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韓 사극 마저 넷플릭스 1위를 하다니...공개 하루만에 1위한 작품

넷플릭스 ‘동궁’ 리뷰:궁중 잔혹극과 크리처물의 하이브리드, 절반의 매혹과 절반의 기시감

K-콘텐츠 시장에서 조선 사극과 비현실적 존재의 결합은 더 이상 낯선 문법이 아니다. 전 세계를 강타했던 ‘킹덤’이 좀비라는 서구적 크리처를 조선이라는 역사적 시공간에 이식해 성공했다면, 권소라·서재원 작가와 최정규 감독의 메가폰을 거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동궁’은 오컬트와 판타지 액션의 경계에서 또 다른 변주를 시도한다.

귀(鬼)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지닌 ‘구천'(남주혁 분)과 비밀스러운 궁녀 ‘생강'(노윤서 분), 그리고 압도적인 권력의 핵심이자 불안을 숨긴 ‘왕'(조승우 분)이 얽히는 이 8부작 드라마는 궁중 오컬트 잔혹극이라는 명확한 장르적 지향점을 제시한다. 결과물은 흥미롭다. 헐리우드식 다크 판타지 히어로의 궤적을 쫓으면서도 한국적인 무속 신앙과 궁중 미학을 덧입혀, 흡사 ‘조선판 콘스탄틴’을 보는 듯한 독특한 도파민을 선사한다.

‘동궁’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프로덕션 디자인과 연출의 시각적 완성도에 있다. 영화적 문법으로 구현된 현실 공간과 귀(鬼) 세계의 대비는 매혹적이다. 정제되고 차가운 톤으로 그려진 구중궁궐의 음산함은, 시각적 왜곡과 강렬한 색채를 활용해 시공간의 뒤틀림을 표현한 ‘귀의 세계’와 극적으로 충돌하며 작품 특유의 기괴하고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뒤틀린 시공간을 무대로 펼쳐지는 퇴마 액션은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전역 후 복귀작으로 칼을 갈고 나온 남주혁은 능력자이면서도 어딘가 엉뚱하고 결핍이 있는 ‘구천’의 캐릭터성을 유연하게 소화해 낸다.

특히 극 초반부, 현실과 귀의 세계를 교차하며 몰아치는 검술 액션은 다이내믹한 카메라 워킹과 타격감 넘치는 음향 효과가 결합되어 오컬트 액션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여기에 국악기와 현대적 베이스를 조화시킨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기괴하면서도 세련된 한국적 오컬트의 질감을 훌륭하게 지탱한다.

그러나 화려한 시각적 외피에 비해 이를 떠받치는 서사의 지지대는 다소 위태롭다. ‘동궁’은 초반 1회부터 4회까지 거대한 세계관의 설정과 룰을 설명하고 퍼즐 조각을 나열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시청자가 극의 미스터리에 본격적으로 몰입하고 ‘다음 회차’를 열망하게 만드는 동력은 서사의 중반부가 지나서야 겨우 발동된다. 방대한 다크 판타지적 설정을 8부작이라는 제한된 러닝타임 안에 욱여넣다 보니, 캐릭터 간의 관계성이나 감정선이 촘촘하게 쌓이기보다 기능적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짙다.

가장 뼈아픈 지점은 후반부 전개의 기시감과 예측 가능한 반전이다. 동궁에 깃든 원혼과 왕실의 추악한 비밀, 그리고 배후에 숨겨진 인간의 탐욕이라는 플롯 라인은 기존의 한국형 사극 스릴러나 오컬트 장르에서 무수히 보아온 문법을 그대로 답습한다.

장르 특성상 시즌제의 완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후반부 서사의 보수적인 선택은 피할 수 없었을지라도, 전반부가 보여준 서사적 신선함이 후반부로 갈수록 장르적 익숙함에 침식되는 과정은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촘촘하지 못한 텍스트의 빈틈을 메운 것은 결국 인물들의 살아 숨 쉬는 숨결이며, 이를 가능하게 만든 배우들의 탁월한 수행 능력이다. 군 전역 후 한층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남주혁은 다크 히어로로서의 묵직한 검술 액션을 소화하는 동시에, 어딘가 결핍되고 입체적인 ‘구천’의 면모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여기에 극의 미스터리를 이끄는 ‘생강’ 역의 노윤서는 비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영민한 눈빛을 보여주며 극에 단단한 중심을 잡는다.

무엇보다 작품의 심장 역할을 하는 것은 조승우와 장영남이라는 베테랑들의 경이로운 연기 조화다. 조승우는 특유의 압도적인 완급 조절을 통해 절대 권력자라는 전형적인 틀을 깨부수고, 내면에 도사린 깊은 불안과 압박감을 매 장면 촘촘한 레이어로 구현해 낸다.

이에 맞서는 장영남 역시 목소리의 톤과 호흡 하나만으로 화면 전체에 차가운 위압감을 불어넣으며 역대급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처럼 인물들의 앙상블은 서사가 다소 겉돌거나 개연성이 휘청이는 순간마다 시청자의 시선을 화면에 강력하게 붙들어 매는 가장 확실한 방어선이 되어준다.

결론적으로 ‘동궁’은 장르 팬들의 도파민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영리한 기획 상품이다. 한국적인 색채와 서구식 판타지 액션의 결합, 그리고 매력적인 능력자 캐릭터들의 공조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대중성과 독창성을 확보했다.

비록 초반 서사의 흡인력 부족과 예리하지 못한 반전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노출했으나, 눈을 사로잡는 비주얼 스펙터클과 배우들의 명연기만으로도 8부작의 여정을 따라갈 가치는 차고 넘친다. 시즌 2를 암시하며 마무리된 만큼, 다음 장에서는 확장된 세계관에 걸맞은 깊이 있는 서사적 회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동궁’은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할수 있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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