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고장에 억대 빚을 져야 했던 냉동창고 시장,대표 단 한 사람이 혁신하다

냉동창고 한 번 고장에 자영업자가 억대 빚을 지는 이유

리승환 ㅍㅍㅅㅅ 대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이승용 프리즈 대표: 냉동창고, 냉동기 AS 플랫폼 쿨리닉 대표 이승용입니다. 콜드하우스, 콜드박스라고 공유형냉동창고, 냉동창고 임대 서비스도 하고 있습니다.

리: 냉동기가 뭡니까?

이승용: 예로 정육점의 그 많은 고기를 일반 냉장고에 넣어둘 수는 없거든요. 수백kg에 달하는 고기를 낮은 온도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게 냉동창고예요. 냉동기는 그 냉동창고를 돌리는 기계라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고장 나면 난리가 나요. 수천만 원, 수억 원에 이르는 고기가 상할 수 있으니까요.

마트 뒤편에는 대량의 신선식품이 냉동창고에 보관돼 있다

리: 당장 AS 부르면 되지 않나요?

이승용: AS를 부르죠. 먼저 설치한 업체에 전화합니다. 하지만 당장 대응이 힘들거나 업체가 증발한 경우도 많아요. 그럼 아는 곳이 없으니 냉동기에 붙은 스티커를 보고 전화해요. 오늘은 당장 안된대요. 그럼 다른 스티커 번호로 전화해요. 계속 수리업체를 찾아 헤매는 거에요. 그 사이 고기가 녹기 시작해요. 이런 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냉동기 고장 나서 물건 버리는 소상공인 무지하게 많습니다.

리: 아니, 그렇게 급한 건이면, 설치기사가 다른 데 연결해 주면 되잖아요?

이승용: 왜요? AS 의무가 있는 곳이 아니라면 굳이 그런 노력은 안 하죠. AS는 자기가 해야 돈이니까요. 냉동기는 고장이 자주 나요. 가정용 냉장고처럼 안정적인 환경이 아니거든요. 24시간 돌아가면서 열기, 추위, 습기에 노출됩니다. 자기가 잡고 있으면 몇 년에 한 번 수리하며 계속 돈을 벌 수 있어요. 물론 정말 급한 것 같으면 지인을 소개 해주지만, 그래도 수리가 제대로 안 될 때가 많죠.

냉동기 옆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티커

리: 그건 또 왜죠? 원래 설치한 사람만큼 못해서?

이승용: 아닙니다. 님 휴대폰이 망가졌어요. 그러면 AS 센터에 전화해서 기종을 말하겠죠? 근데 냉동기는 보통 주문제작입니다. 품번이 없어요. 엔지니어가 가서 확인해야 냉동기가 어떤 스펙인지 압니다. 그러면 이 사람은 또 수리를 위한 물건을 주문하고 가지러 가요. 최소 두 번은 왔다 갔다 해야 하고, 부품이 늦을 수도 있습니다. 이 와중에 음식은 상하고 사장님은 억대의 돈을 날리는 거죠.

리: 아…

이승용: 네, 그래서 전국 어디서든 사장님들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최소한 조금이라도 AS 기사가 빠르게 도착할 수 있도록 만든 냉동기 AS 매칭 플랫폼이 ‘쿨리닉’입니다.

근처 가장 가까운 AS 기사를 매칭시켜 준다


낙후된 냉동기 AS 시장을 매칭 앱으로 해결 도전

 리: 근데 님 어쩌다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겁니까?

이승용: 아버지가 냉동기 관련 사업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고3 때 저희 아버지가 40억 부도가 나서 깜빵에 갔어요. 직원이 돈을 빼돌린 거죠.

리: 시작부터 엄청난데요(…)

이승용: 그때 대학도 못 가고 쫓기듯 군대에 갔죠. 이후 가족들 밥 먹을 돈은 구해야 했고, 제일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게 냉동기 쪽 일이었죠. 제대할 즈음부터 바로 일했습니다. 벌써 제가 엔지니어 20년 차예요.

리: 돈은 좀 되나요?

이승용: 이게 완전 도제식이라 처음에는 월 50만 원씩 받고 일했습니다. 따라다니며 배우는 것만 해도 고맙게 생각하란 시대였죠. 제 팔에 흉터를 보면 알 수 있듯, 일도 엄청 거칠어요. 그런데 손에 완전히 익으면 괜찮기는 합니다. 저 같은 경력 많은 엔지니어면 한 타임 출장 나갈 때 기본 50을 받아요. 하루 200 넘게 벌 때도 있었습니다.

냉동기 AS 비싸다 하지 마라, 이런 사고가 비일비재하다

리: 와, 엄청나네요;;;

이승용: 물론 너무너무 힘들어서 그렇게는 거의 못 합니다. 근데 매일매일 냉동기 고장 나서 힘든 사장님들 보니까, 결국 AS 문제를 해결해야겠더라고요. 그때 카카오택시, 배달의민족 앱을 쓰게 됐어요. 아, 이렇게 AS 기사를 매칭해주는 플랫폼을 만들면 되겠다. 그래서 고졸에 엑셀, 파워포인트도 못 하던 제가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지원합니다. 그렇게 나온 앱이 ‘쿨리닉’이죠.

리: 장사는 잘되던가요?

이승용: 근데 막상 만들고 나니 막막하더라고요. 만들긴 했는데 아무도 몰라. 카카오택시야 전 국민이 카카오톡 쓰니까 상관없고, 배달의민족은 전단지라도 뿌릴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전단지를 뿌린다고 해도 냉동기를 쓰는 사람도 아닐 거고…

배민, 카카오택시와 달리, 냉동기를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캐리어 등 제조업체부터 신세계푸드, 중외제약 같은 대기업까지 AS

리: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이승용: 플랫폼이 양면시장이잖아요. 어차피 AS 받을 사람이 없으면, 엔지니어라도 모아보자… 그래서 엔지니어들이 모이는 네이버 카페에 이런 플랫폼이 있다고 글을 쓰기 시작했죠. 그렇게 몇 달 동안 쪽지도 보내고 하다 보니, 한 200~300명 정도 모이더라고요.

냉동공조인의 카페에 솔직하게 올린 글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리: 오, 생각보다 많이 모았네요.

이승용: 사실 엔지니어들도 불안했던 거죠. 일 나가면 많이 벌지만 일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요. 영업 수단이라 해봐야 냉동창고에 스티커 붙이는 게 다였고요. 너무 전문영역이라 크몽이나 숨고 같은 플랫폼에 올릴 수도 없고요. 무엇보다 쿨리닉은 수수료 없이 공짜였어요. 그때 뜬금포로 연락 온 곳이 캐리어였습니다.

리: 캐리어? 그 에어컨 회사?

이승용: 네. 캐리어가 냉동기 부품도 만들거든요. 여기 영업이사님께서 캐리어 제품이 잘 팔리는데 수리할 엔지니어를 찾기 힘들다, 쿨리닉에 연락하면 엔지니어 매칭해줄 수 있냐… 이런 이야기를 주시더라고요. 그때, 이 정도의 제조사도 AS를 제때 하기 힘들다는 문제를 알게 됐어요. 그래서 AS 의무가 있는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능도 개발했죠. 그때부터 여러 기업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지금 신세계푸드, 정관장, 중외제약, 이런 회사들이 저희 고객입니다.

대기업의 냉동물류창고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진은 대한민국 최대 냉장·냉동 창고인 남사물류터미널 / 지산그룹 제공

리: 오… 엄청난 회사들 이름이 나오네요.

이승용: 개인만 해도 냉동기가 고장 나면 몇천은 그냥 깨지는데, 기업은 훨씬 심각하잖아요. 그런데 냉동기 엔지니어가 기업화가 안 돼 있어요. 다들 개인으로 뛰죠. 쿨리닉에는 이 엔지니어분들의 DB가 모여있어요. 어느 지역에 AS가 필요하다, 어떤 제품 AS가 필요하다, 그러면 쿨리닉에 입력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그 지역에 있는 그 제품을 수리할 수 있는 엔지니어를 매칭해 드리니까요.

리: 그런 식으로 기업 고객을 늘려나가고 있는 건가요?

이승용: 네. 아예 큰 회사는 저희가 보증하며 관리해 드리고 있습니다. 보통 기업에 냉동기 엔지니어들이 없거나 부족하거든요. 저희 회사 소속 엔지니어가 가기도 하고, 저희 파트너 엔지니어가 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점점 기업들이 많이 사용하며 조금씩 B2C로도 이름이 알려지며, 알음알음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각 제품별로 매뉴얼화돼 있기에, 기업에 맞는 즉각 AS가 가능하다


냉동기, 반드시 미리 스펙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

리: 엔지니어로써 냉동기 고장 안 나고 잘 쓰는 법 좀 알려주십시오.

이승용: 제품이 고장 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일단 제일 중요한 건 제품의 스펙을 미리 아는 거예요. 보통 냉동기는 ‘노트북’ 같은 완제품이 아닙니다. ‘조립식 컴퓨터’에 가까워요. 그래서 고장 났을 때 엔지니어에게 그 스펙을 알려줘야 빠르게 수리가 가능합니다. 아니면 엔지니어가 와서 스펙만 확인하고 돌아가서 부품 가져오고, 무조건 두 번 왔다 가야 합니다. 그사이 음식 다 상하고요.

냉동기를 뜯으면 상당히 복잡한 부품들이 나온다

리: 그러면 스펙은 어떻게 알 수 있죠?

이승용: 언제든 엔지니어 불러서 냉동기 점검해달라고 하고, 그때 스펙을 기록해달라 하면 됩니다. 그걸 기록해 뒀다가, 나중에 고장 났을 때 그 스펙을 이야기하면 AS기사가 부품을 챙겨갑니다. 그러면 한번만에 수리 가능하겠죠. 근데 그런 거 왜 하냐는 엔지니어도 있을 거예요. 부품 하나하나 뜯고 확인하는 것도 꽤 번거로운 일이거든요.

리: 쿨리닉으로 신청하면 묻고 따지지 않고 해준다?

이승용: 네. 원래 엔지니어 출장비가 최소 30에서 시작인데, 쿨리닉 앱으로 신청하시면 무료로 스펙을 기록해 드려요. 그러면 나중에 AS 필요할 때 저희 고객이 되니까요. 한 번 쿨리닉을 부르면 냉동기의 주민등록번호 격인 RMS를 생성 관리해요. 주민등록번호 이야기하면 내가 어느 병원 갔는지 이력이 나오듯, RMS를 통해서 냉동기 스펙과 수리 내역을 관리합니다. 그러면 부품을 들고 갈 수 있으니 여러 번 움직이지 않고, 또 그사이에 식품이 녹아 몇천, 몇억 날리는 일도 없죠.

이렇게 상세 스펙이 기록되기에 헤맬 일이 없다

리: 일종의 보험인 셈이군요. 정기점검도 중요한가요?

이승용: 네. 6개월에 한번 정기적으로 점검만 받아도 고장이 훨씬 덜하죠. 점검 시에 이제 이상을 체크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고장이 나도 크게 터지거나 하지는 않아요. 출장 점검비야 몇십만 원이지만 수리는 기본이 백만 원 단위입니다. 또 제때 수리 못 하면 손실은 수천만 원대고요. 근데 보험도 안 드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냉동기도 굳이 점검받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죠. 그러면 최소한 기사 불러서 냉동기 스펙은 뽑아두길 권합니다.


연 20~30% 수익 나는 공유형 냉동창고 운영, 냉동창고 임대로 수익 극대화

리: 그래서 사업은 어떻게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까?

이승용: 제가 엑셀, 파워포인트도 모르고 스타트업에 오니까 다 신기하더라고요. 그 중에 하나가 위워크 같은 공유오피스였어요. 스타트업들이 공유오피스 쓰는 게 힙하기도 하지만, 일단 보증금이 싸고 2년 계약 없이도 편할 때 나갈 수 있잖아요.

한때 수십조 가치를 넘었던 위워크

리: 그렇죠. 괜히 사무실 잡아서 한 번에 큰돈 나가지 않죠.

이승용: 근데 사실 냉동창고도 이런 수요가 굉장히 많거든요. 유통 대기업은 자체적인 대형 냉동창고가 있습니다. 그런데 소상공인들은 냉동창고를 쓰기가 되게 애매해요. 사실 이분들은 보통 3~4평 정도, 커봐야 10평 정도 필요하거든요. 근데 일단 지으면 1천만 원 가까이 깨져요. 그만큼 부엌 공간은 줄어들고, 나중에 중고로 팔기 힘들고 철거 비용만 듭니다. 또 고장이 났을 때 고생을 엄청 하게 돼죠.

리: 그래서 공유 냉동창고를 만들었다?

이승용: 네. 가맹의 형태로 운영하지만 이미 2개의 공유형 냉동창고를 운영되고 있습니다. 300평 규모에서 월 5000만 원 정도 매출이 나옵니다. 이미 다 꽉 차 있고요. 딱히 도심지에 지을 필요가 없으니 임대료도 크지 않아서 이익률이 높아요.

가맹 운영 중인 공유 냉동창고

리: 와… 굉장하네요;;;

이승용: 이게 공유오피스와 비슷한 게, 계절 이슈도 있거든요. 예로 여름에 많이 나가는 게 있다. 그러면 그 시즌에만 냉동창고를 임대하는 곳이 있습니다. 여름 가면 또 추석 시즌에 많이 나가는 물건들이 창고에 들어오고요. 근데 한철 두철 때문에 냉동창고를 짓는 것도 낭비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월 58만원만 내면 냉동창고를 쓸 수 있습니다.

리: 나름 괜찮은 시장이군요.

이승용: 지금 3호점을 신갈에 지었고 계속해서 고객이 들어오고 있어요. 보통 오피스텔의 수익률이 5% 이하인데, 냉동창고는 20~30% 수준이에요. 앞으로 계속해서 이 사업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특히 지식산업센터를 주목하고 있어요. 냉동창고는 차량이 들어갈 수 있어야 하는데, 지식산업센터는 2층, 3층, 지하 2층, 3층까지도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구조가 많으니까요.


새로 내놓은 콜드하우스 신갈점, 훨씬 깔끔하다


트럭에 싣고 이동 가능한 냉동창고 콜드박스로, 필요한 곳 어디든 냉동창고 설치

리: 근데 또 냉동창고가 내 가게와 너무 떨어져 있어도 문제 아닌가요?

이승용: 그래서 저희가 추가로 시작한 사업이 ‘콜드 박스’입니다. 기존에는 냉동창고를 ‘지어야’ 했잖아요. 그걸 저희가 옮길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어요. 전화 주시면 아예 트럭에 냉동창고를 싣고 가서 ‘설치’해 드립니다. 정수기처럼 렌트하라는 거죠.

트럭에 실어 이동 가능한 냉동창고 콜드박스

리: 님 되게 신박한 거 많이 하네요;;;

이승용: 또 저희 콜드박스 서비스를 쓰면 좋은 게, 저희가 제공한 거니까 냉동기 스펙이 정확히 있잖아요? 그래서 AS 부르면 저희가 딱 맞는 부품을 가지고 옵니다. 아니면 아예 문제가 없도록 또다른 콜드박스를 트럭에 싣고 가도 돼요. 그러니까 고장으로부터의 위험이 전혀 없는 거죠.

트럭에 적재되는 사이즈의 냉동창고를 실어준다

리: 아무튼 전혀 모르는 신기한 시장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승용: 그만큼 냉동창고, 냉동기 쪽이 낙후된 거죠. 스타트업 대표님들 다 많이 배우고 똑똑하잖아요? 근데 이런 시장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아무런 개선이 없었던 거죠. 그런데 냉동기 엔지니어들은 저와 같은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냉동기 AS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서 많은 분들이 큰 피해를 보는데, 어떻게든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걸 조금씩 풀고 있는 거죠.

리: 감사합니다. 마지막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승용: 아직까지 현대화되지 못하고 개인들이 끌고 가는 산업영역들이 있어요. 냉동기 관련 기술이 그렇습니다. 발전하기도 어렵고, 엄청난 기술력을 가진 사람도 제자가 없어서 사라져 버리기도 해요. 속상하고 안타깝죠. 해외는 이미 현대화가 돼 있어요. 한국도 엔지니어가 기술로 대우받고, 또 사장님들이 AS 제때 못 받는 일이 없도록, 쿨리닉이 잘 자리잡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