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시그니처은행도 파산…정부 대책에도 전전긍긍 ‘도미노’ 위기

정원식 기자 2023. 3. 1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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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부문 자산 비중 커 ‘패닉’…퍼스트리퍼블릭도 불안
투자자들 “예금 보호해줘도 빼서 더 안전한 곳으로 옮길 것”
한산한 시그니처은행 미국 뉴욕시에 있는 시그니처은행 한 지점의 보안요원이 이 은행이 파산한 12일 밤(현지시간) 지점 안에서 신문을 읽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주 시그니처은행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틀 만인 12일(현지시간) 폐쇄됐다. 실리콘밸리 인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서도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가 이날 예금자 보호대책을 내놨지만 SVB발 충격파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뉴욕주 규제당국인 금융서비스부(DFS)는 이날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이 지난 10일 SVB에 폐쇄 명령을 내린 지 이틀 만이다.

시그니처은행은 미국 내에서 뉴욕·코네티컷·캘리포니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주 등에서 영업해왔고,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1103억6000만달러(약 146조원), 예치금은 885억9000만달러(약 117조원) 규모다. 주력 사업 분야는 상업용 부동산과 디지털자산 은행 업무 등이지만,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예치금 가운데 가상통화 부문 비중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은 지난 8일 청산을 선언한 실버게이트은행과 함께 가상통화 회사 간 실시간 자금 이체를 용이하게 하는 결제 네트워크를 제공해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시그니처은행 예치금의 약 4분의 1이 가상통화 부문에서 나왔다.

시그니처은행은 지난해 가상통화 테라USD·루나 붕괴와 대형 가상통화 거래소 FTX 파산으로 가상통화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실버게이트와 SVB가 잇따라 파산하면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시그니처은행 이사회의 바니 프랭크는 SVB 파산 이후 시그니처은행의 가상통화 관련 자산에 대한 고객들의 우려가 커졌다면서 지난 10일 수십억달러 규모의 뱅크런을 겪었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FDIC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SVB와 시그니처은행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관계없이 전액 보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업계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서도 뱅크런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도 SVB처럼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고객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의 총자산은 2022년 말 기준 2126억달러(약 279조원), 총예금은 1764억달러(약 231조원)로 SVB와 비슷한 규모다. 실리콘밸리의 한 투자자는 “정부가 전체 예금은 보호해 준다고 하지만 스타트업과 VC들은 은행 문이 열리면 안전한 곳으로 돈을 옮기려 한다”고 전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이날 뱅크런을 막기 위해 연준과 JP모건체이스 등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수혈받아 가용 유동성을 700억달러(약 91조원)로 늘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 밖에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와 팩웨스트 뱅코프 등 위험자산이 많거나 현금 인출에 민감한 고객층을 둔 은행들에 대한 우려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두 은행 모두 지난 10일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과 함께 주가 폭락으로 주식 거래가 일시 중단된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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