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땐 한국 이긴다” 베트남 자신감 뒤엔 이운재

24일(한국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6 AFC(아시아축구연맹) U-23(23세 이하) 아시안컵 3위 결정전. 한국을 상대로 연장까지 2대2로 맞선 채 승부차기에 돌입한 김상식(50)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이운재(53) 코치와 골키퍼 카오 반 빈(21)을 불렀다. 김 감독은 “이 코치 지시에 따를 수 있지?”라고 물었고, 카오 반 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이자 월드컵 본선에만 네 차례 나간 이운재 코치는 베트남 선수들이 우러러보는 지도자다. 특히 그는 2002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등 수많은 승부차기 승리를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K리그에선 12번 중 11번을 승리하며 경이적인 승부차기 승률(91.7%)을 자랑했다.
비디오 분석 등으로 한국 키커들의 성향을 파악한 이운재 코치가 베트남어로 오른쪽이나 왼쪽을 말하면 옆에 있던 후보 선수가 미리 약속한 수신호로 골키퍼 카오 반 빈에게 전달했다. 이 코치의 지시를 받은 카오 반 빈은 한국이 여섯 번 킥을 하는 동안 세 차례나 킥 방향을 읽고 몸을 날렸다. 공이 빨라 막지는 못했지만, 판단 자체는 옳았다. 반면 한국 수문장 황재윤은 별도의 분석을 하지 않은 듯 여섯 번 모두 자신의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는데 킥은 다 반대쪽으로 향했다. 승부차기 6-6 상황에서 카오 반 빈은 다시 한 번 정확히 몸을 던져 배현서의 킥을 막아냈다. 이어 응우옌 타인 난의 킥이 골망을 출렁이며 베트남이 7대6, 짜릿한 승리로 3위를 차지했다.

승부차기 승리라 공식 기록은 무승부였지만, 베트남 U-23 대표팀이 한국에 3무 6패 끝에 처음 거둔 승리였다. 한국은 1골 1도움으로 베트남 공격을 이끈 응우옌 딘 박이 후반 41분 퇴장을 당하며 수적 우세에 놓이는 등 슈팅 수 32-5의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끝내 무릎을 꿇었다. 2024년 대회에선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에 패해 파리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는데 2년 뒤엔 베트남에 굴욕을 맛본 것. 베트남 돌풍을 이끈 김상식 감독은 “10명뿐이었지만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미쓰비시컵(동남아선수권), 아세안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동남아시안게임 등 세 대회를 제패한 데 이어 U-23 아시안컵에서도 3위로 선전하며 베트남 팬들을 열광에 빠뜨렸다. 전북 현대에서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모두 9차례 K리그 우승을 경험한 그가 2023년 5월 팀이 리그 10위까지 추락해 지휘봉을 놓을 때만 해도 재기가 쉽지 않아 보였지만, 이제는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우뚝 섰다.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김 감독의 모습을 좋아하는 베트남 팬들은 이름 끝자인 ‘식’이 ‘식스(6)’를 연상시킨다며 그를 ‘엉클 사우(베트남어로 6)’라 부른다. 그러나 그의 진가는 친근함보다는 치밀함에서 나온다. 이번 대회 거의 매일 밤을 지새우며 비디오 분석에 매달렸고, 그 결과 상대에 따른 철저한 맞춤형 전략으로 성과를 냈다. 한국전에서는 지난 중국과의 준결승전 베스트 11 가운데 9명을 바꿔 나오는 과감한 승부수가 통했다. 여기에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골 넣는 수비수’로 한국을 16강에 올려놓은 이정수 코치와 월드컵 레전드 이운재 골키퍼 코치가 든든히 김 감독을 보좌한다. 2006 독일 월드컵에 출전했던 김 감독까지 더하면, 세 사람이 경험한 월드컵 출전 대회만 총 여섯 차례다.
한편, 25일 열린 U-23 아시안컵 결승에서는 일본이 중국을 4대0으로 완파하고 대회 2연패(連覇)를 달성했다. 2028 LA 올림픽을 겨냥해 21세 이하로 팀을 꾸린 일본은 이번 대회 16득점 1실점이란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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