 상황에 따라 엉덩이와 허리 쪽 관절에까지 전달할 수 있다. 쿠션감이 너무 강조된 신발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쿠션이 과도한 신발은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의 각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래사장을 걸을 때 발바닥이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지면서 발목을 삐끗하기 쉬운 것과 비슷한 이치다.
또한, 발의 ‘고유 수용성(proprioception)’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고유 수용성이란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발이 바닥에 접촉할 때 감각을 통해 어떤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본능적으로 알게 되고, 이를 통해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쿠션이 그 감각을 차단할 정도가 되면 발은 지면으로부터 아무런 피드백을 얻지 못하므로 어떤 근육을 사용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
발바닥의 착지 감각 훈련 필요
플로리다 대학 연구팀은 700여 명의 러너와 그들이 사용하는 신발의 유형, 그리고 부상 이력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또한, 특수하게 설계된 러닝머신과 모션 캡처 비디오를 사용해 참가자들의 달리기 패턴 및 동작에 관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의 나이, 체중, 달리기 횟수를 비롯해 동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를 통제한 결과, 쿠션 부분이 두꺼운 신발을 신은 러너들이 ‘걸음걸이에 혼란을 느낀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의 책임자인 헤더 빈센트 박사는 “커다란 쿠션이 달린 신발 대신 적당한 쿠션이 있는 신발로 바꾸고, 발이 지면으로부터 느끼는 감각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만약 기존에 이런 훈련이 돼 있지 않다면, 감각 훈련에는 최대 6개월까지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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