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그냥 먹는 줄 알았는데.." 살짝 익혔더니 몸의 방어 효과가 8배 높아지는 과

건강을 생각해 토마토를 사 오면 대부분 깨끗이 씻어 그대로 베어 먹습니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은 열을 가하면 비타민이 파괴된다는 말을 자주 들었기 때문입니다. 차갑게 먹어야 수분도 풍부하고, 붉은 과육 속 영양을 남김없이 섭취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토마토에는 이러한 상식을 뒤집는 성분이 하나 있습니다. 생으로 먹을 때보다 으깨고 살짝 익혔을 때 몸이 이용하기 쉬워질 수 있는 붉은 색소, 라이코펜입니다. 주인공은 바로 토마토입니다. 다만 익힌 토마토의 방어 효과가 누구에게나 정확히 8배 높아진다는 공식 기준은 없습니다. 특정 토마토 품종의 주스에서 라이코펜 흡수율이 일반 붉은 토마토 주스보다 약 8.5배 높았던 연구 등이 ‘익히면 8배’라는 말로 단순화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중요한 반전은 숫자가 아니라, 토마토의 라이코펜은 열과 분쇄를 거치면 단단한 식물 조직에서 풀려나 흡수가 쉬워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토마토가 붉게 익을수록 많아지는 라이코펜은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식물성 색소입니다. 식물은 햇빛과 산화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성분을 만듭니다. 사람의 몸에서는 라이코펜이 세포막과 지질이 산화 스트레스를 받는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꾸준히 연구돼 왔습니다. 하지만 생토마토 속 라이코펜은 단단한 세포벽과 미세한 결정 구조 안에 갇혀 있어 몸이 전부 꺼내 쓰기 어렵습니다. 토마토를 자르고 으깬 뒤 열을 가하면 세포벽이 무너지며 라이코펜이 음식 조직 밖으로 풀려납니다. 열에 의해 일부 라이코펜은 몸에서 비교적 흡수하기 쉬운 형태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가공한 토마토 제품의 라이코펜은 생토마토보다 이용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고, 열처리는 토마토의 이용 가능한 라이코펜과 항산화 활성을 높였습니다. 다만 오래 끓인다고 효과가 계속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열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비타민 C처럼 열에 약한 성분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살짝 익힌 토마토를 씹으면 부드러워진 껍질과 과육이 위장관으로 내려갑니다. 과육 속 수분과 자연당, 유기산은 소화 과정을 거쳐 작은창자에 도착합니다. 라이코펜은 지방에 녹는 성분이므로 담즙과 소화효소의 도움을 받아 작은 지방 방울 안으로 들어간 뒤 장 점막을 통과합니다. 이후 운반 입자에 실려 혈류로 들어가고, 먼저 간을 거쳐 혈관과 피부를 비롯한 여러 조직으로 이동합니다. 세포막 가까이에 자리한 라이코펜은 세포가 산화 자극에 대응하는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토마토 성분이 몸속을 순찰하며 나쁜 세포만 찾아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몸의 방어 효과가 높아진다’는 말은 세포 손상과 산화 스트레스에 관련된 생리 과정에 도움을 줄 가능성을 쉽게 표현한 것입니다. 토마토를 익혀 먹는다고 암이나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핵심은 토마토를 기름에 흠뻑 튀기는 것이 아니라, 소량의 건강한 지방과 함께 짧게 익히는 것입니다. 라이코펜은 지용성이라 지방이 거의 없는 상태보다 올리브유 같은 기름이 조금 있을 때 흡수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잘게 썬 토마토를 올리브유와 함께 익혀 먹은 뒤 혈중 라이코펜 농도가 유의하게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기름을 많이 넣을수록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토마토를 치즈와 버터, 베이컨에 덮어 먹으면 포화지방과 열량이 크게 늘어납니다. 설탕을 넣은 토마토주스와 짠 케첩, 나트륨이 많은 소스도 생토마토와 같지 않습니다. 특히 혈압과 혈당을 관리하는 사람은 ‘토마토로 만들었다’는 문구보다 첨가당과 나트륨 함량을 확인해야 합니다. 좋은 성분을 더 많이 흡수하려다가 식사 전체가 달고 짜고 기름지게 변하면 오히려 건강 목적에서 멀어집니다.

토마토는 한입 크기로 자른 뒤 팬에 올리고 올리브유를 한두 방울만 더해 3~5분 정도 가볍게 익혀 보십시오. 껍질이 살짝 주름지고 과육이 부드러워지면 충분합니다. 계란과 함께 볶거나 양파와 버섯을 넣어 수프로 만들면 단백질과 채소를 한 접시에 챙길 수 있습니다. 토마토소스를 고를 때는 설탕과 소금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고, 파스타 면보다 채소와 콩·생선에 곁들이는 편이 좋습니다. 생토마토도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비타민 C와 아삭한 식감은 생으로 먹을 때 살리기 좋으므로, 점심에는 생토마토를 먹고 저녁에는 익힌 토마토를 활용하는 식으로 번갈아 먹으면 됩니다. 위식도역류질환이나 위산 자극에 민감한 사람은 공복에 많은 양을 먹지 말고, 익힌 토마토를 식사와 함께 소량 섭취하는 편이 낫습니다.

토마토는 살짝 익혔다고 모든 영양이 8배로 증가하는 기적의 식재료가 아닙니다. 그러나 늘 차갑게만 먹던 토마토를 가끔 으깨고 짧게 익히면, 단단한 세포벽 속에 갇혀 있던 라이코펜을 몸이 이용하기 좋은 상태로 섭취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에 매달리는 일이 아니라 생토마토와 익힌 토마토의 장점을 함께 누리는 것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햄과 소시지를 볶던 팬에 토마토와 양파, 계란을 넣어 보십시오. 기름과 소금은 줄이고 토마토의 자연스러운 감칠맛을 살리면 됩니다. 지금 익힌 붉은 토마토 한 접시와 줄인 가공육 한 조각이 쌓이면 10년 뒤에도 세포와 혈관의 부담을 덜고, 가족과 활기찬 식탁을 나누는 든든한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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