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냄새, 왜 여자만 화나게 만들까

체취에 포함된 특정 물질이 여성의 공격성을 부추기는 반면 남성은 온화하게 만든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와이츠만과학연구소는 1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체취와 공격성에 관한 논문에서 이 같은 사실을 소개했다.

피부 밖으로 분출돼 체취로 지각되는 물질들을 들여다보던 연구팀은 아기 두피에서 분비되는 헥사데카날(hexadecanal, HEX)이 여성을 공격적으로, 남성을 온화하게 만드는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남녀 피실험자들을 모집한 뒤 HEX를 맡게 하고 공격성 측정에 나섰다. 거세게 도발하는 대전 상대에 맞선 피실험자들은 화가 나는 정도에 따라 관련된 버튼을 누르거나 소리를 냈다.

'HEX'는 여성을 대체로 공격적으로 만든다. <사진=pixabay>

그 결과 여자들은 대체로 공격적이 되는 반면 남자들은 공격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 피부나 침, 대변에 포함되는 HEX는 쥐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이미 입증됐다. 특히 유아가 스트레스를 느낄 때 관여하는 물질로, 모성과 연관성이 추측돼 왔다.

실험 관계자는 “HEX는 아기를 지키려는 모성 본능을 자극해 여성을 공격적으로 만드는 듯하다“”며 “이에 노출된 남성이 반대로 공격성이 떨어지는 것은 남성 자체가 아기에 위험한 존재일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즉 연구팀은 HEX가 남성을 침착하게 만들어 아기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만든다고 판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실험 결과는 특정 화학물질이 뇌 내 네트워크에 적극 작용한다는 증거”라며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남녀 모두 HEX에 의해 대뇌 각회(angular gyrus, 측두엽과 경계에 위치한 두정엽 부위), 특히 좌각회 활동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HEX'에 노출된 남녀가 각각 게임을 하면서 느낀 스트레스 정도의 차이 <사진=와이츠만과학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우리 뇌의 좌각회는 언어 중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상대와 의사소통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조절하고 정보를 인식하는 영역이다. HEX에 노출된 남성은 각회 활동과 공격성에 관련된 뇌 네트워크 접속이 활발해졌지만 여성은 반대였다.

실험 관계자는 “HEX는 사회적 평가나 공격성을 관장하는 뇌 영역의 네트워크와 관련된 물질”이라며 “인간의 공격성이 몸에서 분출되는 특정 화학물질에 무의식중에 조종된다는 사실이 이번 실험을 통해 처음 드러났다”고 의미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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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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