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골목에 들어선 골프웨어 매장…말본이 매장 대신 ‘가옥’을 택한 이유

안혜원 2026. 5. 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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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말본 가옥' 가보니
사진=말본 제공

서울 북촌 골목 안쪽에 자리한 2층짜리 단독 건물. 여느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골프웨어 매장이 펼쳐진다. 매장 내부에선 한국 전통 가옥 스타일의 차분한 인테리어와 상반된 분위기의 디제이 음악이 흘러나왔다. 전통과 현대가 혼재된 공간 구성으로, 말본 브랜드가 지향하는 정체성을 담았다.

말본골프가 서울 북촌에 새 플래그십 스토어 ‘말본 가옥’을 열었다. 도산대로 ‘말본6451’, 성수동 ‘말본 성수’에 이은 세 번째 플래그십이자 브랜드가 처음 선보이는 단독 건물 매장이다. 연면적 208㎡(약 68평) 규모로 지상 2층과 루프톱으로 구성됐다. 말본은 이 공간을 ‘스토어’나 ‘매장’이 아닌 ‘가옥’이라고 이름 붙였다.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브랜드의 취향이 담긴 집에 고객을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사진=말본 제공


북촌을 택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한옥과 골목, 오래된 풍경이 남아 있으면서도 전통과 현대, 로컬과 글로벌 감도가 공존하는 지역성이 말본의 브랜드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고 봤다. 강민지 말본골프 마케팅 부문 프로는 “취향이 담긴 집에 손님을 초대하는 느낌을 담았다”며 “북촌의 지역성이 필드와 일상을 넘나드는 말본의 방향성과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매장 내부는 차분한 우드 톤 인테리어에 한국 전통 청자에서 따온 옥빛 컬러를 더했다. 전통 창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장식도 곳곳에 배치했다. 매장 안에는 골프를 즐기는 DJ 프리즈와 협업해 만든 전용 음악이 흘렀나왔다. 가야금과 북소리 등 한국적 사운드를 접목한 배경음악이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익숙하다.


2층엔 경험형 콘텐츠를 배치했다. 서울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와 모자, 전통 갓을 모티브로 한 볼 파우치, 와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고객이 직접 와펜을 골라 제품을 꾸밀 수 있도록 한 참여형 콘텐츠다. 향후 한복을 입은 말본의 상징 캐릭터 ‘버킷’ 키링 등 북촌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말본은 북촌 익스클루시브 제품과 협업 컬렉션을 단독 또는 선공개하고, 패션·음악·아트 프로그램까지 운영해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옥상 공간은 휴식 공간으로 꾸몄다. 다소 비효율적인 공간 배치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비워둔 공간이다. 매출 효율을 따져 상품을 더 진열하는 대신, 북촌 전경을 바라보며 머물 수 있도록 한 일종의 라운지 공간을 마련했다. 말본 관계자는 “가옥 자체를 단순히 옷을 구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했다”고 했다.


최근 패션업계는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속속 개장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가 일상화되면서 생긴 변화다. 오프라인 매장이 단순 판매 채널로 기능하기엔 다소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브랜드의 세계관을 알리고 홍보할 수 있는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말본 가옥 역시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라기보다 ‘말본 브랜드’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앞서 말본은 압구정 '말본6451', 성수 말본 매장을 통해 이 골프 기반의 브랜드 헤리티지와 퍼포먼스를 소개했다. 이번 북촌점은 그 연장선에서 커뮤니티와 지역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말본 공동 창립자이자 공동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인 스티븐 말본과 에리카 말본이 내·외관 설계를 직접 디렉팅했다. 말본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일상복·여행복·컬처웨어 소비자로 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골프를 치지 않는 소비자에게도 브랜드를 노출하고, 기존 40대 중심 고객층에서 20대 후반까지 소비층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말본 관계자는 “골프웨어의 틀에서 벗어나 일상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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