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 피드백 만큼 중요한 거 없어" 데이브 더 다이버 개발자 인터뷰

많은 게이머가 넥슨을 다시보게 해준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가 지난 10월 26일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출시했다. PC 버전의 첫 업데이트 콘텐츠를 모두 담아낸 것은 물론, 조이콘 모션 조작, HD 진동 등 닌텐도 스위치 버전만의 추가 요소를 더해 가치를 높였다.

지난 9월 누적 판매랑 200만 장 돌파를 공개한 PC 버전 만큼, 닌텐도 스위치 버전도 출시부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PC 버전과 동일한 메타크리틱 평점 90점을 달성한 것은 물론, 한국/일본 닌텐도 스위치 e숍에서는 수박 게임, 슈퍼마리오 원더의 뒤를 이은 3위에 랭크됐다.

닌텐도 스위치에서도 성공을 거듭하는 중인 데이브 더 다이버의 비결은 무엇일까? 넥슨이 1일 본사 사옥에서 개최한 개발자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다. 인터뷰에는 민트로켓 황재호 디렉터, 정기엽 그래픽 팀장, 서보성 프로그램 팀장, 우찬희 기획/리드 팀장이 참석했다.

민트로켓 황재호 디렉터, 정기엽 그래픽 팀장, 서보성 프로그램 팀장, 우찬희 기획/리드 팀장

-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개발하며 특별히 신경쓴 게 있는가?

황재호: 미니게임에 조이콘을 활용하는 것, UI 가독성 증가, 최적화나 로딩도 많이 신경 썼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 카드 수집 콘텐츠의 사토는 포켓몬스터의 패러디다. 어떻게 닌텐도의 QA를 통과하게 됐나?

황재호: 우연히 같은 복장을 입고 있다는 설정이다.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마음이 너그럽다. 웃고 넘어가주셨다. 초반 대사에 지적 받은 부분이 있는 건 제외했다.

- 닌텐도 스위치 게임의 검수 과정이 엄격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처음 해본 입장에서는 어땠나?

서보성: 닌텐도 스위치에서 어떤 기능을 쓰겠다고 하면 관련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개발팀이 사전에 체크해보는 테스트 시나리오도 준비돼있다. 우리가 QA를 거쳐 검수를 요청하면, 닌텐도에서 추가 개선 사항에 대한 피드백을 빠르게 줘서 잘 준비할 수 있었다.

- PC버전을 콘솔 게임기로 이식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는가? 해결 과정도 듣고 싶다.

서보성: 닌텐도 스위치의 가용 메모리는 PC보다 제한되어 있다. 이런 환경에서 게임을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한 고민이 가장 컸다. 특히, 슬립 모드로의 전환은 메모리 파편화가 발생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니티, 닌텐도 개발자 포털을 참고하거나 구글의 메모리 파편화 관리 방식을 연구해 적용했다.

- 출시한 후 닌텐도 스위치 다운로드 순위 TOP 10 안에 들었다. 예상했는가?

황재호: 닌텐도 스위치로 게임을 처음 낸 거라서 잘 되는지 판단이 어렵다. 기조상 마케팅을 최소화하고 있고, 패키지판을 내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과 북미, 특히 일본에서 3위에 오른 건 매우 고무적이다. 아저씨 캐릭터가 주인공인 게임이라 마리오 옆에 서고 싶었지만, 수박이 있어 끼지 못했다. 그래도 행복하다.

11월 1일 기준, 현재 아저씨들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 닌텐도 스위치 버전의 작살 컨트롤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유저 피드백이 많다. 향후 수정 계획이 있는가?

우찬희: 닌텐도 스위치의 작살 컨트롤은 테스트하며 살펴보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 자체가 정교한 조작을 하기에는 불편함이 있어 개선 중이다.

- 닌텐도 스위치 버전 출시 이후 플레이어들에게 피드백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우찬희: 가장 긍정적인 동향은 역시 누워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게임은 스트레스도가 높거나 복잡한 게임이 아니라서 편안한 자세로도 즐길 수 있는데,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되며 그런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고 본다.

- 향후 DLC나 추가 유료 콘텐츠 판매 계획이 있나?
황재호: 콘텐츠 업데이트 계획은 있지만, 유료 DLC는 플레이어 기대치도 높고 우리도 내용을 잘 채워야 한다고 생각해 시간이 걸릴 듯하다.

- 패키지판 출시 계획이 있는가?
황재호: 패키지판 출시는 의견도 많이 받았고, 나도 실물 소장이 하고 싶으니 만들고 싶다. 일단 시기는 미정이다. 그러니 다운로드판을 먼저 구입해주시고, 패키지판이 나오면 또 하나 사주시면 좋겠다.

- 개발 과정에서 어려웠다고 생각한 부분은 무엇이었나?
황재호: 팀 자체가 나를 포함해 콘솔 게임을 만든 경험이 없고, 스팀 게임 출시 경험도 없었다. 또, 우리가 만들 게임이 좋은 게임이 되리라는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방식은 엄청나게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테스트 외에도 스파링이라며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데모, 얼리액세스를 통해 플레이어들로부터 수많은 코칭을 받았다. 이것이 정식 출시 때 높은 완성도를 낼 수 있던 결과를 냈다고 본다.
정기엽: 개발 시작 당시 2D와 3D를 예쁘게 조화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레퍼런스도 부족한 것도 그랬지만,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해 구현할 지도 고민이 많았다.
서보성: 개발팀 내부 프로그래머 대부분이 모바일 개발자여서 스팀 플랫폼, 콘솔 플랫폼에서의 조작을 어떻게 해야할 지가 가장 큰 이슈였다. 스팀 플랫폼은 플레이어가 다양한 컨트롤러를 사용할 수 있었던 만큼, 여러 컨트롤러에 대응하기 위해 많이 신경썼던 거 같다.
우찬희: 기획적으로는 바닷속을 탐험하거나 그 과정에서 물고기를 잡아 스시집을 운영하는 게임도 없었다.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없다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우리 스스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검증을 위해 수차례 테스트를 진행하며 피드백을 받고 재미를 잡아가는 과정이 어려웠던 거 같다.

- 데이브 더 다이버의 사후 지원은 언제까지로 생각 중인가?

황재호: 데드셀 같은 게임도 싱글플레이지만 콜라보레이션, DLC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플레이어와 회사가 원하지 않을 때까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플레이어들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이다. 유료 DLC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듯해 지금은 콜라보레이션을 생각 중이다. 제안이 온 것도 있고 우리가 원해서 컨택한 것도 있다. 머지 않은 시기에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어드벤처와 타이쿤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를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 어떤 것에 중점을 뒀나?

우찬희: 바닷속을 탐험하는 것만 있으면 플레이어가 금방 지칠 것이라 생각했다. 휴식과 분위기 환기를 위한 요소로 스시집 운영이 들어갔다. 처음에는 스시집 파트가 재미없다는 피드백도 많았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 피드백을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발전한 결과가 지금의 데이브 더 다이버다. 특히나 신경쓴 건 플레이 리듬감을 살리는 것이었는데,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이뤄지지 않았나 싶다.

-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양쪽 모두에 호평을 받는 건 어려운 일인데, 데이브 더 다이버가 이런 호평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황재호: 많은 분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닌텐도 스위치 버전도 메타크리틱 90을 넘었다. 전반적으로 신선함, 높은 완성도를 좋게 봐주신 거 같다. 우리도 작은 부분에 집착하는 팀이지만, 플레이어의 피드백을 통해 좀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얼마 전에 다른 자리에서도 말했지만, 플레이어가 게임을 재미없어서 관둘지언정 불편해서 관두게 하지는 않겠다는 기조도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라고 본다.

- 닌텐도 스위치 버전도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게임대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른 후보작과 비교해 데이브 더 다이버의 강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황재호: 우리의 강점은 밝고 유머러스한 게임이라는 점이다. 개발팀 입장에서는 개발에 최고의 힘을 쏟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상 욕심이 없지는 않다. 심사위원분들이 결정해주시겠지만, 우리의 손을 들어준다면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기를 바라고 있다. 한편으로는 올해는 모든 면에서 좋은 게임이 많아 명예로운 패배를 당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있다.

- 데이브 더 다이버의 성공 요인 중에는 도트풍 아트 스타일도 있다고 본다. 특유의 그래픽 감성을 좋아하는 플레이어가 많은데, 어떤 점이 호평을 받은 요인이라고 보는가?

정기엽: 2D 그래픽 위주로 일을 해온 입장에서, 2D의 플랫한 느낌으로 바라본 3D 그래픽을 만든 것이 다른 게임과 독특하게 받아들여졌다고 본다.

- 닌텐도 스위치 버전의 키세팅이 굉장히 편리하게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련해 어떤 식으로 접근해 만들어진 결과인가?

우찬희: 닌텐도 스위치 버전뿐만 아니라 스팀 버전도 게임 컨트롤러를 연결해 플레이하면 편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메인 컨트롤러인 키보드, 마우스도 중요했지만, 콘솔판을 포함한 패키지 게임이기에 게임 컨트롤러 감각도 중요시했다. 어떤 컨트롤러로 즐겨도 어색함이 없이 즐기는 부분을 많이 신경 썼다.

-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 받는 이유를 무엇이라 보는가?

황재호: 초밥을 좋아하시는 거 같다. 그리고 요즘 게임은 어두운 분위기가 많은데, 데이브 더 다이버는 밝으면서도 미형이 아닌 캐릭터로 접근한 것을 참신하게 봐주신 거 같다.

- 끊임없이 유저 피드백을 받아가며 발전시켜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혹시 상충되는 피드백은 어떤 기준으로 선별했는지 궁금하다.

황재호: 개발팀에서 게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타협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재미가 없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편의성은 가급적이면 플레이어의 이야기를 다 듣는 게 맞다. 안 하고 싶었는데 플레이어 피드백을 들어 바꾼 것이 키매핑과 자동 버튼 연타였다. 키매핑은 충돌 이슈가 일어날 거 같아서, 버튼 연타는 게임 디자인이라 그대로 두고 싶었는데, 요청이 많아서 만들었다.

- 닌텐도 스위치 버전 출시 하루전 패미통 인터뷰에서 민물고기 추가는 어렵다고 했다. 혹시 블루홀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의 바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접경지대의 물고기를 만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 있는가?

황재호: 자유로운 이동은 게임 구조상 어렵지 않을까 싶다. 민물고기 중에도 재미있는 게 많고 아마존의 괴랄한 물고기들을 넣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블루홀에 담수어를 넣는 건 어폐가 있어서 나중에 해보려는 생각이다. 어떤 식으로 풀지는 모르겠지만, 지역을 바꾸는 기획을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 데이브 더 다이버는 모바일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가 다시 시작돼 이렇게 크게 성공했다. 소감이 듣고 싶다.

황재호: 어릴 때 많이 아팠지만 지금은 건강하게 자란 자식을 보는 느낌이다. 모바일 버전도 쉬운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리소스를 활용할 수 있지만 제약도 그만큼 많았다. 다시 만들 때는 자유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즐겁게 하고 있다. 아픈 역사가 있는 것도 우리가 잘 됐을 때의 나름의 기쁨이기도 했다.

우찬희: 모바일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넥슨으로 전환 배치해 사업 업무를 담당했다.데이브 더 다이버는 애정을 많이 쏟은 프로젝트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너무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게임을 좋아하고 만들어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프로젝트 부활 소식을 듣고 나도 잘 하고 싶어 다시 개발팀에 복귀했다. 그래서 좀 더 남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 프로젝트를 많은 분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 게임 시작부터 엔딩 크레딧까지 다양한 미니게임을 넣은 부분도 호평이다. 미니게임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는가?

황재호: 피하고자 했던 건 미니게임 전집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기획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주지만 디렉터의 입장에서는 아쉽게도 잘라내야 하는 것도 많았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일견 다양한 콘텐츠가 중구난방으로 있는 듯하지만, 우리 기준으로는 통일성을 갖고 있다. 많은 것을 넣으면서도 테마, 통일성, 그리고 어떤 캐릭터가 콘텐츠를 소개하느냐에 신경 썼다. 물고기 카드 수집의 사토를 예로 들면, 단순히 이런 시스템이 있다고 소개하고 마는 게 아니라 어떤 캐릭터에게 이 이야기를 시키면 재미있을까를 고민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우연히 모 캐릭터와 유사한 캐릭터가 나왔다. 그런 통일성을 중심으로, 게임의 전체 테마에 벗어나지 않도록 많이 신경썼다.

- 작은 물고기도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 면모가 보였다. 제작 과정이 어땠는지 듣고 싶다.

정기엽: 최대한 사실 기반으로 만들되 그렇다고 해서 너무 사실적으로 찍으면 징그럽게 나와서 캐릭터 픽셀 질감에 맞춰 진행했다. 여기에 물고기의 생동감을 표현하기 위해 일반적인 도트 프레임 애니메이션이 아닌 스파인 툴을 활용했으며, 다큐멘터리를 많이 참고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하고자 했다.

- 물고기 선정 기준은? 더 넣고 싶었는데 용량이나 그런 문제로 탈락한 물고기도 있는가?

우찬희: 탈락한 물고기 중 생각나는 건 개복치다. 초반 지역에 있던 물고기인데, 느릿느릿 돌아다니면서 체력은 많아서 테스터들이 칼질을 계속 하며 잡아내더라. 이런 부분이 과도한 어그로를 끌어 좋은 경험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제외하고 나중에 좋은 방향으로 사용해보자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 해외 유수의 어워드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어워드에서 주목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가?

황재호: GOTY는 올해 워낙 훌륭한 게임이 많아서 욕심을 내면 천벌 받을 거 같다. 개인적으로 오디오 부문의 상을 받으면 좋겠다. 육지와 물속의 소리를 다르게 만들기 위해 오디오 담당의 고민이 많았고, 소리를 내지 않는 물고기의 위압감을 어떻게 전달할지도 고민이었다. 그리고 성우를 기용하지 않았음에도 캐릭터 전달력이 좋았던 것도 오디오 담당자들이 열심히 노력해준 결과다. 최고의 상은 아니더라도 이런 부분에서 상을 받는다면 굉장히 명예로울 거 같다.

- 유튜브 등을 통해 소통을 자주 해왔다. 데이브 더 다이버 팀만의 소통 철학이 있는가?

황재호: 플레이어의 이야기만큼 중요한 게 없다. 디스코드는 아무리 바쁜 상황이라도 나나 우찬희 팀장이 매번 들어가 답변했고, 눈코뜰새없이 바쁘더라도 좋아요는 달았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유튜브를 통해 어떤 피드백이 있었는지,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고자 했다. 얼굴 노출의 부담도 있었지만, 플레이어들도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된다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줘 기쁘다. 해외 플레이어도 많아서 네이티브가 아님에도 영어로 최대한 소통하려고 한다.

이런 부분은 기존의 패키지 게임에서는 하지 않는 부분일 수도 있는데, 라이브 서비스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소통을 이어가는 건 기존 게임에서 배운 것이라 생각한다.

- 스팀 얼리액세스부터 출시까지 6개월, 닌텐도 스위치 버전 출시하며 피드백을 받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황당하거나 선넘는 피드백, 그리고 정말 도움이 됐던 피드백이나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게 있는지. 궁금하다.

황재호: 만우절 때 언급한 3D모드를 실제로 만들어달라고 한 게 선을 넘지 않았나 싶다. 울트라 와이드 지원에 대해서는 구조상 어려움이 많아 죄송한 마음이다. 3D 게임이 아니라 확 열어드리기 어렵다.

우찬희: 인상적이고 긍정적인 피드백이 정말 많았다. 소통 채널 외에도 커뮤니티를 다 돌아보고 있는데, 손으로 직접 지도를 그려 공략을 하는 이들이 있더라. 데이브 더 다이버가 플레이마다 맵이 바뀌기에 파악하기 쉬운 구조가 아닌데, 그럼에도 여러번 반복하며 지도를 그려주는 애정이 대단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 넥슨이 아니면 이만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느냐, 개발로만 흥행이 이뤄질 수 있었느냐, 인디게임이 맞느냐는 비판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황재호: 딱 잘라 말씀드리면 우리 팀이 인디라 생각하지 않는다. 인디는 우리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적은 리소스로 비전을 펼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우리도 그들에게 엄청난 리스펙트를 갖고 있다.

인디와 관련해서는 각자의 정의가 다른 것도 있다. 해외에서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에 인디게임으로 노미네이트되며 논란이 있기도 했는데, 주최측에 인디게임이 아니라고 이야기했지만 본인들이 생각할 때는 인디게임이라고 하더라.

우리는 월급을 받는다는 차이는 있지만 전폭적인 지원 대신 자율권을 받았다. 넥슨에서 전략적으로 이끄는 프로젝트에 비해 좀 더 척박하며, 우리가 직접 책임져야 할 것이 많다. 그럼에도 밖에서 고군분투하는 분들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환경에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넥슨은 인디 시장을 잠식하려는 의도는 없다. 플레이어들의 취향이 다양해졌는데, 이를 맞추려면 크고 느린 기존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빅앤인디가 아니라 빅앤리틀을 기조로 세운 것도 작은 사이즈로 빠르게 움직이며 끌어모았을 때 200만, 300만이 되는 시장을 노리자는 것이지 시장 자체를 탐내는 것은 아니다. 속도의 문제라 본다.

- 관련 굿즈, 상품 개발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라 본다. 일본에서는 만화 연재도 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전개한 사업, 앞으로 전개할 사업은?

황재호: 만화는 코로코로 코믹을 통해 연재 중인데, 오리지널 IP임에도 평가가 좋다고 해서 기쁘다. 단행본이 나오면 소장하려고 한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이야기는 초반부터 많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경험이 없다. 가닥을 잡아가는 상황이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굿즈는 데이브 더 다이버가 IP로서 좀 더 인지도를 높인 뒤에 해야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굿즈를 팔고 있더라. 빨리 공식으로 내야 한다는 생각에 좀 더 속도를 내보려고 한다.

- 기존의 모바일 게임, 라이브 게임을 만들며 겪은 것과 콘솔 게임 제작의 경험은 달랐을 텐데 무엇이 가장 달랐을까?

황재호: 많은 피드백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콘솔판은 검수 과정이 존재하기에 버그 대응도 빠르게 할 수가 없어 내부 프로세스를 많이 바꿔야 했다. 문제가 보고된 다음 날 바로 패치를 하는, 그런 걸 지금은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고민이다.

서보성: 검수 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애플도 닌텐도에 비해서는 아주 유한 편이다. 검수 과정 역시 하나의 변수였다. 기존에는 내부 QA 종료 후 바로 업데이트가 가능했다. 스팀만 해도 모바일처럼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콘솔은 콘텐츠 검수 과정이 길어서 빠른 대응이 어려웠다.

- 게임에 다양한 컷신이 나오는데, 만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었나?

정기엽: 아무래도 엔딩 컷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른 컷신은 그리는 과정에서 캐릭터성을 잡아가고 있었지만, 엔딩 컷신을 제작할 때는 실제 게임을 하며 엔딩을 보는 시점이었다. 캐릭터 각각에 감정이입이 됐던 만큼, 좀 더 애정이 있었고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그만큼 시간도 많이 투자했다.

- 컷신을 다시 보는 기능이 없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황재호: 컷신의 임팩트는 컷신이 나오는 상황에 달려 있다. 갤러리 모드에서 그냥 컷신을 보면 상황이 주는 감동이 없을 거라 생각해 일부러 뺐다. 요청이 있기에 고민은 해보겠지만, 일단은 유튜브로 봐주시면 좋겠다.

- 스팀에서 200만 팔렸다. 무료 업데이트 이후에 판매량이 늘었나? 닌텐도 스위치 버전의 판매량은 어떤가?

황재호: 라이브 업데이트는 운영 비용에 비해 수익이 나고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200만 장이 팔린 이후로도 계속 잘 팔리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 버전은 상위권에 있으니 괜찮은 거 아닌가 싶다. 판매량은 시점이 되면 공개해보겠다.

- 캐릭터들이 멈블링으로 이야기를 한다. 성우를 기용하지 않았다면 누구의 목소리인가?

황재호: 다 팀에서 녹음했다. 더프 공연의 함성 소리도 우리가 감정이입해 녹음했고, 오늘도 녹음 일정이 있다. 팀원의 목소리를 오디오 담당자가 가공하며, 육지 캐릭터, 어인족 캐릭터 등 각 캐릭터의 차이를 둔다. 이를 테면, 어인족은 뒤에 뽀글뽀글 소리가 들어가는 식이다. 성우 기용 비용을 들이지 않고 캐릭터를 전달할 수 있어 뿌듯하게 생각한다.

- 혹시 데이브 더 다이버의 협업 콘텐츠로 넥슨의 과거 게임이나 이블 팩토리 같은 이제 플레이하지 못하는 전작을 즐겨볼 수 있을까?

황재호: M.O.E.(모에)는 나도 재미있게 했고 괜찮은 게임이라 생각해 좋은 부분을 활용하고 싶었다. 덕분에 모에 커뮤니티가 활성화됐다고 들었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 두 명의 캐릭터를 조작하는 파트는 현재 컴퓨터 박물관에 전시된 애니웨이의 개발자가 우리 팀에 있어 그를 오마쥬한 것이다. 서보성 팀장님의 4개의 탑에 대한 기억도 담았다. 노골적으로 한 건 모에 뿐이고, 나머지는 세뇌하듯 군데군데 계속 박아놓으려고 한다. 넥슨은 워낙 잘된 게임이 많아 콜라보레이션을 해보고 싶은데, 블루 아카이브도 재미있을 거 같다. 다만, 김용하 PD와 친분이 없어 수줍어서 아직 못했다.

이블 팩토리는 나도 할 수 없어서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디지털 게임은 마켓에서 내려가는 순간 영원히 사라지기에, 데이브 더 다이버의 패키지판을 갖고 싶어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