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밑바닥 수심 11km 챌린저 해연의 괴생명체들

지상 기압의 1000배 넘는 수압,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챌린저 해연

지구상에서 가장 깊고 어두운 곳인 마리아나 해구는 인류에게 우주만큼이나 미지의 영역이다.

태평양 서쪽에 위치한 이 해구의 가장 깊은 지점인 챌린저 해연의 수심은 약 1만 900미터에 달한다.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를 거꾸로 박아 넣어도 2천 미터나 남을 정도의 깊이다.

이곳의 환경은 문자 그대로 생지옥과 다름없다.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영구적인 암흑 속이며 수온은 빙점에 가깝다.

무엇보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압이다.

수심 1만 미터의 압력은 지상의 1천 배가 넘으며 이는 손가락 위에 1톤 트럭을 올려놓은 것과 맞먹는다.

강철로 만든 잠수함도 캔 깡통처럼 찌그러질 수 있는 이 극한의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살고 있다.

꼼치류나 단각류 같은 심해 생물들은 엄청난 수압을 견디기 위해 독특한 진화 방식을 택했다.

압력에 취약한 공기 주머니인 부레를 없애고 뼈를 젤리처럼 유연하게 만들거나 근육을 흐물흐물하게 변형시켰다.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질 또한 고압에서도 굳지 않는 특수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생존이 가능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인류가 달에 보낸 사람보다 이곳 바닥을 밟은 사람이 더 적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접근이 어려운 금단의 구역이지만 인간의 손길은 이미 이곳을 더럽히고 있었다.

최근 심해 탐사선이 바닥을 훑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거대 괴수가 아닌 구겨진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사탕 껍질이었다.

심지어 이곳에 사는 심해 갑각류의 체내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기도 했다.

인류는 아직 지구의 바닥을 정복하지 못했지만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이미 지구의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했다.

심해의 괴물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연의 끝자락까지 파고든 인간의 오염이라는 사실이 씁쓸함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