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취임 후 첫 공개사과하는 정용진, 사과문에 담겨야 할 것들

정대연 기자 2026. 5. 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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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 신세계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 및 박종철 열사 희화화 논란이 벌어진 지 8일 만에 카메라 앞에 서서 직접 사과문을 읽는다. 정 회장의 사과는 이번 사태의 파장이 확산될지 진정될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은 2024년 3월 회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정 회장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의사결정 시스템 전반에 대한 반성,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책을 내놓는다면 시민 분노가 진정될 여지가 있지만, ‘급한 상황만 일단 넘기자’는 인상을 주게 되면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매출 타격은 현실화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낀 23~25일 연휴에 서울 번화가 스타벅스 매장엔 빈 자리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부동의 1위 자리에서도 배달의민족·메가MGC커피 등에 밀려났다. 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는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한 불매운동이 장기화할 경우 그룹 전체의 현금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취재를 종합하면, 유통업계와 소비자단체는 정 회장이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사과에 담아야 한다고 본다. 유통업계 관계자 A씨는 “설사 실무자의 실수라고 하더라도 여러 검토 단계를 거치는 대기업에서 이런 마케팅이 승인된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처음 마케팅 의도와 의사결정 과정, 책임자들에 대한 조치 등을 상세히 밝히고 최종적으론 정 회장 본인에게 책임이 있음을 인정해야 여론이 조금이나마 누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담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 이후 스타벅스가 4200억원 넘게 쌓아둔 선불 충전금 환불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현 약관상 이를 60% 이상 사용해야 환불을 받을 수 있다.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반민주적 역사관을 드러내는 것처럼 인식되는 상황을 사업자인 스타벅스코리아가 만들었기에, 선불금 환불을 통해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사태로 브랜드 이용을 중단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충전 잔액 전액을 조건 없이 환불해야 한다”며 “그것이 오너의 사과가 형식적인 말에 그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정 회장이 ‘멸공’ 등 극우적 정치성향을 드러낸 것 등이 누적돼 이번 사태의 파장이 더 커진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정 회장이 자신의 과거 언행에 대해 솔직한 반성을 내놓는 것이 스타벅스 사태 수습의 첫걸음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선 신세계그룹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도성을 확인하진 못 했지만, 진행 중인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 대처할 것’이란 수준의 입장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 B씨는 “정 회장의 그간 언행이 신세계그룹이 이런 사안에 둔감하거나 동조하는 분위기를 만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7년 전 박종철 열사 희화화 광고를 비판했음에도 불매운동을 피해간 ‘무신사’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신사는 사태 이후 조만호 대표가 박종철기념사업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전 직원 대상 역사 교육, 홍보물 제작시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반영한 다중 검수 체계 운영 등을 하고 있다. 곽도성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은 “무신사는 기념사업회에 기부도 하고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활동을 장기간 해왔다”며 “정 회장이 사진에 찍히기 위해 간단히 준비한 사과문을 읽고 고개를 숙이는 수준에 그친다면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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