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국가지질공원 이야기] 중생대 백악기 호숫가에 모여들었던 제오리 공룡발자국
- 발자국만 300여개…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첫 천연기념물
2개 화석층 35개 보행렬 확인
목 긴 초식공룡 발자국이 77%
1억 년 전 생성 당시에는 평지
금성산 칼데라 영향 현재 경사
◇지질명소이자 천연기념물,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제두동(堤頭洞 혹은 堤豆洞)과 오대동(梧垈洞 혹은 梧大洞)을 병합하여 제오리(堤梧里)로 개칭했다. 동쪽으로는 운곡리(雲谷里), 서쪽으로는 학미리(鶴尾里), 북서쪽으로 하리, 북동쪽으로 만천리와 인접하고 있다. 바로 앞에는 고려 삼우당 문익점(文益漸, 1329~ 1398)이 1363년 중국 원나라에서 가져온 목화씨를, 손자 문승로(文承魯)가 조선 시대 태종(太宗, 재위 1400~ 1418) 때에 의성현감(義城縣監)으로 부임해 파종해 재배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인증받은 의성 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이자, 1993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가 이곳 제오리에 있다.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의 위치는 의성군 금성면 제오리 산111 및 산 111-3번지다. 대추불(대추비리)이라고 불리는 제오1리에 속한다. 지도상 해발고도는 160m이다. 공룡 발자국을 발견한 계기는 1987년 의성군 도로확장공사 중 산허리를 절개하는데 공룡 발자국 화석을 발견했다. 따라서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어서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공룡 발자국 화석은 지금부터 약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생성됐다. 1677년 영국 옥스퍼드셔(Oxfordshire)에서 세계최초로 공룡뼈가 발굴된 뒤, 연이어 세계 각국에서 공룡뼈와 화석 등이 발견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은 국내 공룡발자국 화석산지 중에서는 최초로 천연기념물에 지정되었다. 1,656㎡(약 500평) 되는 광범위한 야산 40도 경사지에 300여 개의 크고 작은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의 발자국이 함께 발견됐다. 대규모 공룡의 서식지였다.
현장에는 의성 국가지질공원, 문화재 안내표지판, AR 안내판이 있는데, 지질공원 탐방이니 의성 국가지질공원 안내표지판을 참고했다.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중생대 백악기에 다양한 종류의 공룡들이 찾던 곳이다. 특히 용각류(목 긴 초식공룡) 발자국이 전체 공룡발자국의 77%다. 2개의 발자국 화석층(Level 1~2)에 384개의 발자국과 35개의 보행렬이다. 이 중 수각류(육식공룡)는 발자국 13개 및 보행렬 2개, 용각류는 발자국 297개 및 보행렬 19개, 조각류(초식공룡)는 발자국 74개 및 보행렬 14개다. 퇴적암 층리면에 공룡발자국과 함께 물결자국 연흔(ripple marks)이 있다. 퇴적암 가운데를 자르고 있는 유문암질 암맥도 있다. 1억 년 전 공룡발자국 생성 당시에는 퇴적암 경사가 수평이었으나, 현재 고도는 해발 160m에 약 40도 경사졌다. 이는 7천만 년 전 화산분출 혹은 금성산 칼데라 함몰 등의 영향이라고 한다.
◇금성산 칼데라 영향을 받은 공룡발자국
제오리 공룡발자국에서 금성산이 보이는데, 금성산 방향으로 약 40도 정도의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다. 이는 ‘금성산 칼데라’ 영향으로 해석한다고 한다. ‘칼데라(Caldera)’란 스페인어로 ‘끓이는 냄비(cooking pot)’다. 과거 초등학교 때는 칼데라를 “마귀할멈이 용암 팥죽을 끓이던 가마솥”이라고 배웠다. 화산이 폭발할 때 화산체가 폭파돼 생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칼데라는 화산분출 후 지하에 있던 마그마방이 텅 비면서 화산 ‘화구’ 아래쪽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면서 생성된 지형이다. 칼데라에 물이 고여 생긴 호수가 ‘칼데라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화산체로 떠올리는 대표적인 곳은 백두산과 한라산이다. 백두산의 천지는 칼데라호이고, 한라산의 백록담은 화구호이다. 울릉도에도 나리분지라는 칼데라가 있는데, 칼데라 생성 이후에도 화산분출이 계속되어 칼데라 내부에 알봉이라는 중앙화구가 별도로 있는 이중화산이다. 금성산은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른데, 제오리 공룡발자국에서 보이는 금성산 모습도 장관이다.
이곳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를 아이들과 탐방하는 경우라면, 화석산지 옆에 공룡발자국이 찍혀 있는 쉼터나 보호수 느티나무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자. 어떤 공룡들이, 어떤 환경에 살았을까? 질문하거나 자문자답해 보는 것도 좋다. 기울어진 경사면에 공룡이 어떻게 걸어가며 발자국을 남겼을까? 금성산을 바라보면서, 금성산 화산 폭발 혹은 칼데라 함몰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경사면이 왜 생겼을까? 금성산 화산 폭발의 진동이었을까? 칼데라 함몰 때 지진 등으로 융기할 때 경동현상(傾動現象)일까? 과거를 상상하며 그림을 그려보는 건 어떨까?
◇중생대 땅 위의 지배자, 공룡
먼저 공룡(dinosaurs)이 지구상에 출현한 시기는 2억5천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에서 중생대 백악기 말 6천600만 년 전까지 생존했다. 2억500만년 전 트라이아스기 말 제4차 대멸종의 죽을 고비까지 넘기고 살아남았다. 끝내 6천600만 년 전 백악기 말 제5차 대멸종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공룡은 1억2천만 년 동안 지구상에서 최고 포식자로 군림했다. 6천600만 년 전에 제5차 대멸종의 재앙을 받아 공룡은 결국 지구촌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이들이 남긴 공룡발자국 화석을 통해, 구성 암석, 공룡발자국의 생김새, 크기, 폭, 보행렬 등을 통해 당시 공룡의 습성과 서식 환경 등을 연구할 수 있다.
인체공학상 사람의 신장은 발자국의 최대길이(엄지발가락~뒤꿈치 간격)에다가 0.15로 나눈 값이다. 관계식은 H = A / 0.15이다. 미국 뉴욕자연사박물관 공룡학회에서 일반적으로 공인하고 있는 공룡발자국 길이(A)로 공룡의 크기(엉덩이 높이 H)와 걷는 속도(S)에 관련 관계식이 있다. 즉 H(공룡의 엉덩이 높이) = 4A(발자국 길이)와 S(공룡의 보행속도) = H(엉덩이 높이) / A(발자국 길이)이다. 제오리 공룡화석 발자국 실측에서 384개를 다 측정할 수 없었다. 천연기념물이라 화석산지 둘레로 보호휀스도 있어 입구에 있는 발자국 화석만 어림잡아 측정했다. 큰 공룡의 발자국은 길이 90cm, 폭 83cm이고 작은 건 길이 77cm, 폭 62cm이다. H = 4A 관계식에 대입하면 큰놈의 엉덩이 높이가 3.6m이고 작은놈의 엉덩이 높이는 3.08m이다. 공룡의 체중에 대한 통계에서는 중앙값은 630kg이고, 현재까지 가장 무거운 공룡은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된 알젠티노사우르스(Argentinosaurus)로 40m의 길이에 70톤 정도였다.
1973년 청로리 골격 화석 발견
의성서 국내 첫 공룡 연구 시작
제오리·만천리 등 화석산지 다수
점곡면 송내리도 보전가치 우수
◇의성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 공룡뼈 화석들
1983년 4월23일 만화작가 김수정이 월간 ‘보물섬(1983~ 1993)’에 1993년 8월8일까지 연재했다. 작품 제목은 ‘아기공룡둘리’였다. 줄거리는 지구촌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도봉구 쌍문동 소시민 고길동의 집에 갑자기 군식구로 들어온 빙하시대 1억 년 동안 냉동된 아기공룡 둘리였다. 우주선 타임 코스모스의 고장으로 불시착한 외계인 도우너 서커스단에서 탈출한 타조 또치 등과 고길동의 일상을 코믹하게 그렸다.
아기공룡둘리를 외롭지 않게 하고자 하늘의 뜻에 따라 1987년에는 의성군 제오리에서 둘리의 가족 혹은 형제들이 나타난 것 같다. 그래서 둘리(Dooly, 杜里)의 이름을 따라 의성군에서는 제오리, 구계리, 송내리, 아기공룡 만천리 등의 동생들이 태어난 게 아닐까? 이제는 둘리의 집안도 많이 늘어나서 의성이 공룡씨 관향이 되어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머지않아 의성공(義城恐)씨 혹은 의성공룡(義城恐龍)씨가 세계 지질학계에서 새로운 족보로 등장하지 않을까?
의성군은 우리나라 공룡 연구가 시작된 곳이다. 1973년 의성군 청로리에서 국내 최초로 공룡 골격화석이 발견되었고, 최초의 공룡 발굴이 이루어졌다. 당시 공룡 종류는 목 긴 초식 공룡이었다. 발표 당시 울트라사우르스 탑리엔시스(Ultrasaurus tabriensis)라고 명명되었으나, 이 골격 화석은 불완전한 표본으로 국제적으로 학계에서 공식적인 공룡의 이름을 얻는데는 실패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룡 골격 화석이 산출되었고, 국내 공룡 골격 화석 연구가 시작된 곳이라는 중요한 의의가 있는 곳이다. 두 번째는 양승영 교수(경북대 지구과학교육과)가 1996년 중앙고속도로 도리원 의성 톨게이트 절개지에서 목 긴 초식 공룡의 어깨뼈를 발견했다. 그러나 발굴작업 환경조성 후에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석회석으로 밀봉조치를 해놓았다.
현재까지 의성군 제오리, 만천리 화석산지를 포함하여 다수의 화석산지가 존재한다. 이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례는 제오리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가 유일하다. 그러나 점곡면 송내리, 만천리 화석지의 경우 제오리 못지않은 자연유산으로서의 학술적 가치가 우수하기 때문에 향후 보존 및 기념물 등재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의성군에는 공룡발자국 화석만이 아니다. 공룡뼈까지 몇 차례 발굴됐다.
◇한반도에 대량 멸종의 임종을 맞이하고 있는 생명체들
한반도는 30~26억년 원생대에부터 고생대, 중생대 및 신생대 등의 모든 지질이 형성되었다. 한반도는 10억 년 전엔 호주대륙의 서쪽 얇은 바다의 한 부분이었다. 당시 한반도는 부탄 및 호주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5억7천만 년 전 고생대에서는 적도 부근 남위 12도에서 5도에 떠 있었다. 고생대 말기에 오늘날의 위치인 북위 38도까지 북상해 왔다. 고생대 말기와 중생대 초기에 남중국판과 북중국판의 충돌로 잦은 화산 폭발로 한반도의 지질구조와 공룡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로 인해 중생대 백악기 후기 한반도 경상퇴적분지(호수)에서 지구촌 모든 공룡이 대량 멸종을 맞이했다. 잦은 화산 폭발, 조산작용, 지진 등으로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없었다. 결국은 먹이 부족에다가 품었던 알마저 부화 되지 않았다. 그렇게 소리 없이 하나씩 지구촌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오늘날도 한반도에서 대량 멸종을 당하는 생명체들이 임종을 맞이하고 있다. 한반도는 지구촌 임종을 앞둔 생명체의 호스피스 병동(hospice ward)이다. 현재 한반도에서 임종을 기다리는 생명체로는 상괭이, 양비둘기, 가창오리 등이 있다. 상괭이는 웃는 얼굴을 하는 ‘한국 돌고래’로 서해안에 3만 마리가 서식한다. 우리나라에 비둘기가 100만 마리 정도 있으나 그 가운데 1만 마리도 안 되는 양비둘기는 고흥, 연천 및 구례 화엄사에 서식하고 있다. 철새로서는 한반도 도래지에 99%가 나타나는 가창오리는 수십만 마리로 짐작하나 각본 없는 임종 연출을 한반도에서 펼치고 있다. 참고로 언제 사멸되었는지 아무도 몰랐던 아무르표범이 한반도에서 최종 사멸했다는 학회보고가 최근 나왔다. 왜 한반도에서 생명체가 대형 사멸하는 임종 환자의 호스피스 병동으로 역할을 하는지 연구할 과제다.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를 탐방해 주심에 감사의 팁(tip)을!
이왕에 여기까지 왔으니 조문국박물관을 찾아보자. 특히 의성상상놀이터는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체험하며 공룡화석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이다. 금성면 고분군의 조문국 경덕왕릉을 찾아서 옛 도읍지를 회상하는 것도 좋다. 이곳 산지를 기울게 했던 금성산을 찾아가서 그 원인을 알아보는 것도 흥미롭다. 의성은 ‘공룡의 천국’이었다. 가까운 만천리에도 아기공룡발자국이 있다. 송내리, 남대천 공룡발자국이 많다.
언뜻 뇌리를 스치는 건, 이응준의 ‘꽃과 공룡’이란 시다. “공룡의 멸망에는 꽃이 개입되어 있다는 학설이 있다. 종종 추운 나라에서 공룡들의 뼈가 발견되는 것은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이 세계에 나타나 침엽수를 뜯어먹는 공룡들을 극으로 극으로 밀어냈기 때문이란다. 얼마나 우스운가. 꽃이 겁나 달아나는 공룡. 얼마나 놀라운가. 공룡의 거대한 꼬리를 뒤쫓는 꽃. 공룡들아. 오늘 나는 너희들이 두렵지 않다.” 라는 폭력에 대한 비폭력의 저항을 의미하는 평화의 시다. 오늘 이곳에서 마음의 평화를 담아가기를 바란다.
글=이대영 코리아미래연구소장
공동기획: 대구신문·의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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