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에 땀을 쥐는 범죄 추리 수사극. 주인공이 범인이 남긴 글씨체를 분석해서 범인을 잡아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런 걸 필적 감정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글씨가 남긴 흔적을 낱낱이 추적하는 과학수사 기법인데 이 필적에는 글씨를 쓴 사람의 평소 습관이나 성격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 그럼 이 필적을 완벽히 따라하는 건 불가능한 걸까? 유튜브 댓글로 “남 글씨체를 의도적으로 따라 쓰면 필적 감정사들은 알아챌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예일문서감정원 서한서 원장(전 국과수 문서 감정관)
“물론 글자 1~2글자 정도는 연습한다고 그러면 쓸 수도 있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아요. 왜냐 그러면은 저희들은 필적을 어떻게 하면 같게 쓰고 다르게 쓰는 걸 알잖아요. 그런데 일반인들은 아주 글자가 적거나 이러면 쓸 수는 있지만, 쓰는 속도라든지 이런 부분이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본인인지)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해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출신의 필적감정 전문가인 서한서 원장은 일반적인 경우엔 모든 요소를 고려해 완벽하게 복제하긴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구분해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나 범인이 작정하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글씨체를 의도적으로 다르게 쓸 경우엔 어려움이 많다고 하는데…
예일문서감정원 서한서 원장(전 국과수 문서 감정관)
“자기 필적을 완전히 숨기고 (타인과) 비슷하게 쓰려고 노력을 했기 때문에 그건 그냥 창조된 필적이에요. 필적감정을 한다는 건 통상적으로 이게 나중에 필적감정을 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쓰시는 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본인의 필적을 감추고 그런 목적을 갖고 쓰는 거에 대해 그거를 누가 썼는지는 찾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필적감정도 본인의 글씨체가 맞는지 아닌지 구별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춰 발전했다. 현재 필적감정이 주로 쓰이는 분야는 주로 계약서나 차용증 등 문서에 들어가는 서명이나, 고인이 남기고 간 증여 유서 등이 있는데 이런 경우 본인의 글씨체가 맞는지 아닌지 판별하는 게 더 중요하다.

감정 시 엔 필적을 감추거나 위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 사람이 일상적으로 써둔 일기장, 편지, 메모 등 조작이 어려운 비교물 여러개를 가지고 분석한다.

한국법과학연구원 이희일 박사(문자조형학)
“가장 쉬운 예를 든다면 유서 필적 같은 경우 가 있겠죠. 돌아가신 고인이 유서를 써놨는데 후손들이 봤을 때 유서의 전체 필적이 의심스럽거나, 이제 두 번째는 어떤 공적인 문서에서 본인이 한 서명하고 좀 다르게 보였을 때, 서명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서명이나 대부분이 그런 류의 감정이 많이 이루어지죠.”

그럼 필적 분석은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감정사들은 필체 하나만 가지고도 분석할 수 있는 요소가 엄청 많다고 하는데, 가장 주의 깊게 보는 것은 ‘항상성, 희소성, 변화성의 법칙이 지켜지는가’라고 한다.

항상성은 한 개인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특성을 말하고, 희소성은 그 사람만 가지고 있는 특이한 특성을 말한다. 그리고 한 사람이 매번 같은 글씨체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에 하나의 글 안에서도 필체가 변하는 변화성도 있다. 하나의 글 안에서 이 세 가지의 법칙이 꾸준하게 유지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적 분석의 기본이다.

예를 들면, ‘밥’이라는 하나의 단어를 쓰더라도 ㅂ의 순서, 각도, 단어가 시작하는 기필부의 형태와 끝나는 종필부의 길이 등이 사람마다 다르고, 모음과의 거리나 같은 ㅂ 자음이어도 첫 자음과 받침 자음에서의 차이 등 무수히 많은 구별 요소가 있다.

필체 외에도 문장 안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특이한 맞춤법, 개인 마다의 고유한 필압, 사용한 필기구의 종류까지 하나의 글에서 개인이 노력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모든 요소까지 세부적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이렇게 전문적인 감정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이를 뛰어넘는 범죄자는 등장하는 법. 그래서 요즘은 육안으로 보는 감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첨단 장비를 활용해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점점 누구 글씨체를 위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한국법과학연구원 이희일 박사
“분광 반응 장비를 이용해서 필기 잉크 부분을 비추게 되면, 각 파장대별로 필기구는 고유한 특징을 나타나게 돼 있어요. 여러 가지 특수한 장비들을 활용해서 감정을 하고 있는 거죠. 모방을 하려면 그 특징을 분석하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잖아요. 현실적으로는 좀 어려운 부분이고 (위조는) 거의 다 잡히죠.”

글씨체는 뇌가 남기는 지문이라고까지 말한다. 과거 지문 분석부터 이제는 DNA분석, 디지털포렌식, 필적감정까지 점점 과학수사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데, 과학수사가 더 발달해서 미제 사건들이 더 많이 해결되고 억울한 사람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