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거 가능할까… 법조계 “결과 바뀔 정도의 오류 있어야”
기각·각하되면 법적 소송 가능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7일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일부 유권자의 참정권이 침해된 만큼, 다시 선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 공직선거법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만 선거 무효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투표 용지 부족으로 ‘선거 결과를 바꿀 정도의 표심 오류’가 발생했는지가 재선거 가능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에서 재선거를 할 수 있는 절차로는 선거소청(選擧訴請), 선거소송(選擧訴訟), 당선인 사퇴 등 세 가지가 있다.
선거소청은 유권자나 후보자 등이 선거일로부터 14일 안에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선거 효력에 이의를 주장하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국회의원 선거는 바로 법원에 선거 효력을 묻는 소송을 할 수 있지만, 지방선거는 우선 선관위에 선거소청을 제기해야 한다. 선관위는 선거소청을 접수한 날로부터 60일 내 결정을 내려야 하고, 선관위가 소청을 받아들이면 결정 통지일로부터 30일 이내 재선거가 실시된다.
다만 중앙선관위는 지난 4일 이미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의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법조인은 “선관위가 스스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선거소청 인용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선거소청에서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받는다면 10일 이내 법원에 선거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법원은 소송 제기일로부터 180일 안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224조는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있는 때라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 선거의 전부나 일부의 무효 또는 당선의 무효를 결정하거나 판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연기 변호사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 규정을 위반하는 동시에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어야 선거 무효로 판결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현행 선거법은 엄격한 요건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2000년 16대 총선 구로을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무효를 판결한 적 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선거 운동에 10여 개 계열사와 임직원들이 “조직적·체계적으로 동원”돼 “선거의 공정을 현저히 저해함으로써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인정됐다.
이번 지방선거 당선인이 임기 시작 전 사퇴할 경우 재선거가 실시된다. 다만 이는 당선인 궐위로 인해 자동 실시되는 선거로, 선거소청이나 선거소송을 통해 선거 무효가 확인된 후 실시되는 재선거와는 차이가 있다. 법적 요건은 아니지만 당선인 소속 정당의 동의도 필요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투표용지 부족사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다는 명백한 증거와 판단이 없는 상태에서 당선인이 사퇴하면 또 다른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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