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올림픽 등 국민적 스포츠 중계 무료 시청 보장해야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유료방송이 단독 중계하는 첫 번째 올림픽이다. 유료방송 미가입 가구는 올림픽 TV 시청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독점중계권을 가진 유료채널 JTBC와 무료 시청 가능한 지상파 방송사 간 중계권 재판매 협상이 성사되지 않은 탓이다. 영국과 호주 등 해외 주요국에서 올림픽 방송에 일정 수준 ‘무료’ 시청이 보장된 상황과 뚜렷이 대비된다. 방송법상 보편적 시청권을 JTBC가 충족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의 이유다.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 관심도가 높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누구나 차별 없이 시청하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국가적 스포츠 이벤트는 사회 전반에 긍정적 외부효과를 유발하는 문화적 공공재란 인식이 근간에 있다. 대표팀 경기는 가격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사회통합과 국민행복 등 사회적 편익을 창출하므로, 국민 시청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시청할 권리를 ‘문화적 시민권’의 핵심 요소로 본 사회학자 데이비드 로 등 학계의 기본 인식이자, 보편적 시청권을 가장 먼저 제도화한 호주·영국·유럽연합(EU)의 핵심 논리다.
호주는 1992년부터 ‘안티 사이포닝’ 제도를 통해 주요 스포츠의 무료 지상파 중계 우선권을 보장해왔다. 영국도 1996년 올림픽 등 국민적 스포츠를 시청가구 95% 이상이 볼 수 있는 무료방송으로 중계하도록 ‘리스티드 이벤트’ 규정을 법제화했다. EU는 1997년 ‘국경 없는 TV 지침’에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벤트의 무료 중계 원칙을 포함했다. 이후 영국과 벨기에가 월드컵과 유로피언 챔피언십 전 경기를 무료방송 대상으로 지정하자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은 재산권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EU 법원은 2011년 문화 향유권 등 공익적 가치가 상업적 재산권에 우선한다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스포츠의 무료방송 원칙을 공고히 했다. 이 판단은 2013년 유럽사법재판소와 2018년 독일 연방행정법원에서도 확인됐다.
이 원칙은 TV를 넘어 온라인 매체로 확대되는 게 최근 흐름이다. 호주와 영국은 2024년 TV에만 적용되던 무료방송 우선 원칙을 온라인 매체로 확대해 유료 구독 없이 국민적 스포츠 이벤트의 온라인 소비를 가능케 했다. 반면 우리의 방송법은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수단’이란 모호한 표현과 시청가구 90% 요건을 둘 뿐, 필요한 무료방송에 대한 원칙이 없다. JTBC는 유료방송 가입률이 높아 보편적 시청권의 법적 기준을 충족한다고 주장하지만, 유료방송 미가입 가구는 그 수치와 관계없이 올림픽 TV 시청에서 배제된다는 점에서 보편성 훼손은 불가피하다. 이는 시청을 위해 단 한 명에게라도 상업적 계약을 강요하는 것을 보편적 시청의 장벽으로 본 EU 지침과 유럽사법재판소 판례와 같은 논리다.
이번 동계올림픽의 국민적 열기가 이전만 못하다면 이는 방송 구조의 문제가 크고, 그 결과 올림픽 방송이 확산하는 공공의 혜택이 손실될 수 있다. 이제 우리도 보편적 시청권을 국제적 기준에 맞게 개정할 때다. TV뿐 아니라 온라인 매체에도 무료 시청 우선 원칙의 도입을 고려할 만하다. 상업적 독점권과 시청권이 충돌할 경우 시청권을 우선한 유럽 법원의 판결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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