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 상표의 배신? “품질 차이 없고 가격만 비싸”

정유미 기자 2023. 3. 1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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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계 삼겹살’ 브랜드 한돈 업체들 잠잠…품질 관리 기준도 도마에
유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비계 삼겹살’.
유통업체들 후속조치 발표와 대조
한돈, 한우와 달리 등급 ‘유명무실’
1등급도 일반 고기와 섞어서 판매
도드람 등 브랜드는 5~10% 비싸
판촉비 등 명목…업체 담합 의혹도

국내 유명 브랜드 한돈 업체들이 과지방 삼겹살을 팔고도 뒷짐만 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유통업체들이 삼겹살 비계 문제가 불거지자 서둘러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은 것(경향신문 3월14일자 17면 보도)과 달리 한돈 업체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16일 축산·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들이 판매한 삼겹살이 ‘비곗덩어리’라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유통업체들은 삼겹살의 ‘고기와 비계 비중’을 꼼꼼히 검수하거나 반품과 환불을 약속하는 등 재발 방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삼겹살 비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유명 브랜드 한돈 업체들은 책임을 회피하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반으로 접어 랩으로 꽁꽁…열어보면 반 접힌 아래쪽은 살 없는 비계만” “작업 지시를 받고 가공 포장한 근로자들의 증언을 확보해 단체소송 해야 한다” “납품업체 아웃시켜라” “포장할 때 못 봤을 리가 없으며, 이건 고의다”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한돈 업체가 포장해서 납품하는 삼겹살은 육안으로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 비계 함량이 높아도 검수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납품업체의 작업 공정을 믿고 판매할 수밖에 없고 반품과 환불 부담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돈’ 상표를 앞세운 브랜드 제품이라도 돼지고기는 소고기와 달리 ‘고기와 비계의 비중’을 구분하는 기준이 따로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우는 근내 지방도·육색·지방색·조직감·성숙도 등에 따라 ‘1++, 1+’ 등으로 등급을 촘촘히 평가하고 있다. 반면 돼지고기는 도축 후 2분의 1로 자른 뒤 등지방 두께만으로 등급을 나누고 있어 품질과 맛의 차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한돈 업계 관계자는 “소고기는 마블링 등에 따라 맛이 달라 가격에 차이가 있지만 한돈은 솔직히 등급과 상관없고 표시도 하지 않는다”며 “1등급이라고 해도 일반 돼지고기와 섞어 팔기 때문에 등급 판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모든 국내산 돼지고기를 ‘한돈’이라고 부르는 만큼, 브랜드 제품이라고 비곗덩어리를 깔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이유로 브랜드 한돈 삼겹살 가격이 일반 삼겹살보다 비싼 것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대형마트 삼겹살은 도드람 등 ‘브랜드 한돈’과 ‘국내산 돼지고기’로 나뉘어 판매된다. 특히 한돈은 대부분 업체에서 직접 생산 공정을 거쳐 포장 판매하는데 일반 국내산 제품보다 100g당 가격이 5~10% 비싸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하림 계열사 선진포크나 하이포크 등 대기업 제품의 가격이 비싼 것은 브랜드 관리와 판촉 비용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브랜드 한돈 업체들의 가격 담합이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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