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수박은 달잖아”…아이 안 낳으려던 한강 마음 돌린 남편의 한마디

김자아 기자 2024. 10. 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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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 ./뉴시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 작가가 아들과 저녁밥을 먹던 중 수상 소식을 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자녀 계획이 없던 한강이 마음을 바꾸고 아이를 낳기로 한 일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13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애 안 낳으려고 했던 한강 작가가 설득된 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2000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한강의 자전소설 ‘침묵’의 일부 내용이 첨부됐다.

이 소설에 따르면 한강은 결혼한 지 2년쯤 됐을 무렵 당시 남편과 자녀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강은 “못다 이룬 꿈을 자식의 인생에 이르러 성취하겠다는 식의 소유욕에 염증을 느꼈고, 다가오는 세상의 빛깔은 삭막하게 보였다”며 “잔혹한 현실의 일들을 볼 때면 고민 없이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남편은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지 않나”며 “그렇다면 한 번 살아보게 한다고 해도 죄 짓는 일은 아니지 않나”고 했다.

이에 한강은 “세상이 아름다운 순간들이 분명히 있고 현재로선 살아갈 만하다”면서도 “아이가 그 생각에 이를 때까지, 그때까지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몫도 결코 아닌데 어떻게 그것들을 다시 겪게 하느냐”고 했다.

한강의 이 말에 남편은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 여름엔 수박도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지 않나. 그런 것 다 맛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도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주고 싶지 않냐”고 되물었다.

남편의 말에 느닷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는 한강은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수박이 달다는 건 분명한 진실로 느껴졌다”며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의 맛을 생각하며 웃음 끝에 나는 말을 잃었다”고 고백했다.

한강은 지난 10일 대한민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마쳤을 때 수상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진 한강은 수상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정말로 놀랐고 오늘 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낭만적이고 감동적이다” “삶을 고통으로 인식해 출산에 부정적이었던 한강이 남편의 말에 자기 삶에도 진실한 즐거움이 있었다는 걸 상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빗소리도 들려주고 맛있는 여름의 수박 맛을 알려주고 싶은 아이와 차 한잔 하시며 노벨상 자축을 하셨겠구나” “이런 게 문학의 힘인가”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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