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암살 미수'…50일 남은 美대선에 어떤 영향줄까
트럼프, 현정부 책임론 꺼내들고 지지층 결집
초박빙 대선 구도에 50일 남은 시간도 변수
바이든 "비밀경호국, 더 많은 인원 충원해야"
해리스 "정치 폭력 규탄"…책임론에 '선긋기'
7월 피격때 처럼 트럼프 지지율 상승할까
양극단으로 나뉜 유권자들, 영향 없을 수도
16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다시 암살 위협을 받으면서 '정치 혐오' 문제가 대선 막판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용의자 라이언 웨슬리 루스(58)가 사건 현장에서 12시간 동안이나 머무른 것으로 드러나 비밀경호국(SS)의 '경호 실패'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 대선이 초박빙 대결 구도로 진행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두번째 암살 시도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책임론으로 연결시키며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반해 바이든 대통령을 위시한 민주당은 "미국에 정치 폭력을 위한 자리는 없으며, 이견이 있다면 투표소에 평화롭게 해결하자"며 "SS에 더 많은 인력이 충원될 수 있도록 의회가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도 "정치 폭력을 규탄한다. 이번 사건이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각자 맡은 바를 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아 오른쪽 귀 윗부분을 다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에는 자신 소유의 골프장에서 측근들과 골프를 치다가 화를 당할 뻔 했다.
골프장 사각지대인 울타리 밖에서 총을 겨누고 있던 용의자를 SS가 발견해 대응사격했고, 이에 달아나던 용의자를 추격 끝에 붙잡은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현재로선 미국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서로를 백안시 하면서 유권자들 사이에서 분열이 심화됐고. 이같은 '극단주의'가 또 다시 '정치 혐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월 피격 당시 말을 아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에는 현 정부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빙 대결 구도가 계속되고 있는 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해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용의자는 바이든과 해리스의 레토릭을 믿었고, 그 믿음에 따라 행동했다"며 "그런 레토릭이 내가 총에 맞도록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그동안 각종 유세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묘사한 바이든·해리스의 언사가 결국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로까지 이어졌다는 주장인 것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트럼프 피격 직전 "트럼프를 과녁에 놓아야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피격 5일 전 후원자들과의 통화에서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추후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암살을 사주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당시 마이크 콜린스 하원의원(공화·조지아주)은 해당 발언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총격에 대한 명령을 내렸다"는 음모론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그 발언은 실수였고, 분명한 것은 나는 십자선이 아니라 과녁이라고 말했다"며 "트럼프의 잘못된 정책을 집중해서 파고들어야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1·6 의사당 난입 사태'와 연관 지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최대 위협"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지지층 결집에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사건 직후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난 안전하게 잘 있다"며 "아무것도 날 늦추지 못할 것이고, 난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피격 당시 피투성이가 된 채로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싸우자'고 외쳤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과도 오버랩되는 장면이었다.
또한 용의자가 현장에 12시간 동안 머물렀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비밀경호국의 정보 수집 및 관리·대응이 적절했느냐는 추궁도 정치권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벌여, 용의자가 어떻게 오랜 시간동안 현장에 머물려 전직 대통령에게 근접할 수 있었는지를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SS의 초동 조치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안전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이 자칫 얼마남지 않은 대선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비밀경호국은 더 많은 자금과 인원이 필요하다"며 "만약 더 많은 요원이 필요하다면, 의회가 그들의 요구에 반응해야 한다"고 말해 불똥이 다른 곳으로 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나섰다.
지난 7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이 벌어졌을 때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 피격 이틀 뒤 공화당 전당대회까지 열리면서 트럼프 지지 세력은 강하게 결집됐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격 직후에도 유세장의 청중들에게 의연하게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겨 상당한 지지율 상승 효과를 거뒀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와 해리스 부통령의 돌풍으로 다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지만 또 다시 암살 미수 사건이 터지면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미지수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 결집과 함께 부동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두 번째 암살 시도인데다 이미 유권자가 극단으로 나뉜 상태여서 지난번처럼 의미 있는 지지율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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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steel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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