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날부터 유튜브만 5억뷰...푸바오와 1354일의 기록

용인/구아모 기자 2024. 4. 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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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3일 오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관람객 6000여 명이 우산을 쓴 채 중국으로 떠나는 자이언트판다 ‘푸바오’를 배웅하고 있다. 무진동 트럭에 탄 푸바오를 직접 볼 순 없었지만, 트럭에는 푸바오의 대형 사진이 래핑돼 있었다. 푸바오는 이날 오후 4시 3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행 전세기를 타고 중국으로 떠났다./AP 연합뉴스

3일 오전 경기 용인 에버랜드 판다월드. 아침부터 굵은 빗줄기가 주룩주룩 쏟아진 가운데 ‘푸바오’의 팬들인 푸덕이(푸바오+덕후) 6000여 명이 입장권을 끊고 들어와 우비를 쓴 채 배웅을 위해 도열해 있었다. 푸바오를 인천공항으로 싣고 갈 무진동 트럭이 ‘장미원’ 분수대 앞에 멈췄다. 따라오던 푸덕이 중 일부는 ‘행복을 주는 보물 푸바오를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영원한 아기 판다, 푸바오를 잘 부탁해요’ 등 중국어로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푸바오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강철원 사육사(55)와 ‘작은할아버지’ 송영관 사육사(45)가 판다 팬들 앞에 섰다. 강 사육사는 애써 눈물을 참으려는 듯 “저는 지금 여러 가지 감정으로 혼선이 있기 때문에 (편지를) 보고 읽는 것으로 대신하겠다”고 했다. 지난 2일 그는 작별을 하루 앞두고 새벽 모친상을 당했다. 고개를 파묻은 강씨가 편지를 읽어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해주던 우리 푸바오가 먼 여행을 떠나야 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구나. 할부지는 네가 떠나도 루이·후이바오(푸바오의 쌍둥이 동생)와 즐겁게 놀아줄 거야. 동생들의 모습에서 늘 너를 찾아보고 떠올릴 수 있으니까”라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이어 “할부지가 남은 가족들도 잘 돌볼 테니 너도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해 다오. 너는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할부지의 영원한 아기 판다야. 내게 와줘서 고맙고 감사하구나. 푸바오 사랑해”라고 했다. ‘푸덕이’ 일부는 강 사육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편지를 읽어내려가자 곳곳에서 흐느끼기도 했다.

팬들과 인사를 마친 강씨가 트럭에 올라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송영관 사육사는 굳게 닫힌 트럭 문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곧 트럭에 붙어 있는 푸바오 사진에 이마를 맞댔다. 푸바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듯 푸바오가 실려있는 트럭 문을 손으로 토닥토닥 두드렸다.

이렇게 2020년 7월 20일 오후 9시 29분 한국에서 최초 자연 분만으로 태어나 1354일간을 보낸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의 중국행 일정이 시작됐다. 이날 에버랜드를 출발해 중국 선수핑 기지에 도착할 때까지 ‘푸바오 할아버지’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의 안정적인 이동을 위해 동행했다.

푸바오는 태어날 당시 몸길이 16.5cm, 몸무게 197g였다. 아빠는 ‘러바오’, 엄마는 ‘아이바오’. 2016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의 상징으로 우리나라에 보낸 선물이다.

생후 5개월이 지난 2021년 1월 4일 푸바오는 20kg의 성장한 모습으로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후 1155일 동안 550만명이 푸바오와 판다 가족을 직접 보기 위해 판다월드를 찾았다. 5분 단위로 관람 시간을 제한하는데도 판다를 직접 보려고 매일 8000여 명이 판다월드를 찾은 것이다. 에버랜드 판다 관련 콘텐츠 유튜브 총 누적 조회 수는 5억회를 기록했다. 온 국민이 10번씩 푸바오 영상을 본 셈이다.

그래픽=박상훈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는 국제 협약에 따라 다른 판다와 짝짓기를 하는 만 4세가 되기 전에 중국으로 돌아간다. 푸바오도 예외는 아니다. 강철원 사육사는 푸바오가 중국에 돌아간 뒤 낯선 언어 탓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평소 중국어를 섞어가며 소통했다. 지난 2일 모친상이라는 비보 앞에서도 강씨는 푸바오와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강 사육사의 가족들도 ‘돌아가신 어머니도 푸바오를 잘 보내주기를 원할 것’이라고 해 강 사육사와 가족들의 마음을 존중해 중국 이동을 함께 하게 됐다”고 했다.

푸바오가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공개된 지난달 3일엔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이 몰려오고, 최장 대기 시간도 400분을 기록했다. 판다 특유의 귀여운 용모는 물론, 사람처럼 사육사와 교감하는 모습이 인기를 끌었다. 푸바오에게 애칭도 잇따라 붙었다. 공주처럼 대접받는 ‘푸린세스(푸바오+프린세스)’, 용인 출신이라 ‘용인 푸씨’ 등으로 불렸다. 판다 굿즈(기념품) 판매량만 330만개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11시 푸바오를 실은 트럭이 에버랜드를 빠져나가 2시간여를 달려 오후 1시쯤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 도착했다.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는 푸바오가 이륙하는 비행기를 모습을 밖에서라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로 북적였다. 오후 4시 30분 중국에서 보낸 전세기에 푸바오가 올랐다. 이렇게 대한민국 동물원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푸바오가 1354일 만에 한국 땅과 작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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