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미식가 ‘고로 상’ 부산 왔다…가장 맛있었던 가게는 “비밀”
극장판 ‘고독한 미식가’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영화에서 감독·각본·주역 도맡아
“드라마 통해 한일관계 개선 도움되길”
일본의 수입 잡화상 ‘이노가시라 고로’는 프랑스 파리 출장 비행기에서 깜빡 잠드는 바람에 기내식을 두 번이나 놓치고 만다. 에펠탑 앞 광장에 우두커니 멈춰 선 고로는 깨닫는다. “배가 고프다.”
뭔가 결심한 듯이 걸어간다. “좋아, 가게를 찾자.” 배가 고프다고 절대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 골목을 돌아다니며 신중히 식사를 고른다. 이번에는 정통 프렌치 식당이다. 어니언 수프와 비프 부르기뇽을 먹으며 속으로 생각한다. “전 세계를 다니며 이 수프를 퍼주고 싶군.” “수프에서 고기로 진군하여 프렌치 쿠데타를 이뤄 낸 거야.”
2012년부터 10개 시즌이 제작되며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원조 ‘먹방’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 상’ 마츠시게 유타카가 한국에 왔다. 마츠시게가 감독을 맡은 극장판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마츠시게는 3일 부산 영상산업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드라마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인연이 이어지면 언젠가는 사이가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만든 작품이 도움이 된다면 제 인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 대만에서 많은 분들이 <고독한 미식가>를 사랑해주시는 점에 놀라움을 느낍니다. 솔직히 저는 한일관계, 일중관계도 그렇고 아시아는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해요. 산업도, 문화도 함께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진심으로 생각합니다.”
마츠시게는 극장판에서 감독·각본·주연을 도맡았다. 사실 마츠시게는 어릴 때부터 ‘영화소년’으로 영화감독이 꿈이었다. 8㎜ 필름 영화를 찍을 자금을 모으려고 연극 배우로 연기 경력을 시작했다. 마츠시게는 “감독으로서 배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머리를 써야 해서 힘들었고, 즐거웠고, 재미있었다”며 “남은 인생이 길지 않은데 이렇게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에 대한 동경은 항상 있었습니다. 일본 드라마 업계에 자극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봉준호 감독님께 편지를 보냈습니다. ‘<고독한 미식가>는 한국에도 아는 사람이 많으니 같이 해보면 좋겠다’고요. 봉 감독님은 ‘일정 때문에 어렵지만 기대하고 있겠다’고 답변하셨어요. 다른 일본 감독이 하느니 차라리 내가 하자고 결심했죠.”
영화에는 고로의 옛 연인 사유키의 딸 치아키가 등장한다. 치아키의 할아버지가 그리워하는 국물 요리 ‘잇짱지루’를 찾아다니다 본의 아니게 한국에 도착해 황태해장국의 깊은 감칠맛에 감동한다. 고로가 여행하는 경남 남풍도와 구조라 마을은 한국인도 잘 모르는 장소다. 한국 배우 유재명이 출연하고, 쿠키 영상에 한국어 대사도 있다. “저는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한국 방송을 들었습니다. 한국에 와 봤더니 기후도 채소도 비슷한데 맛이 달랐어요. 한국의 바닷마을 여러 곳을 둘러보다 황태해장국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마츠시게가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이었다. ‘마츠시게=고로 상’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확고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고독한 미식가>를 계기로 ‘먹방’ 콘텐츠가 확산했다. 마츠시게는 “제가 12년 전에 이 드라마를 만났을 때는 ‘아저씨가 밥을 먹을 뿐인데 재밌다는 사람이 있을까’하고 불안했다”며 “저한테는 ‘먹는다’는 행위에 특화한 드라마가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드라마에 질린 분들이 그냥 먹기만 하는 드라마에 매력을 느낀 것이 아닐까요. 사실 드라마지만 절반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식당을 방문해 실제 음식을 먹으니까요. 먹는다는 행위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식문화와 식습관이 반영돼요.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충실하려고 했습니다.”
이노가시라 고로는 ‘혼밥’ 캐릭터다. 반드시 혼자서 식사한다. 드라마 10년 동안 120회가 넘는 식사를 했지만 절대 타인과 함께하지 않았다. (다만 영화에선 한국 법무부 입국심사관(유재명)에게 같이 식사하자고 권한다.) 과거 ‘혼밥’이 흔치 않았던 한국에서도 <고독한 미식가> 덕분에 ‘혼밥 문화’가 확산했다. “드라마 덕분에 한국에서도 ‘혼밥’이 부끄럽지 않게 됐다면 감사한 일입니다. ‘먹는다’는 행위는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먹는 자유는 ‘혼밥’이 허용될 때 더 높아집니다.”
수많은 식당을 찾아다닌 마츠시게가 꼽은 ‘찐맛집’은 어디일까. 아쉽지만 마츠시게는 “맛있는 가게는 비밀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도쿄에서 새로운 시리즈(시즌 11)를 촬영하고 있는데 2곳이 맛있었어요. 하지만 방송에 나가버리면 아무리 저라도 예약을 할 수가 없어요. 방송되기 전 아내와 함께 슬쩍 다녀올 생각입니다.”
부산 |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민주당 의원 ‘특검’ 주장하며 끼어들자 권영진 “저거 완전 쓰레기네”
- 조국 “보수의 아성 부끄럽지 않게…대구부터 윤석열·김건희 심판해 달라”
- 박수홍♥김다예, 신생아 촬영 직원 지적→삭제 엔딩…여론 의식했나
- 소식 끊겼던 47살 ‘보이저 1호’···NASA, 43년 동안 사용않던 송신기로 교신 성공
- [단독]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일었던 양평고속도로 용역 업체도 관급 공사 수주↑
- 유승민 “윤 대통령 부부, 국민 앞에 나와 잘못 참회하고 사과해야”
- “부끄럽고 참담” “또 녹취 튼다 한다”···‘대통령 육성’ 공개에 위기감 고조되는 여당
- 김용민 “임기 단축 개헌하면 내년 5월 끝···탄핵보다 더 빨라”
- [한국갤럽]윤 대통령, 역대 최저 19% 지지율…TK선 18% ‘지지층 붕괴’
- 민주당, 대통령 관저 ‘호화 스크린골프장’ 설치 의혹 제기… 경호처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