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충만함을 원한다면, 연희동 투어 코스 5

안녕! 에디터 유정이다. 송정동(https://the-edit.co.kr/56992), 서촌(https://the-edit.co.kr/68344)에 이은 세 번째 동네 추천을 들고 왔다. 이번엔 연희동이다. 연희동은 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자주 찾는 동네다. 싱그러운 녹음과 한적한 분위기, 골목마다 숨은 작은 가게들 덕분에 여유롭게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기 좋다. 오늘은 동네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연희동 소품샵 5곳을 추천한다. 모두 걸어서 방문할 수 있는 코스고, 그 동선 안에서 들르기 좋은 식당과 카페도 하나씩 소개한다. 이대로 하루를 보낸다면 완벽에 가까운 날이 될지도!


연희동 편지 가게, 글월

‘여기에 뭐가 있다고?’ 싶은 허름한 건물.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색하게 놓인 화병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거기에 ‘글월’이 있다. 글월은 편지를 뜻하는 순우리말이고 이곳에서는 편지와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안한다. 한 마디로, 편지 가게다.

어릴 땐 편지를 많이 썼다. 어버이날, 결혼기념일, 친한 친구의 생일은 물론이고 별로 가깝지 않은 반 친구들에게도 편지를 썼다. 앞으로 말 잘 들을게요,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생 친구 하자, 올해도 덕분에 즐거웠어 같은 말들. 상투적이지만 따뜻하고, 특별히 기억에 남진 않더라도 열어보면 거기 그대로 있는 말들. 요즘에는 편지 쓸 일이 거의 없다. 글월은 옅어져 가는 편지 문화를 다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다. 그래서일까? 글월에 가면 다시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오후의 산보 시리즈]

[플라워 카드]

편지를 쓰는 것은 마음을 전하는 일. 북 찢은 노트에 써도 마음은 전해지겠지만 이왕 쓰는 거 예쁜 봉투에 고이 담으면 기분이 좋그든요. 글월이 선보이는 카드는 하나같이 따뜻한 감성이 담겨 있다. 기분 좋은 순간을 떠올리며 만든 ‘오후의 산보’ 시리즈와 의미 있는 꽃말을 가진 꽃을 담은 ‘플라워 카드’를 추천한다.

편지 쓰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카드에 그려진 그림도 좋은 얘깃거리가 된다. “호접란의 꽃말은 ‘행복이 날아온다’래. 이 편지를 받은 너한테도 행복이 날아들길!”

글월에서는 ‘펜팔 서비스’도 운영한다. 누가 읽을지 모르는 편지를 쓰고 누가 보낸지 모르는 편지를 받는 서비스다. 1만 원을 내면 편지지, 봉투, 스티커, 필기구를 제공하고, 편지를 써서 카운터에 접수하면 다른 이의 편지 한 통을 가져갈 수 있다. 누가 어떤 내용을 썼는지는 비밀이지만, 봉투에 쓰인 몇 가지 키워드로 힌트는 얻을 수 있다. 명랑한, 아름다움을 쫓는, 이상한, 하루에 커피 세 잔이 거뜬한, 집에서 춤을 추는…  물론 본인이 쓴 편지에도 키워드를 체크할 수 있다. 수신자를 모르는 편지라면 원 없이 솔직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글월 연희점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90-5.
영업시간 매일 13:00-18:00
인스타그램 @geulwoll.kr


연희동 책방, 유어마인드

유어마인드는 2009년부터 독립출판물과 아트북을 판매해 온 책방이다. 연희동에 자리를 잡은 것은 2017년. 최근에는 자체 출판물도 제작하고, 매년 열리는 서울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주최하고 있다.

연희동은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다. 대문을 지나 마당을 가로지르는 경험이 얼마 만인지! 마치 책의 집에 초대받은 기분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조용하고 차분한 공간은 해가 유독 잘 드는 날 방문해서 더욱 예뻤다.

평일 낮에도 손님이 많았는데,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기타, 바이올린, 클라리넷 연주자로 구성된 일본 밴드 ‘코-코-야’의 앨범이 재생되고 있었는데 그 순간이 너무 평화로워서 마치 이곳의 시간만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유어마인드는 책방 주인이 손수 책을 고르고 소량씩 입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래서인지 고른 책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한쪽 벽면에는 책에 대한 설명과 추천하는 이유, 인상 깊은 문장들을 적은 종이가 붙어 있고, 책장에 빼곡히 꽂힌 책 위로는 특별한 이름표가 붙어있다.

독서 생활에 재미를 더해줄 작은 소품들도 판매하고 있다. 귀엽고 기발한 디자인의 책갈피가 많아 유어마인드에 방문할 때마다 책갈피가 하나 둘 늘어간다.

유어마인드는 테마별 기획전을 자주 선보인다. 지금은 한국의 작은 책을 소개하는 ‘슈퍼스몰월드’를 운영하고 있다. 미니북, 아코디언북, 엽서북, 키링북 등 자그마한 책들이 여기 모여있다. 작은 사이즈에 맞게 내용도 아기자기한 책들이 많았는데, 반려동물 사진을 엮어낸 책들이 눈에 띄었다. (집사 아니랄까 봐.)

40명이 넘는 작가와 출판사의 명함을 모아둔 코너도 있었다. 전부 이 코너를 위해 새롭게 디자인된 명함이다. 위 사진은 그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명함 두 가지. 출판사 ‘샌드위치 프레스’ 대표의 명함과 술에 대한 책을 펴낸 김호 작가의 명함이다. ‘뭐 하는 사람이길래?’하고 뒤집어 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더라. 명함은 장당 500원에 구매할 수 있고, 해당 작가나 출판사의 책을 구매한 사람에게는 1매를 증정한다.

유어마인드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32-32 2층
영업시간 13:00-20:00 (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your_mind_com


연희동 편집숍, 티티에이

티티에이(tta)는 ‘the tribal aciiid’의 약자로, 다양한 지역 문화와 정신이라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고 한다. 그 의미처럼 다양한 지역에서 온 수공예품과 여러 라이프스타일 용품이 가득한 편집숍이다. 사장님이 직접 해외를 돌아다니며 바잉한 제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하나같이 독특하고 감각적이라 사장님의 집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질 정도. 이날 방문한 곳 중 갖고 싶은 물건이 가장 많았던 곳이다. 실제로 몇 개는 구매했다.

흙으로 구워낸 핸드 메이드 인센스 홀더

스페인 남부의 핸드 메이드 도자기

동작을 감지해 새 소리를 내는 알람 오브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가구와 오브제, 인테리어 용품, 옷, 가방, 액세서리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흔하지 않은 집들이 선물을 사러 오기에도 좋겠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내 위시리스트.

뿌까 모양의 손가락 인형. 갖고 싶은 이유는, 그냥 귀여워서.

나무 상자의 손잡이를 당기면 뱀이 튀어나오는 장난감. 옆에서 구경하는 모녀가 사용법을 궁금해하길래, 슥 시연(?)해 줬다. 갖고 다니면서 만나는 친구들마다 놀려주고 싶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팔레르모 지역에서 만들어진 오너먼트. 건강, 치유, 출산, 사랑, 평화 등 소원의 모습을 형상화한 장식으로, 벽에 걸어둘 수 있다. 지중해 문화권에서 감사의 의미를 전하는 선물이라고 한다. 이제는 조금 흔해진 액막이 명태 모형을 대신할 집들이나 개업 선물로 좋겠다.

귀여운 스테인리스 티 필터 시리즈와 손 모양의 손톱깎이. 지붕에 ‘TEA’라고 적힌 집 모양 티 필터와 주전자 모양 티 필터 중 치열하게 고민하다가 집 모양을 샀다. 후회 중이다. 둘 다 살걸… 아, 손 모양 손톱깎이도 구매했다.

티티에이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32-21
영업시간 매일 12:00-20:00 (16:00-17:00 휴게시간)
인스타그램 @tta_official_


연희동 씨앗 가게, 씨드키퍼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막연하게 어려울 것 같아서 포기했던 취미. 식물 키우기. ‘씨드키퍼’는 나와 같은 예비 가드너 혹은 초보 가드너에게 좋은 시작점을 제안해 주는 공간이다. 큐레이션한 씨앗을 비롯해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우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를 판매한다.

씨드키퍼는 씨앗과 삶을 연결 짓는다. 이곳에서는 판매하는 씨앗을 이런 식으로 설명한다. ‘인생을 건강하게 살찌우는’, ‘잎을 우려내는 순간까지 나를 쉬게 하는’, ‘즐겁고 건강한 식사시간으로 이어질’, ‘온 가족이 함께 가꾸는’.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문장을 찾아 씨앗을 골라봐도 좋겠다.

씨드키퍼에 방문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자랄 때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동반 식물’이라는 존재. 꼬마 당근과 완두콩은 서로 질소를 보충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관계다. 씨드키퍼에서는 이를 ‘필요한 도움을 아낌없이 주는 관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외에도 셀러리와 한련화는 ‘어려움에 대신 맞서 도움을 주는 관계’, 노랑 코스모스와 이탈리안 파슬리는 ‘서로 의지하며 성장하는 관계’다.

두 가지 씨앗과 생분해되는 화분, 압축 배양토, 그리고 자세한 매뉴얼을 담은 ‘팟 메이트 씨앗키트’를 판매하고 있으니 받을 사람과 나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선물로 골라봐도 좋겠다. 나는 최근 식집사 생활을 시작한 언니에게 스위트 바질과 화분 토마토를 선물했다. 둘은 서로 필요한 도움을 아낌없이 주는 관계다.

새해를 앞두고 2025년의 운세를 씨앗 뽑기로 점쳐볼 수도 있다. 용기와 응원, 위로와 회복, 한 뼘의 성장, 사랑의 힘 중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키워드의 씨앗을 뽑으면 된다. 내가 고른 키워드와 어울리는 씨앗과 흙, 그리고 운세 풀이가 들어있다.

씨앗과 관련된 각종 워크숍도 진행한다. 자투리 종이에 씨앗을 아름답게 수놓는 씨앗 페이퍼 워크숍, 좁은 공간에서 식물을 잘 돌볼 수 있는 팟 타워를 만드는 워크숍 등 다양하다. 워크숍은 비정기적으로 열리며, 자세한 내용은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지되니 참고하길 바란다.

씨드키퍼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18-5
영업시간 평일 14:00-19:00
인스타그램 @seed_keeper


연희동 문구점, 그린디자인웍스 공장

연희동 언덕배기 끝에 위치한 ‘공장’은 친환경 문구 브랜드다. 공간은 좁지만 인적이 드물어 느긋하게 둘러볼 수 있다. 공장은 다이어리, 노트, 일기장, 마스킹테이프 등 다양한 문구 제품을 선보이는데, 모두 친환경 종이를 사용해 만들었다. 대두를 원료로 한 콩기름 잉크로 인쇄하고 버리는 면이 최소화되도록 디자인한다. 공장이라는 이름은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드는 장소’라는 의미로 붙었다.

이곳에는 수상하리만큼 고양이가 그려진 상품이 많다. 연희동에는 길고양이가 참 많은데, 공장 디자이너가 동네의 느낌을 살려 제품을 디자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양이라면 덮어놓고 구매하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지갑이 다소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하길.

가운데 탁자에는 필기구가 모여있다. 하루, 한 주, 한 달의 기록을 엮어나갈 수 있는 공장의 추천 제품이다. 때때로 샘플이나 약간의 하자가 있는 상품, 시기가 지난 다이어리 등을 무료로 나누거나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한다.

공장은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모토로 운영되는 브랜드다. 문구류를 좋아하는 사람, 연희동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은 물론, 꾸준한 기록인에게 특히나 방문을 권하고 싶다. 변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니까.

그린디자인웍스 공장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444-57
영업시간 평일 9:10-17:30 (12:00-13:00 휴게시간)
인스타그램 @green_gongjang


동선 안에 있는 식당과 카페도 하나씩 소개한다. 1인석이 있어 혼자 방문하기에도 부담 없는 곳으로 골랐다.

연희동 브런치, 쿳사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브런치 맛집. 혼자 온 손님은 이렇게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진다. 추천 메뉴는 쿳사의 대표 메뉴인 에그 베네딕트. 직접 만든 쫀득한 치아바타에 수란이 두 개나 올라가고, 식감을 책임질 바삭한 양파 플레이크와 바짝 구운 베이컨, 홀랜다이즈 소스가 곁들여진다. 쿳사만의 킥이 있다면 그릇 바닥에 발린 파프리카 파우더. 살짝 매콤한 맛을 더해줘서 끝까지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구운 시금치와 상큼한 적양파 피클도 사이드로 나온다.

쿳사 연희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00-2
영업시간 월, 화, 수 9:00-18:00 / 목, 금 9:00-21:00 / 토, 일 8:00-21:00
인스타그램 @coottha_official


연희동 카페, 연희 에스프레소 바

특이하게 에스프레소와 산도를 함께 판매하는 카페. 평일 오후임에도 사람이 꽤 많았다. 같은 연희동 안에서 한 차례 확장 이전을 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카페다.

바 테이블이나 스탠딩 테이블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빠르게 호록 마실 수도 있고, 야외 좌석이나 실내 테이블에 앉아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다만, 실내 테이블을 이용할 때는 인당 5,000원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 에스프레소 메뉴 2개를 주문하면 5,000원이 넘고, 소르베나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딱 5,000원이다.

내가 주문한 메뉴는 소르베. 소르베는 매일 라인업이 바뀌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운 좋게 인기 메뉴인 핑크 레몬 소르베를 판매하고 있었다. 맨 밑에 진한 에스프레소가 깔리고, 그 위에는 크림, 맨 위에는 샤베트가 올라간다. 샤베트 안에는 젤리처럼 쫄깃한 레몬 필이 들어있다. 상큼한 레몬 샤베트와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 쌉싸름한 커피까지 작은 한 잔에서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메뉴였다. 비주얼도 예쁘다.

다양한 산도도 판매하고 있다. 고구마 케이크처럼 달콤한 고구마 산도, 제철을 맞은 무화과 산도, 샤인머스캣 복숭아 산도 등으로 에스프레소와 곁들이기 좋다고. 라인업은 그때그때 바뀐다.

연희 에스프레소 바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90-14
영업시간 화-금 9:00-17:00 / 토-일 12:00-18:00
인스타그램 @yeonhui_espres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